만 66세때 심하게 노쇠하면 10년 내 사망 위험 4.4배 높다

강승지 기자 2023. 4. 17.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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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대 중반의 노쇠 정도, 10년 뒤 건강 좌우" 연구결과 발표
인구 고령화에 따라 돌봄 요구 급증…노쇠 예방할 정책 시급
정희원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교수가 노쇠가 진행된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서울아산병원 제공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나이가 같아도 개인의 '노화 속도'에 따라 나이 들어가는 모습이 결정된다고 알려졌는데, 실제로 60대 중반 나이에서의 노쇠 정도로 10년 뒤 건강 상태를 예측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최근에 나왔다.

특히 만 66세 때 심하게 노쇠한 집단이 건강한 집단에 비해 10년 내 사망 위험이 약 4.4배 높았다.

또 심하게 노쇠한 집단에서 10년 내에 당뇨, 관상동맥질환, 심부전, 낙상 등 노화에 따른 질환이 발생하거나 타인의 돌봄이 필요할 위험이 건강한 집단에 비해 약 3.2배 높았다.

정희원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교수 연구팀은 만 66세 성인 96만여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논문을 국제학술지 '자마 네트워크 오픈(JAMA Network Open)'에 게재했다고 17일 밝혔다.

노쇠는 허약이라고도 하며 노화와 질병의 축적으로 기능이 감퇴해 스트레스에 취약해진 상태를 말한다. 같은 나이라도 노쇠가 심하면 통상적으로 노화가 더 진행된 것으로 간주된다.

연구팀은 2007~2017년 건강검진을 받은 만 66세 성인 96만8885명의 국민건강보험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해 노쇠 정도에 따른 10년 내 사망률과 노화에 따른 질환 발생률을 10년(평균 6.7년) 분석했다.

노쇠 정도는 △병력 △신체·검체검사 △신체 건강 △정신 건강 △장애 등 5개 영역의 39가지 항목을 평가해 측정했다.

이후 노쇠 정도에 따라 건강한 집단, 노쇠 전 집단, 경증 노쇠 집단, 중증 노쇠 집단으로 분류했다.

연구팀은 각 집단의 10년 내 사망률을 분석했다. 건강한 집단에서는 연간 100명 중 0.79명이 사망했으며, 노쇠 전 집단에 1.07명, 경증 노쇠 집단에 1.63명, 중증 노쇠 집단에 3.36명이 사망했다.

이를 사회인구적 특성 등을 보정해 비교하면, 66세 때 심하게 노쇠한 집단의 10년 내 사망 위험이 건강한 집단에 비해 약 4.43배 높았다.

아울러 노화에 따른 질환은 건강한 집단에서 연간 평균 0.14건, 노쇠 전 집단에서 0.23건, 경증 노쇠 집단에서 0.29건, 중증 노쇠 집단에서 0.45건씩 발생했다.

질환별로는 중증 노쇠 집단에서 10년 내 심부전·당뇨·뇌졸중이 발병할 위험이 각각 2.9배·2.3배·2.2배씩 높았다.

신체적·정신적 기능 저하로 타인의 돌봄이 필요한 비율은 중증 노쇠 집단에서 건강한 집단에 비해 10.9배 높았다.

이밖에 낙상, 골절, 관상동맥질환 등 암을 제외한 대부분 질환의 발병률이 건강한 집단보다 중증 노쇠 집단에서 유의미하게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연구를 통해 주요 질병이나 장애가 없는 비교적 젊은 나이대의 노쇠 정도로 노화 속도를 파악할 수 있어, 건강하게 나이 들기 위한 선제적인 건강관리의 필요성이 높아졌다고 정 교수는 설명했다.

정 교수는 "기존에는 보다 고령의 나이를 기준으로 연구가 진행됐지만, 이번 연구는 초기 노년기인 만 66세를 기준으로 노쇠의 의미를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이어 "같은 나이더라도 생물학적 노화 정도, 즉 노쇠 정도가 사람마다 다르며, 이러한 차이로 먼 미래의 사망과 건강 상태까지도 예측할 수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정 교수에 따르면 가능한 젊을 때부터 규칙적인 생활 습관과 운동, 금연, 절주, 스트레스 관리 등을 통해 건강관리를 하여 노쇠와 질환을 예방하는 게 중요하다.

이미 노쇠가 진행된 경우면 다제 약물을 점검하고 노쇠의 흔한 원인이 되는 근감소증이나 인지기능 감소, 우울, 불안, 수면장애 등에 대해 전문의를 찾아 노인의학적 도움을 받으면 좋다.

정 교수는 "전 세계적으로 빠른 고령화와 돌봄이 필요한 인구 급증이 예상되는 만큼, 이를 예방하고 지원할 수 있는 사회적 논의와 정책 개발이 시급하다"고 부연했다.

한편, 이번 연구에는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의 신재용·장지은 교수와 미국 하버드대학교 의과대학의 김대현 교수도 참여했다.

ks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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