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하의 '그런데'] 잘못했지만 죄는 아니다?
"성수대교가 무너졌대"
평범한 중학교 2학년 여학생이 1994년 성수대교 사고로 소중한 사람을 잃으면서 아픔과 함께 성장하는 이야기를 담은 영?니다.
지난 5일, 성남시에서 길이 108m, 폭 26m 규모의 정자교가 마치 엿가락 휘어지듯 처참하게 무너져 2명의 사상자가 발생했습니다.
정자교는 2021년, 보수가 필요하다며 A~E 등급 중 C 판정을 받았고, 지난해 8~12월엔 바닥판 표면과 단면을 보수해 B등급(양호) 판정을 받았는데, 그런데도 무너진 겁니다.
전문가들은 5년 전, 정자교 공법과 비슷하게 지어진 야탑10교 침하사건에서 문제가 시작됐다고 지적합니다.
갑자기 왜 다른 다리 얘길 하냐고요.
야탑 10교가 침하됐을 때 성남시는 설계도에 840mm로 돼 있는 철근을 490mm 거의 반이죠. 490~710mm짜리로 부실시공 했다며 시공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지만 법원은 웬일인지 시공사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시공사의 잘못이 존재하는 의심이 든다고 부실시공을 인정하면서도 사고와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없다는 이상한 판결을 내린 겁니다. 술은 마셨지만 음주운전은 아니다. 뭐 이런 걸까요.
법원은 또 성남시가 야탑10교를 유지·관리할 책임이 있음에도 철근 시공과 관련된 하자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했습니다. 하자가 있다면서도 그 하자를 파악하지 못한 성남시가 더 문제라는 논리입니다.
물론 관리 책임도 있습니다만 건설에 있어 철근의 양은 정말 중요한 거 아닌가요. 오래도록 튼튼한 다리의 역할을 하라고 정해놓은 기준을 안 맞춘 거잖아요.
뿐만 아닙니다. 상품에 유통기한이 있는 것처럼 준공 24년이나 지난 뒤에 사고가 발생했으니 시공사에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했습니다. 그럼 국민은 다리를 건널 때 '이건 지은 지 얼마나 됐나' 살펴보고 가라는 걸까요.
공사 감리 설계대로 공사를 했는지 살펴보는 걸 말하지요. 그런데 이거 아십니까.
미국 같은 선진국은 '감리회사'라는 게 없습니다. 왜냐구요? 설계대로 공사를 하는 건 당연한 일이거든요. 우린 감리라는 제도까지 만들었음에도 이런 사태가 터지니.
국민이 이 다리는 몇 년 됐나 이 건물은 지어진 지 얼마나 됐나 알아보고 다녀야 하는 거죠. 역시 또 불쌍한 건 국민입니다.
김주하의 그런데 오늘은 '잘못했지만 죄는 아니다?'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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