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머Q&A] 20년 만의 '국회 전원위원회'…선거제 바꾸려는 이유?
Q. 선거제도, 왜 바꿔야할까?
내 삶의 문제는 이건데 저 사람들은 왜 저기서 싸우고 있지? 정치 뉴스 보면서 한번쯤 생각해 보셨을 겁니다. 분명 국민들이 뽑았다는 사람들인데,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거랑은 다른 문제로 맨날 싸운다는 것이죠. 그런데 민주주의를 하고 있는 세계 여러 나라들과 비교해볼 때 우리나라의 특이한 점이 있습니다. 바로 국민들이 던진 표와 국회의원 의석수가 이상하리만큼 차이가 많이 난다는 것입니다.
지난 총선 수도권에서 민주당과 국민의힘의 득표율 차이는 12%p, 상식적으로 의석수도 비슷하게 나와야겠죠. 하지만 민주당은 103석, 국민의힘은 17석을 가져가 12%p의 득표율차는 의석 수에선 6배 가까운 차이가 났습니다. 지방도 마찬가지입니다. 민주당은 대구 경북에서 27%를 득표했지만 1석도 가져가지 못했습니다. 전체적으로는 유권자 표의 절반 가까이가 사표가 되는 상황 속에서, 국회의원들이 국민의 뜻을 잘 반영하는건 쉽지 않은 일이겠죠.
이탄희 / 더불어민주당 의원
"(한국 정치는) 반사이익 구조니까요. 상대만 못찍게 하면 선거 이기니까요. 제 소속 정당도 마찬가지입니다. 세상에 이렇게 쉬운 정치가 없습니다. 남의 말에 조롱하고 반문하고 모욕주면 끝입니다. 고소고발하고 체포동의안 보내고 악마화하면 그만입니다. 반사이익 구조니까요."
Q. 국회의원 숫자, 줄여야 하지 않을까?
정치가 우리를 피곤하게 할 때 단골로 등장하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왜 싸움만 하는 국회의원들에게 세금으로 돈을 줘야하느냐는 문제의식입니다. 2012년 18대 대선에서 안철수 후보는 국회의원 100명 줄이면 예산을 2천~4천억 원을 아낄 수 있다는 발언을 하기도 했죠. 지금 진행되고 있는 선거제 개혁 논의에서는 국민의힘 지도부와 일부 의원들이 정원을 30~40석 줄이자는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본질은 사람 숫자가 아니라, 의원들이 국민을 위해 제대로 일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 수 있느냐 바로 이 문제입니다. 그 고민 없이 의원수를 줄이기만 한다면, 되려 300명으로 나눠졌던 권한을 더 적은 의원들이 갖게되면서 특권만 강해질거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단편적으로 의원 숫자 몇 명 줄이자는 이야기보다는, 의원수를 줄여서 어떻게 정치를 잘 할 것인지 구체적으로 이야기하는지 봐야합니다. 그것이 없는 정수 축소 주장은 정치 혐오만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Q. '개딸'이나 '전광훈 세력'이 양당에서 목소리 큰 이유?
극단 지지층이 등장하고 팬덤 정치 문화가 나타나는 건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선거제를 바꾼다고 해서 이게 요술방망이처럼 싹 해결되지도 않을 것입니다. 그런데 차이가 있다면 유럽의 극단주의 정치세력들은 어쨌든 정당을 만들고 선거를 통해 의회에 진출한 다음, 다른 목소리를 가진 다양한 정당들과 연합 또는 경쟁을 해야한다는 것입니다. 이들이 집권하는 경우도 있고, 그로 인한 폐해가 나타나기도 하지만, 적어도 국민들이 다양한 정치세력들을 놓고 투표를 통해 선택할 길이 열려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다당제가 구조적으로 쉽지 않은 우리나라의 선거제도 하에선 극단주의적 목소리들은 항상 거리에서만 시끄럽게 울려퍼집니다. 이들에 대한 지지가 어느 정도인지, 또 이들에 동조하는 목소리가 어느 정도 큰 지도 알 수도 없는 상황 속에서 거대 정당이 이들을 따라가야하느냐 마느를 두고 매번 혼란만 벌어지고 있는 겁니다.
Q. 현역 의원 기득권이 걸린 문제인데, 근본적인 개혁 가능?
전망은 엇갈립니다. 의원들 중에는 그거 안될거다 라고 말하는 사람도 많은 게 사실입니다. 국회 전원위원회 첫날도 제가 가서보니 의석 중간중간 휑하니 비어있는 모습이 의원들조차도 선거제 개혁에 좀 회의적인게 아닌가 이런 느낌이 들게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민이 담긴 여야 의원들의 발언들도 있었습니다. 자기 당에 대한 비판과 반성을 담은 발언을 해서 상대당으로부터 박수를 받은 의원도 있었는데 분명 요즘 국회에선 찾아보기 힘든 모습이었습니다.
이원욱 /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준연동형을 밀어붙인 민주당은 사과부터 하라고 요구하셨습니다. 저는 당시 원내의 수석부대표로서 큰 책임을 져야 할 사람입니다. 이 자리를 빌어 국민 여러분께 사과드리겠습니다. 진심으로 사과드리겠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이번에 조금이라도 개선책을 내놓지 않으면 지난 총선 국민들을 경악하게 만들었던 위장,위성정당의 출현이 이번 총선에도 반복될 거라는 겁니다. 국민이 뱃지 달아준 의원들이 전체 토론까지 했는데 또 아무런 결과를 내놓지 못하면, 다시 다음 선거에서 민의 왜곡의 모습을 보여준다면, 정치를 넘어 우리 사회가 지속가능할 수 있을까에 대한 사람들의 의문은 더 커질지도 모릅니다.
Q. 4일 간의 국회 전원위원회, 성과는?
이번 전원위원회에 공식적으로는 3가지 안이 올라갔습니다. 하지만 이 안들 중 어떤 안으로 할 것인지 좁혀지지는 않았습니다. 의원들 의견이 다양하게 분출하는 백가쟁명식 토론이었는데, 이에 대한 평가는 좀 갈립니다. 아무 합의도 못하고 의견만 난무한 것 아니냐는 평가와, 그래도 의원들이 100명이나 자기 이름 걸고 발언함으로서 선거제도 개혁에 일단 발을 들였고 동력을 확보한 의미가 있다고 평가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국회 정치개혁특위 위원들 사이에서는 이런 전원위원회를 한 번 더 열어서 이번에는 안을 좀 좁혀보자는 논의가 오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 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으로 압수수색이 이곳저곳 벌어지는 등 정치 환경이 녹록치 않아서 불투명한 것도 사실입니다. 전원위원회와 별개로 일반 국민들 중에서 성별, 연령별, 소득별로 인원을 뽑아 작은 대한민국을 만들어, 어떤 선거제가 바람직할지 숙의와 토론을 하자는 공론조사도 진행될 예정입니다. 이게 얼마나 충실히 진행되고, 얼마나 이슈가 되는지도 선거제 개혁에 영향 미칠 것 같습니다.
( 취재 : 원종진 / 영상취재 : 김현상 / 구성 : 전형우 / 편집 : 김복형 / 디자인 : 박수민 / 제작 : D콘텐츠기획부 )
원종진 기자 bell@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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