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림’, 박서준-아이유와 함께 이병헌 감독이 꾸는 꿈은
이병헌 감독의 ‘극한직업’ 이후 4년 만의 상업 영화이자, 박서준과 아이유의 캐스팅 소식만으로도 화제를 모았던 영화 ‘드림’이 4월 26일 개봉에 앞서 17일(오늘) 14시,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메가박스에서 언론 배급 시사회를 개최했다.
윤홍대 역으로 열연한 박서준과 이소민 역의 아이유를 비롯해 김종수, 고창석, 정승길, 이현우, 양현민, 홍완표, 허준석 그리고 이병헌 감독이 참석해 영화 상영 이후 소감은 물론 촬영 비하인드, 캐릭터에 대한 생각 등을 이야기했다.
외진 곳이지만 우리가 바라봐야 하는 곳이고, ‘드림’으로 그곳을 무겁지 않게 대중에게 보여주고 싶었다는 이병헌 감독. 저마다의 서사를 모든 조연들에게 부여해 입체감을 살린 것은 물론 주조연 모두 능글맞고 현실감 넘치는 연기로 몰입감을 높였다.
이병헌 감독 특유의 ‘말맛’을 살린 찰진 대사를 소화하기 위해 어렵기도 했지만, 디렉션만 잘 따라도 감독이 요구한 바 그대로 장면이 나와 신기하다고 배우들은 입을 모아 말하기도.
*아래 간담회 및 질의응답 내용은 영화의 스포일러를 일부 포함하고 있습니다.
Q. 아이유는 사연 없는 캐릭터를 맡아보고 싶다고. ‘열정 LESS’ 소민을 연기하면서 참고한 레퍼런스가 있다면 / 박서준 역시 윤홍대 역을 연기하면서 참고한 다른 캐릭터가 있나
아이유: 크게 참고한 레퍼런스는 없었고 가장 많이 참고한 캐릭터가 있다면 이병헌 감독님께서 워낙 나뿐만 아니라 다른 캐릭터의 대사 톤은 물론 디테일을 꼼꼼하게 코치해 줘서 감독님이 원하는 소민이에 가까워지려 노력했다. 오히려 감독의 말투를 가장 참고했다.
박서준: 마찬가지로 특별히 레퍼런스를 삼은 건 없었지만, 아이유가 말했듯 이병헌 감독만의 장르라고 많이 느꼈다. 감독의 디렉션을 잘 따르려고 노력했다.
Q. 축구하는 장면은 CG 도움을 받은 건지 궁금하다 / 촬영하며 어려운 점은 없었나
박서준: 내 몸이 아닌 부분이라고 느껴졌는지 궁금하다(웃음). CG가 아니라 실제다.
이병헌 감독: 스포츠 장면이 많다 보니 예상을 뛰어넘는 어려움을 예상했다. 공은 말을 듣지 않기에 더 어려움이 있었다. 공은 너무 야속하게도 통제가 너무 안 됐다. 준비한 걸 하는 것 외에 다른 건 없었고 조마조마한 마음을 견뎌내는 정도였던 것 같다.
Q. 박서준과 아이유 모두 이병헌 감독의 작품이 처음인데 어땠나
박서준: 원래 이병헌 감독의 작품을 다 좋아했기 때문에 궁금했다. 대사를 다 숙지하고 촬영에 임했는데 생각보다 다양한 템포로 대사를 했다고 생각했는데 감독님은 1.5배 더 빠르게 요구하는 느낌이 있었다. 충분히 연습을 하고 갔다 생각했는데 따라가기 쉽지 않더라.
아이유: 나도 감독님이 대사를 좀 더 빠르게 하길 원해서 노력했다. 표정 연기에서도 세세한 디테일이 많아 잘 캐치하려 노력했다.
Q. 이병헌 감독은 보다 양질의 코미디를 위해 노력한 점이 있나
이병헌 감독: 이 영화의 시나리오는 사실 ‘스물’보다 먼저 나왔다. 그때나 지금이나 비슷하게 열심히 하고 있다.
Q. 홈리스 월드컵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있다면
이병헌 감독: 2010년에 홈리스 국가대표 경기를 많은 사람들에게 소개해주고 싶다고 생각했다. 외진 곳이지만 우리가 봐야 하는 곳이라 생각했다. 많은 사람들이 즐길 수 있는 쉬운 형태의 대중 영화로 만들고 싶단 생각이 있었다. 약간의 지루함이 느껴질 것 같아 코미디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실화이고, 소외 계층을 다루기 때문에 너무 희극적으로 다가갈 순 없었다. 그걸 조절하는 게 가장 큰 숙제였다. 이렇게 결과물이 나왔는데 관객 분들이 어떻게 생각하실지 궁금하다.
Q. 영화 ‘리바운드’가 종목은 다르지만 스포츠를 다루고 있다. 작품 내에서도 리바운드라는 단어가 나온다. ‘드림’만의 차별점은 무엇인가
이병헌 감독: 우리 영화가 본격 스포츠 영화라고 할 순 없지만 차별점이 있다면, 다른 스포츠 영화들은 승리를 위한 영화다. ‘드림’은 조금 뒤처진 곳에서 보통을 향해 가는 것이다. 승리를 위해 사투한다기보다는 ‘우리’도 지금 경기장 안에 있고, 그 안에서 살아가는 것에 두려움이 없다는 메시지를 표현하기 때문에 조금 다르다.
Q. 박서준은 강하늘과 청년경찰 이후 오랜만에 재회했는데 함께 그라운드를 뛴 소감은
박서준: 정말 오랜만에 조우하게 됐다. 청년경찰에서도 같이 많이 뛰었는데 이 영화에서도 뛰게 됐다(웃음). 강하늘은 조금만 뛰면 되는 줄 알고 왔는데 많이 뛰고 갔다. 내가 강하늘에 열등감을 느끼는 캐릭터였기 때문에 따라가기 위한 마음으로 최선을 다해 뛰었다. 처음으로 월드컵 경기장에서 잔디를 밟으며 뛰는 게 내겐 큰 경험이었다.
Q. 강하늘이 노개런티로 우정 출연했다고. 어떻게 출연하게 됐는가
박서준: 나도 그렇고, 이병헌 감독님, 아이유와도 전작을 함께한 경험이 있어 선뜻 도와줬다. 너무 고맙다.
Q. 축구 경기 장면을 찍을 때 힘들었던 점은 없었나
고창석: 이 대본을 8년 전에 받았다. 8년 동안 기다렸다(웃음). 감개무량하다. 그때 찍었으면 힘든 척 연기를 했어야 했을 텐데 지금은 진짜 힘들었다(웃음). 그래서 더 자연스러웠다.
정승길: 캐릭터를 위해서 특별히 무언가를 했다기보다 시나리오를 처음 봤을 때 이거 좀 고생하겠다 싶은 마음은 있었다. 기초 체력을 많이 키워야겠단 생각에 산에 열심히 다녔다.
이현우: 난 축구 경기 장면보다 오늘 영화를 보며 나온 내 모습에 대해 얘기해 보겠다. 촬영 기간 중에 중단되었던 기간이 꽤 길었다. 재개 이후 다시 모여 드림 속 캐릭터로 연기했어야 했다. 눈이 안 보일 정도의 더벅머리를 유지하다가 다른 작품 때문에 잘랐다가 가발도 썼다가 했다. 내 눈엔 살짝 다른 점이 계속 보이는데, 관객 분들은 눈 감아주셨으면 한다.
양현민: 난 본능에 충실하게 연기한 것 같다. 많이 화를 냈다. 골키퍼를 하다 보면 넘어져서 공을 막아야 하고 많이 아팠다. 내가 막기 전에 수비들이 먼저 막아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화내는 연기를 했다. 이 자리를 빌려 내 화를 받아준 배우님들에게 감사드리고, OK를 해준 감독님께도 감사하다(웃음).
홍완표: 후반부에 나는 한 방이 있다. 헤어 스타일이나 피지컬을 위해 연구를 하면서 많이 신경을 썼다.
Q. ‘극한직업’ 이후 4년 만의 연출작이다. 2019년 영화계 호황 이후 영화계 상황이 안 좋았다. ‘드림’으로 꿈꾸는 목표치가 있나
이병헌 감독: 좋았던 시절에 질문을 받았으면 거만하게 답했을 것 같다(웃음). 우리 영화가 영화계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됐으면 한다. 분위기가 많이 다운되어 있고 좋지 않은데, 애써 만든 영화가 도움 되길 바란다.
Q. 각 캐릭터마다 다양한 스타일링을 선보였는데. 어떤 포인트를 주었나
이병헌 감독: 박서준, 아이유의 합류가 큰 도움이 되었다. 경기장 안에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그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거다. 난 이미지 캐스팅을 좋아한다. 홈리스 같다는 게 아니다(웃음). 김종수 선배님은 부자도, 가난한 사람도 모두 어울린다. 고창석 선배님은 마지막에 딸과 헤어지는 장면을 많이 상상했다. 시나리오 쓰면서도 많이 울었다. 정승길은 시나리오 쓰는 단계에서 애정이 많은 캐릭터 ‘범수’를 맡았다. 유일한 멜로를 담당하고 있다. ‘멜로가 체질’에서 못다 한 멜로를 만들어주고 싶었다. 선배님들은 연기적인 부분의 신뢰에 있어서는 다른 의심의 여지가 전혀 없었다. 이현우는 안아주고 싶은 사람을 찾았다. 또 잘 꾸민 얼굴을 봤을 때 기분이 좋아지는 사람이 필요했는데 이현우가 딱 그랬다.
Q.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영화다. 홈리스 캐릭터 같은 경우엔 어느 정도 그게 반영됐나
이병헌 감독: 브라질 용병을 썼다던가 경기 내용은 다 똑같다. 다만 캐릭터를 영화 적으로 창작했다. 그냥 내 맘대로 창작했다기보다는 ‘빅이슈’에 나온 홈리스 분들을 정말 많이 만나 뵙고 인터뷰했다. 인터뷰하며 들은 사연 내용에서 가져온 것들이 대부분이다.
Q. ‘극한직업’은 허구 소재로 1,000만 관객을 넘었는데 이제 실화를 바탕으로 영화를 제작한 소감은
이병헌 감독: 처음에 이 영화를 선택한 이유에 모든 것이 있는 것 같다. 소개하고 알려드리고 싶었고, 같이 생각하고 싶었다. 많은 분이 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가장 쉬운 형태의 대중 영화로 제작하게 됐다. 여기에 실화가 더해졌다. 많은 사람을 설득해내가는 과정에서 내가 버틸 수 있던 건 실화이기 때문이라 생각했다. 영화적인 효과도 있지만 내게도 동기 부여가 됐다.
Q. 결과보다 과정을 중시하는 영화가 많아졌다. 관객들이 필요한 부분을 ‘드림’이 어떻게 채워줄 거라 믿나
이병헌 감독: ‘드림’은 살아가며 조금 뒤처지거나 낙오되더라도 경기장 안에 있다는 게 중요하다는 걸 보여주는 거다. 경기를 뛰고 있다는 것, 그리고 경기장 안에서 우리가 최선을 다하는 이유는 경기가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걸 같이 생각하고 싶었다. 내가 쉽고 편하게 의도한 바를 전달하려 노력했다. 잘 닿길 바란다.
Q. 김종수, 허준석은 이병헌 감독과 많이 합을 맞췄는데
김종수: 밸런스가 굉장히 중요한 영화였다. 자칫 치우치면 의도한 바가 잘못 이해되기 쉬운 영화다. 열심히 했다(웃음).
허준석: 감독님과 워낙 오래 작업을 했고, 스타일을 조금 더 안다고 생각해 최대한 잘 맞춰서 하려고 했다. 한 번은 감정적으로 연기했는데 이병헌 감독이 ‘너무 감정적이기보단, 한 발 물러서서 편하게 얘길 해봐’라고 하더라. 그 장면을 오늘 봤는데 감독의 선택이 명확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 디렉팅에 충실히 따르겠다(웃음).
Q. 박서준과 아이유는 초반 티키타카가 몰입을 더했는데. 티키타카를 스크린으로 본 소감은
박서준: 그 장면을 정말 폭염 때 촬영했다. 너무 더웠다. 우리가 촬영했던 곳이 거의 그늘도 없었다. 더위에 다들 지쳐있는 상황이었는데 감독님이 좀 더 빠르게 해 보자고 했다. 더위에 지쳐서 몸이 흐물흐물해졌는데 빨리 찍어야 하는 장면이 그 장면이었다(웃음). 내 기억에는 아이유와 어떻게 해야 할지 대화를 좀 했던 것 같다. 서로 고민했던 장면으로 기억에 남는다. 어느 순간 내가 감독님을 따라 하고 있나 싶을 정도로 디렉션이 명확하고 ‘이렇게만 하면 되나’ 싶었다. 내겐 기억에 많이 남는 장면이다.
아이유: 나도 비슷하게 기억하고 있다. 실제로 모니터를 해보니 정말 더위를 먹어서 살짝 눈이 미친 사람 같더라(웃음). 그때 박서준과도 디렉션대로 표현하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OK를 받을 수 있을지 대화를 나누고 나서 OK를 받았다. 완성 장면을 보고 진짜 감독님이 우리 앞에서 보여줬던 그 호흡과 정말 유사하게 편집이 돼 이병헌 감독의 힘을 느꼈다. 나보다 박서준이 훨씬 더 빨리 OK를 받아내기도 하는 걸 보며 부러웠다.
Q. 영화를 보니 아이유의 ‘스물셋’이라는 영화가 떠올랐는데. ‘열정 LESS’라는 캐릭터에 본인의 모습이 얼마나 투영됐나
아이유: 처음 시도해 보는 캐릭터라 많이 이끌렸다. 닮은 듯, 안 닮은 듯 아주 다르지 않은 모습이었다. 나도 데뷔를 일찍 하면서 사회생활도 빨리 했고 열정이 소강상태가 되는 상태를 경험해보기도 했다. 그래도 잘 모르겠는 부분은 감독님의 말투와 디렉션에서 많이 참고했다.
Q. 정승길은 유일한 멜로 연기를 했는데. 박서준을 연적으로 만난 소감은
정승길: 멜로 연기를 제대로 소화했는지는 모르겠다. 영화 속 ‘진주’ 역할의 배우는 실제 내 아내인 배우 이지현이다. 난 아내와 연기하는 걸 부담스러워하는데 이번엔 피할 수가 없었다. 어떻게 보였을지 잘 모르겠다. 배우로서 내 모습을 객관적으로 바라보지를 못하는 편이다. 예쁘게 봐주셨으면 하는 바람이 큰 상태다.
박서준과 아이유의 웃음 유발 티키타카는 물론 조연 배우들의 탄탄한 연기력, 이병헌 감독 특유의 ‘말맛’을 살린 찰진 대사에 감동 한 스푼을 더한 영화 ‘드림’은 오는 4월 26일, 극장에서 만날 수 있다.
글 임재호 기자 mirage0613@bntnews.co.kr
사진 김치윤 기자 cyk78@bntnews.co.kr
Copyright © bnt뉴스.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