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맥] 10대까지 침투한 마약범죄, 뿌리뽑는다

곽근아 2023. 4. 17. 19:32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KBS 대구]뉴스의 흐름, 사안의 맥을 짚어보는 쇼맥뉴스 시간입니다.

아이스, 떨, 퐁당.

이 말들은 마약 매매나 투약자들이 쓰는 은어들입니다.

그들 사이에서 '아이스'는 필로폰 가루, '떨'은 대마초, '퐁당’은 상대방의 술 등에 마약류를 몰래 넣어 마시게 한다는 의미로 통합니다.

일반 사람들은 이 말을 모르는 것이 당연하지만 지금은 알아야 할 이유가 생겼습니다.

아이스 운반 아르바이트를 구한다는 구인 광고를 보고 갔다가 뭔지도 모르고 배달해 준 뒤 마약 운반책으로 몰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 마약 범죄집단은 마약을 전달할 때 주로 '던지기'라는 수법을 이용하는데요.

구매자가 검색 엔진에서 마약을 뜻하는 은어만 치면 텔레그램으로 연락이 옵니다.

텔레그램이 대화방을 나가면 흔적이 남지 않는 점을 이용하는 거죠.

거래 역시 철저히 비트코인 등으로 하고요, 비용 지불이 확인되면 지하철 물품 보관함 등의 특정 장소로 마약이 배달됩니다.

만나서 직접 전달하다 단속될 위험이 덜하기 때문에 이같은 던지기 수법이 흔히 사용되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운반책은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범죄자가 되기도 합니다.

특히 술집이나 클럽 등에서 상대방에게 몰래 마약이 든 음료를 마시게 하는 수법을 뜻하는 퐁당은, 자신도 모르게 마약의 늪으로 빠져들게 될 지도 모르는 위험한 단어입니다.

더 큰 문제는, 바로 이런 마약들이 10대들에게도 빠르게 침투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방금 보신 보도처럼 최근 강남의 한 학원가에서 마약이 든 음료를 학생들에게 속여 마시게 한 뒤 신고하겠다며 학부모를 협박해 돈을 뜯어내려 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마약 음료를 만든 제조책 등 3명은 곧바로 구속됐고 사건은 인터폴 적색수배까지 내려지며 수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특정 범죄집단이나 유흥가 종사자, 일부 연예인들에서 적발되던 마약이 어떻게 이렇게 급속히 사회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는 걸까요?

코로나19를 거치며 비대면 온라인 구매와 해외 직구가 대폭 늘면서 적발이 쉽지 않고, 해외 교류가 활발한 젊은층 사이에서 마약에 대한 경각심도 느슨해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입니다.

실제로 마약 범죄는 해마다 크게 늘고 있습니다.

올해 1월과 2월 두 달 동안 마약을 팔거나 사용하는 등 경찰에 검거된 마약사범은 2천 6백여 명입니다.

지난 해 같은 기간 천 9백여 명보다 35% 늘어났습니다.

10대와 20대 마약사범 역시 급속도로 늘고 있는데요.

2017년 15.8% 이던 10대와 20대의 마약사범 비중은 지난 해 34.2%로 5년 만에 2배 이상 증가했습니다.

이 가운데 10대는 2017년 119명에서 지난해 481명으로 무려 4배나 폭증했습니다.

10대들은 알고 마약에 손을 대는 것보다 모르고 빠져드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합니다.

처음 필로폰을 소량으로 접한 피해자들은 고카페인 음료처럼 각성과 집중력이 높아지는 것 같다고 진술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마약은 환각과 뇌세포 파괴 등 인체에 치명적인 피해를 줄 뿐 아니라 심각한 중독증세를 동반합니다.

청소년들은 타인이 주는 음료를 함부로 마셔셔는 안 된다고 전문가들이 강조하는 이유입니다.

이처럼 마약이 우리 일상으로 독버섯처럼 퍼져 나가자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했습니다.

지금 근절하지 않으면 늦어버린다고도 했습니다.

인구 10만 명당 연간 20명 미만이면 얻게 되는 마약청정국의 지위.

인구 5천만 명인 우리 나라는 연간 만 명이 안 돼야 마약청정국이 될 수 있는데, 해마다 2만 명 가까이 마약 범죄가 발생하면서 2015년 이미 마약청정국의 지위를 잃었습니다.

검찰은 한동훈 장관 지시에 따라 대검찰청 마약 강력부를 부활시킬 방침입니다.

마약수사에 대한 전문성과 범죄대응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서입니다.

각 지역의 경찰들도 전담 수사팀을 재정비하고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했습니다.

교육청과 합동으로 중고등학교를 돌며 마약예방 집중 교육도 실시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마약 범죄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단속과 함께 반드시 병행해야 할 것이 중독자 치료라고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

대검찰청 자료를 보면 전체 마약류 사범 3명 중 1명 꼴로 다시 마약에 손을 대고 있습니다.

한번 마약에 중독되면 빠져나오기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때문에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마약범죄 소탕과 함께 중독자 재활치료, 대시민 예방 교육까지 전방위적으로 이뤄져야 할 것입니다.

지금까지 쇼맥뉴스 곽근아입니다.

그래픽:이보경

곽근아 기자 (charter77@kbs.co.kr)

Copyright © K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이용(AI 학습 포함)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