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학수의 골프 오디세이 <129> LIV 골프 우승 54억 ‘잭팟’ 대니 리 인터뷰] “돈보다 나를 증명한 게 좋다…한국 오픈 우승도 꿈”
“엄청난 돈이라 기분이 좋았던 건 사실이죠. 우리 팀 선수들에게 저녁 한턱냈고, 친한 친구인 존 허(재미교포 골퍼) 결혼식에서 좋은 자리를 만들었어요. 하지만 저는 돈만 바라보고 골프를 하지는 않았어요. 다시 우승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해서 진짜 기뻤어요.”
LIV 골프 2023시즌 3차 대회(이하 현지시각 3월 31일~4월 2일·총상금 2500만달러)가 열리는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의 오렌지 카운티 내셔널리그에서 만난 뉴질랜드 교포 골프 선수 대니 리(33)는 밝은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다. 그는 2주 전 ‘잭팟’을 터뜨렸다. 올해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가 주도하는 LIV 골프 시리즈로 이적한 대니 리가 3월 20일 올 시즌 2차 대회에서 우승해 412만5000달러(약 54억원) 상금을 거머쥐었다. LIV 골프는 컷 탈락 없이 3라운드 54홀 동안 개인전과 동시에 단체전을 치르고, 단체전에 별도로 500만달러(우승 300만달러, 2위 150만달러, 3위 50만달러) 상금을 준다. LIV 골프는 지난해 6월 출범해 총 8개 대회로 열렸는데, 올해는 14개 대회를 치른다. 마지막 대회는 총상금 5000만달러(약 654억원)를 걸고 단체전만 열린다. 팀당 4명씩 12개 팀 48명이 대회를 치른다.
2차 대회에서 개인전 우승 상금 400만달러를 받은 대니 리는 케빈 나와 재미 교포 김시환, 짐바브웨의 스콧 빈센트 등과 한 팀을 이룬 단체전에서 3위를 차지해 단체전 상금 12만5000달러(3위 상금 50만달러를 4명이 나눔)까지 모두 412만5000달러를 받았다. 대니 리는 루이 우스트히즌(남아공), 카를로스 오르티스(멕시코), 브렌던 스틸(미국)과 연장전을 벌여 연장 3차전에서 홀까지 7.5m 떨어진 그린 바깥 러프 위에서 빗자루 퍼터라고 불리는 롱 퍼터로 극적인 버디를 잡아 승부를 결정지었다. 2015년 7월 PGA투어 그린브라이어 클래식 이후 7년 8개월 만에 우승했다.
올랜도 대회 도중 만난 대니 리는 “다시는 우승과 인연을 맺을 수 없다고 생각했는데 아직도 좋은 경기를 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해 정말 기뻤다”고 당시의 감격을 떠올렸다.
LIV 골프에 오자마자 우승했다.
“케빈 형(케빈 나)이 우리 팀(아이언 헤드)을 위해서 뛰어달라고 연락했을 때 정말 기뻤다. 골프는 개인 운동이다 보니 이전엔 경기가 뜻대로 풀리지 않고 성적이 나쁘면 대충 치거나 포기할 때도 있었다. 지금은 팀 4명 중 성적이 좋은 3명의 성적을 합산하기 때문에 한 샷도 대충 치는 샷이 없고 끝까지 최선을 다하게 된다. 나를 잊고 팀을 위해 헌신하자는 생각을 하다 보니 골프의 즐거움을 다시 찾게 됐다. 아이언 헤드에서 뛰는 우리는 LIV 골프에서 아침에 가장 먼저 훈련장에 와서 가장 늦게까지 연습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번에 처음으로 단체전 입상을 해서 팀원들이 모두 기뻐했다. 빈센트를 빼고는 우리 모두 라스베이거스에 살기 때문에 대회장 이동이나 연습하기 좋은 조건이다.”
대니 리는 리디아 고(26)가 ‘천재 골프 소녀’로 이름을 날리기 전 뉴질랜드에서 가장 주목받는 골퍼였다. 2008년 US 아마추어 챔피언십에서 타이거 우즈가 갖고 있던 18세 7개월의 대회 최연소 우승 기록을 18세 1개월로 경신했다. 2009년에는 아마추어 신분으로 조니 워커 클래식에서 유럽 투어 최연소 우승을 차지하는 등 아마 세계 1위로서 화려한 시절을 보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나이 차이가 있어서 뉴질랜드에서 리디아랑 겹친 적은 없다. 어린 시절 뉴질랜드 팬들과 언론의 주목과 기대를 많이 받았다. 티칭 프로인 어머니에게 어려서 골프를 배웠고 한국에서 주니어 국가대표 상비군을 지내다 부모님을 따라 뉴질랜드로 이민했는데 골프 환경이 참 좋았다. 골프가 마음먹은 대로 잘되던 행복한 시기였다.”
프로가 돼서는 ‘제2의 타이거 우즈’가 될 것이라는 기대만큼은 하지 못했다.
“오직 골프만 생각하고 골프를 위해서 모든 걸 하겠다는 생각으로 살아왔다. 하지만 주변에선 그런 내 모습을 우려의 시선으로 보기도 했다. 1년에 PGA투어 30개 안팎의 대회를 계속 뛰었고 부상이 있어도 참고 뛰려고 했다. 그러다 허리와 등, 손목 등을 크게 다쳤다. 한 번은 PGA투어 대회 도중 디스크가 파열된 적이 있는데 의사가 조금만 더 찢어졌다면 골프를 다시 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걱정했다.”
LIV 골프로 이적하는 데 고민이 많지 않았나.
“미국프로골프(PGA)투어에서 11시즌을 뛰며 통산 상금 1536만3106달러(약 200억원)를 벌었다. 2부 투어에 갔다 온 것은 한 번뿐이었다. 우승은 2015년 그린브라이어 클래식이 유일했지만 2등도 많이 했고 10위권에도 많이 들었다. 내가 원하는 대로 경기가 풀리지 않으면서 지쳐갔다. 환경을 바꾸고 싶었다. LIV 골프가 열리는 코스 중에는 내가 좋은 성적을 냈던 곳이 많았다. LIV 골프가 출범할 때 나도 참가할 생각이 있었는데 결국 1년 늦어졌다.”
2차 대회에서 우승할 때 롱 퍼터를 아주 잘 다루더라.
“퍼팅이 너무 안 돼서 지난해 롱 퍼터로 바꿨다. 우승한 대회가 롱 퍼터를 사용한 지 9번째 대회였다. 헤드 무게를 이용해서 밀어주기만 하면 되니까 불필요한 손동작을 없애주는 효과가 있다. 연장전에서 버디를 잡아 우승할 때 웨지를 사용하지 않은 것은 갤러리들이 많이 밟고 다니는 곳이어서 도저히 웨지를 사용할 수 없었다. 러프에서 그린까지 길이가 많이 남아서 좀 세게 쳤는데 정말 세게 맞았다. 그런데 그게 깃대 맞고 들어갔다. 하하하.”
LIV 골프가 2년째를 맞았지만, 기대만큼 관심을 못 끌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사흘짜리 54홀 대회여서 4라운드 대회만큼의 값어치가 없다고도 한다. 정상급 선수들이 거의 참석하지 않은 PGA투어 일반 대회보다 시청률이 10분의 1밖에 되지 않는다는 자료도 나왔다.
“선수들이 돈만 보고 여기에 왔다고 하는데 여기 선수들도 열심히 한다. 대회마다 갤러리가 많이 온다. 나흘짜리 대회는 한 라운드를 못 쳐도 만회할 기회가 있지만 3라운드 대회는 빈틈없이 쳐야 한다. 어느 쪽이 더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없다. 여기선 2년밖에 안 됐는데 PGA투어 시청률의 10분의 1이라고 하면 적다고 볼 수 없다는 분위기다. 4월 21~23일 호주 애들레이드에서 열리는 호주 대회에는 벌써 하루 2만 명씩 6만 장의 티켓이 모두 팔려서 추가로 표를 2만 장 가까이 더 찍기로 했다고 들었다. 다들 호주 대회가 터닝 포인트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앞으로 어떤 목표를 갖고 있나.
“빨리 우승 수를 추가하는 것이다. 메이저 대회에서도 우승하고 싶다. 그리고 올해 한국 오픈에 참가할 생각이다. 한국 오픈에서 우승하는 건 어릴 때부터 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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