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 로이어 | ‘배달망 탈취’ 플랫폼 꼼수 차단한 법무법인 디라이트] “플랫폼과 배달대행 간 영업권 양수도·위탁관리 계약은 무효”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이 장기화하면서 배달 업계는 호황을 맞았다. 정부의 사회적 거리 두기 조치로 배달 음식 주문이 폭증함에 따라 자연스럽게 배달 업체 간 경쟁도 치열해졌다. 배달 주문량에 비해 배달 기사 수가 부족해지면서 인력 모시기 경쟁에 열을 올렸고, 이른바 지역의 ‘배달망(기사·음식점과 거래 네트워크)’을 확보하기 위한 총성 없는 전쟁도 벌어졌다.
생각대로·바로고·부릉 등 플랫폼은 식당으로부터 음식 배달 요청을 접수해 지역 배달대행업체에 전달하는 역할을 하는 ‘분리형 배달대행 앱’이다. 배민라이더스·요기요익스프레스·쿠팡이츠처럼 앱으로 접수된 소비자 주문을 직접 배달 기사에게 전달하는 통합형 배달대행 앱과는 역할이 구분된다.
분리형 배달대행 앱은 각 지역의 배달 기사들을 확보한 대행업체와 계약을 맺고 음식점에서 주문이 들어오면 대행업체에 기사를 요청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지역의 네트워크를 충분히 확보한 대행업체를 선점하는 게 수익과 직결되는 구조인 것이다.
이런 과정에서 배달 플랫폼과 지역 대행업체 사이의 불공정 계약이 쏟아졌다. 플랫폼 회사의 과열 경쟁으로 대행업체의 이동이 잦아지자 업체가 쉽게 움직일 수 없도록 각종 조항을 계약에 포함하기 시작한 것이다. 계약 해지 후 경업금지(경쟁업종 취급 금지) 의무를 부과하는 것은 물론 업체가 구축한 네트워크를 양도받는 이른바 ‘배달망 탈취’ 조항도 만들어졌다.
결국 플랫폼 회사와 대행업체 간의 민형사 소송 등 법적 분쟁이 발생하는 일이 잦아졌고,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는 플랫폼과 대행업체가 체결한 지점운영계약 조항에서 불공정한 부분을 시정하도록 조치했다.
‘영업권 양도’ 꼼수 쓴 배달 플랫폼
공정위의 시정 조치를 받은 플랫폼 회사는 다른 방법을 생각해냈다. 대행업체와 지점 계약이 아닌 영업권 양수도 계약과 위탁관리경영 계약을 체결하는 것이다. 기존에는 ‘대행업체가 플랫폼 회사와 계약을 해지하면 배달망 정보 등을 넘겨야 한다’는 조항이 담겼다면, 이제는 ‘배달망을 포함한 대행업체의 영업권을 플랫폼 회사가 미리 양도받는 방식’으로 꼼수 계약을 만든 것이다.
플랫폼 회사는 대행업체에 지원금 명목으로 돈을 빌려주고, 그 대가로 영업권을 임의로 양도받는 양수도 계약을 별도로 체결하기 시작했다. 지역의 한 대행업체 운영자 A씨도 2019년 3월 영업권을 양도하는 방식으로 B사와 계약을 체결하고 그 대가로 1억2000만원의 지원금을 받았다. A씨는 이듬해 12월 B사보다 콜당 수수료가 더 낮은 경쟁사와 계약을 체결했고, 음식점 정보와 배달 기사 정보 등을 사용해 배달 업무를 수행했다. 이에 B사는 A씨를 자신들의 영업 비밀 또는 주요한 자산을 빼돌려 사용한 혐의로 고소했다.
검찰은 영업권 양수도 계약을 맺으면서 배달망 정보를 이미 B사로 이전했고, 그 순간 B사의 영업 비밀이 된 배달망 정보를 경쟁사에 누설했다고 판단해 A씨를 기소했다. 검찰은 A씨가 부정한 이익을 얻거나 B사에 손해를 입힐 목적으로 영업 비밀을 B사의 경쟁사를 위해 사용·누설·취득했다고 주장했다.
법원, ‘배달 분쟁’서 계약 무효 첫 판단
A씨의 변호를 맡은 법무법인 디라이트(노경종·최영재·안희철·표경민 변호사)는 계약 자체를 부정하기로 했다. 배달망을 포함한 영업권을 양도하는 내용의 계약은 공정위의 시정 조치 등 배달망 탈취 금지 규제를 잠탈(潛脫)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으로 계약 자체가 불공정하다는 것이다.
디라이트는 계약의 실질은 금전소비대차라고 주장했다. 대행업체에 바이크 등을 확보하기 위해 필요한 자금을 지원금 명목으로 빌려준 것이라는 취지다. 노경종(변호사시험 3회) 변호사는 “배달망을 양도하는 계약의 실질은 고리의 금전소비대차 계약으로 볼 수 있다”며 “플랫폼은 해당 지역의 수요가 어느 정도나 될 것인지 분석하고 그 규모에 따라 기대 수익을 일종의 담보로 돈을 빌려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디라이트는 계약서 조항을 하나하나 분석해 ‘불공정 계약’이라는 점을 입증했다. 계약서에는 위약벌 조항과 손해배상 조항이 담겨 있었는데, B사가 A씨에게 준 지원금은 1억2000만원인 반면 A씨가 계약을 위반할 때 배상해야 할 금액은 약 13억원이었다. 최영재(3회) 변호사는 “정상적으로 영업권을 넘기고 위탁받아서 운영한다는 목적이 아니고, B사가 A씨의 이탈을 막기 위한 목적으로 만든 불공정한 계약에 불과하다는 점을 설명했다”고 말했다.
디라이트는 B사가 영업권을 양도받았지만, 실제 영업의 주체는 A씨라는 점도 설명했다. 만약 A씨가 B사로부터 경영관리를 위탁받은 것이라면 범위 내에서만 업무를 수행하고 비용도 부담할 필요가 없는데, A씨는 사업자를 낸 뒤 벌어들인 수익에 대해 세금 처리를 했고, 배달 기사 조끼나 헬멧 등을 직접 구매했다는 것이다. ‘계약의 실체가 없다’고 주장한 셈이다.
아울러 배달망 정보 자체가 영업 비밀 또는 주요한 자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도 주장했다. 가맹점 상호·주소·연락처나 배달 기사 정보 등은 기사가 한 지역에서 배달을 하다 보면 당연히 알 수밖에 없는 정보라는 것이다. 현행법에 따르면 영업 비밀은 ‘공공연히 알려져 있지 않고, 독립된 경제적 가치를 갖는 것’으로 규정한다.
결국 법원은 2022년 9월 “배달망 정보 등이 영업 비밀 내지 주요한 자산에 해당된다고 보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영업권 양도 계약 및 위탁관리경영 계약이라는 처분 문서의 문언에도 불구하고 그 실질은 금전소비대차 계약으로 판단된다”며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이 이 판결에 불복해 항소하면서 현재 2심에서 계류 중이다.
노 변호사는 “계약서에 형식적인 흠결이 전혀 없고, 당사자가 자유로운 의사에 따라 직접 날인한 게 맞음에도 불구하고 ‘대행업체가 영업권을 넘기고, 플랫폼 회사로부터 경영을 위탁받아 일하는 것’으로 해석한 게 아닌, ‘플랫폼이 해당 지역의 기대 수익을 담보로 돈을 빌려준 것’으로 판단한 것”이라며 “처분 문서의 효력을 부인하고 무죄를 선고한 것은 처음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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