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강남 공실률 뚝…1인당 오피스 사용 면적 늘어 | 테헤란로·광화문 미어터져…서초·서소문까지 오피스 개발 확장
서울의 핵심 업무지구인 강남 테헤란로와 광화문 일대에서 오피스 수요가 늘면서 인근 지역으로 개발이 확장되고 있다. 코로나19를 거치면서 강남의 공실률을 빠르게 떨어뜨린 테크 기업들이 광화문과 여의도 등지에까지 진출하면서 결과적으로 업무지구를 확장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산업 고도화와 함께 1인당 오피스 사용 면적이 늘고 거점 오피스 등 가수요가 가세한 게 확장 요인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부동산 컨설팅업체 컬리어스가 3월 8일 발표한 ‘2023 한국 상업용 부동산 시장 트렌드’ 보고서에 따르면 테헤란로를 중심으로 형성된 강남권역 업무지구는 강남역과 서초역으로, 광화문을 중심으로 형성된 도심권역의 경우 서소문과 서울역 인근으로 확장되고 있다.
강남권, 대형 오피스 공급 제한적
강남권역은 개발 가능한 부지가 부족해 대형 오피스 공급은 당분간 한정적일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테크 기업의 선호가 강해 대형 개발 계획의 범위가 테헤란로에서 강남역, 교대역, 서초역까지 확장되고 있다.
강남역 인근에는 롯데칠성 부지에서 47층 규모 오피스, 호텔, 문화시설 개발이 예정돼 있다. 서초 코오롱 스포렉스 부지에서는 25층 규모 복합업무시설이 개발된다. 이들 업무단지 면적을 합치면 강남역 삼성타운을 포함할 경우 약 8만6000㎡ 규모로, 현재 삼성동에서 추진되고 있는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의 면적(7만9000㎡)보다 넓다.
또 서초역 인근 서초정보사 부지에서는 부동산 개발사인 엠디엠이 오피스와 산업타운을 조성할 계획이다. 엠디엠그룹은 신한은행, 이지스자산운용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9만6797㎡ 부지를 1조956억2500만원에 매입했다. 개발이 완료될 경우 오피스, 호텔, 미술관 등을 갖춘 친환경 첨단 단지가 조성된다.
기존에 광화문에 집중돼있던 도심 권역의 빌딩들은 서소문 지구와 서울역을 중심으로 신규 공급되거나 재개발될 예정이다. 서소문 10, 11, 12지구에서 통합 개발을 통한 신규 오피스 공급이 계획 중이며 삼성생명 서소문빌딩에는 오피스동 2동과 콘서트홀이 결합한 재건축이 진행될 예정이다.
서울역 인근 봉래1지구에는 메리츠화재가 지상 20층 높이의 오피스 빌딩을 건립할 예정이다. 또 서울역 부근 철도 부지(2만9000㎡)는 지하 6층에서 지상 38층 규모, 총 5개 건물로 이뤄진 연면적 35만㎡의 전시, 호텔, 업무 복합단지로 개발될 예정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서울 강남 지역의 오피스 공실률은 4.2%로 전 분기 대비 0.2%포인트 상승했지만, 여전히 전국 최저 수준이다. 도심권역의 오피스 공실률은 10.1%로 전분기 대비 0.4%포인트 줄었다.
서울 오피스 임대 시장이 침체한 주택 매매 시장과 달리 활기를 유지하는 데는 부동산 경기 침체에 반응이 늦은 오피스 시장 특성에 더해, IT 기업 수요가 많은 부동산 유형이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비대면 경제 부상에 테크 기업 입주 수요 증가
코로나19 사태로 비대면 경제가 급성장하면서 수혜를 입은 테크 기업이 강남 오피스 선점에 나섰고, 공실률이 ‘제로’에 가까워지자 광화문 등 타 지역의 오피스를 찾게 됐고 이 때문에 이들 지역의 공실도 빠르게 줄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서울 강남의 오피스 공실률은 현재의 두 배 수준인 7.4~8.1%에 달했다. 게다가 서울 오피스 시장은 도심과 강남, 여의도 등 3대 권역 모두 올해까지 신규 공급이 없을 예정이다. 임차 수요에 비해 공급량이 부족해 당분간 이 같은 분위기는 지속될 전망이다. 상업용 부동산 서비스 기업 세빌스코리아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에서 공급된 신규 프라임급 오피스 빌딩은 없다. 프라임급은 통상적으로 연면적 3만3000㎡(1만 평) 이상인 경우를 일컫는다.
최재견 신영 리서치센터장은 “강남과 판교는 ‘완전 임대 시장’이라고 표현할 만큼 공실률이 낮은 지역으로 ‘프라임 A’ 등급 오피스 공실률은 1%도 안 되는 곳이 많다”면서 “산업이 고도화되면서 오피스 수요가 늘고 있는 데다 수급 불균형까지 겹쳐 서울 내 업무 지구가 점차 확장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그는 이어 “최근 경기가 어렵다고 하지만 아무리 후퇴한다 하더라도 국제통화기금(IMF) 당시의 위기 수준이 아닌 이상은 조금씩 성장하기 마련”이라면서 “산업 성장과 함께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1인당 오피스 사용 면적이 늘고, 거점 오피스 등 공유 오피스 수요도 늘어 가수요까지 가세하고 있는 것도 오피스 시장 확장의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오피스 매매 시장은 여전히 침체…공급 부족으로 임대료는 상승할 듯
다만 금리 인상으로 인한 대출 부담과 경기 불안 등으로 매매 시장은 여전히 침체한 분위기다. 상업용 부동산 기업 부동산플래닛에 따르면 2021년 서울 오피스 거래 규모는 약 6조5000억원으로 2014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지만 2022년 1~10월 기준 약 4조원에 그쳤고, 매매가격 상승률도 둔화되고 있다.
올해 들어서도 오피스 거래 가뭄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에 따르면 지난 1월 서울 상업·업무용 빌딩 거래량은 48건으로 2022년 12월 94건 대비 48.9% 감소하면서 역대 최저치에 그쳤다.
한편 향후 3년간 서울 오피스 시장에서는 공급 부족 현상이 이어지면서 임대료는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KB경제경영연구소에 따르면 2025년까지 서울 지역에 공급될 신규 오피스 물량은 연평균 72만㎡(21.8만 평)로 지난 5년간 연평균(31.8만 평)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이 와중에 거래는 활발하다. 지난해 1~3분기 연면적 1만㎡ 이상 서울 대형 오피스 거래 건수는 35건으로 2000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신규 공급이 없는 상황에서 거리 두기에 따른 오피스 임대 수요가 늘어난 데다 투자 수요가 겹쳤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반면 상가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기면서 빈자리가 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은 지난해 3분기 서울 중대형 상가(3층 이상, 연면적 330㎡)의 평균 공실률은 9.7%라고 발표했다. 분기별 공실률은 코로나19가 확산하기 시작한 2020년 1분기 7.9% 이후 꾸준히 상승해왔다.
KB경제경영연구소는 “경기가 위축되면 오피스 임대 수요 감소와 이에 따른 임대료 정체 가능성이 있지만 우량 임차인과 장기 임대 계약 비중이 높은 프라임 오피스 시장의 경우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수익이 기대된다”며 “2023년 하반기 이후 금리 안정으로 선순위 대출 금리가 오피스 매입금 대비 순수익률을 하회할 경우 오피스 투자 수요 회복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재택근무 늘면서 공유 오피스도 주목
코로나19 여파로 재택근무가 강화되면서 오피스 시장 내에서 공유 오피스도 활력을 얻고 있다. 비대면 근무 확산에 따른 신규 수요가 새롭게 생겨난 영향이다. 재택근무의 업무 효율성 문제를 보완하는 방법으로 거점 오피스를 활용한 근거리 출근 제도를 도입하는 회사가 늘어났고, 이 수요가 공유 오피스로 옮겨갔다.
여기에 보증금이 일반 오피스보다 낮고 임대차 계약 기간을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다는 장점이 스타트업을 유입하고 있다. 실제 공유 오피스의 임차 비용은 일반 오피스 임대보다 낮은 수준이다.
KB경제경영연구소에 따르면 공유 오피스의 1인당 평균 임차 비용은 30만~60만원 수준으로 10인 미만 사업체의 경우 유지 관리비 등 추가 비용 고려 시 공유 오피스가 일반 오피스 임차 비용(프라임급 40평 임차 기준 500만원 내외)보다 유리하다.
특히 공유 오피스 시장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KT경제경영연구소는 1인 기업의 성장세로 인해 2017년 약 600억원 규모에 불과했던 국내 공유 오피스 시장이 지난해 기준 7700억원 규모로 성장한 것으로 추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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