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B들의 재테크 강의 <3>] 내 인생에 그림 하나 어떨까…자산과 미술의 상생 시대
미술 시장은 더 이상 개인의 기호와 취향에 머물지 않고 적극적인 투자와 자산의 영역으로 여겨진다. 어떤 이코노미스트가 ‘자본과 미술의 신(新)밀월 시대’라고 명명할 만큼, 미술품을 보는 시각이 자산이자 투자 대상으로 변화하고 있다.
미술품도 여러 자본시장처럼 미국이 43%(2021년 기준)를 차지하는 절대적인 큰 시장이다. 이어 20%의 중국 시장과 17%의 영국 시장이 뒤를 잇고 있다. 세 곳의 시장 점유율만 80%에 달한다. 따라서 세계 미술품 시장을 단시간에 둘러보고 싶다면 뉴욕, 상하이, 런던을 차례대로 돌면 어떨까 생각해본다.
2021년 글로벌 미술품 시장 거래액은 367억달러(약 48조330억원)였다.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 기간 제시된 재정 부양 및 통화 완화 정책, 부동산과 주식 등의 자산 가치 급등으로 고액 자산가의 유동자금이 증가한 결과다. 최근 금리 급등으로 인해 이 거래 규모는 다소 위축될 것으로 전망한다. 실제 일부 어정쩡한 포지션의 작품은 가격 하락을 보이고 있다. 결국 진정한 가치는 경기 확장 및 수축에 따라 검증된다.
최근에는 NFT(Non Fungible Token·대체 불가 토큰) 아트에 대한 투자가 급증하면서 새로운 형식의 미술품이 시장의 경계를 확대하고 있다. 금융과 테크의 결합이 자연스럽게 시장을 재편하는 효과도 보였다. 이는 앞으로도 지속될 전망이다.
국내 미술품 시장도 MZ 세대(밀레니얼+Z 세대·1981~2010년생)의 미술 투자 열기로 매년 큰 폭으로 성장하고 있다. 2021년 한국 미술 시장 규모는 9157억원이며 2022년 상반기 한국 미술 시장 규모는 약 5329억원으로 추산됐는데, 연간으로는 1조원을 넘겼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말한 미술 시장을 바라보는 일반 대중의 시선이 확연히 달라졌다는 방증이다.
지난해 9월 국내 최대 규모의 아트페어인 한국국제아트페어(KIAF·키아프)와 동시에 개최된 프리즈(Frieze) 아트페어가 흥행에 성공하면서 글로벌 대형 갤러리 및 컬렉터들이 한국 미술 시장을 재조명했는데, 국내외 관람객 7만여 명이 방문, 업계 추정 판매액은 6000억원 이상이었다. 필자도 프리즈 관람을 하러 가서 마치 환승역을 방불케 하는 관람 인파에 놀란 기억이 있다.
재테크로서 미술품의 장점
세계적으로 미술품은 슈퍼리치(초고액자산가)의 자산 가치 보존 및 증식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부유층은 심미적 만족감 외에도 차익 실현을 위한 투자, 절세, 과시, 네트워크 형성 등의 목적으로 미술 작품을 구매한다. 미술품은 시장 및 정부 정책에 의해 가격이 변하는 다른 자산과 달리 단기 이벤트의 영향을 적게 받으며 대체로 인플레이션(물가 상승)과 함께 가치가 상승한다. 물론 검증된 우량 작가의 경우를 말한다.
장기적으로 미술품 수익은 전략적 자산 배분 방법론이 다루는 모든 자산 유형과 낮은 상관관계를 보여 자산 포트폴리오의 리스크를 완화하는 데 기여한다. 예를 들어 1995~2020년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은 연평균 9.9%의 수익률을 보인 반면, 현대 미술은 같은 기간 연평균 14.3%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이런 자료를 보다 보면 당장 통장을 들고 미술 시장(갤러리, 옥션 등)으로 달려갈 생각이 들 수도 있겠다.
미술품 관련 세제도 일반 재화 대비 매력적이다. 미술품 소장자의 양도 소득은 항상 ‘기타소득’으로 분류된다. 생존해 있는 국내 작가의 작품 양도는 금액에 상관없이 무제한 비과세다. 가령 국내 생존 작가인 이우환 작가의 작품을 5억원에 매입해 10억원에 판매할 때도 비과세가 된다. 국내 작고 작가 또는 해외 작가의 경우에는 작품당 6000만원 이하이면 비과세다. 또한 세금을 내는 경우라도 소득에서 차감하는 필요 경비가 최대 90%까지 인정된다. 예를 들어 10년 전 1억원에 구입한 앤디 워홀 그림을 2억원에 판매한다고 할 때, 1억원의 이익 중 90%(9000만원)는 경비 처리돼 나머지 1000만원에 대한 양도세 약 220만원만 납부하면 된다. 실제 컬렉터가 부담하는 실효세율은 2.2%에 불과한 셈이다.
다른 소득이 있는 경우에도 합산하지 않고 (경비 처리 후 남은 금액의) 22%만 부담하면 된다. 또한 취득, 보유 시 세금이 없다는 점도 장점이다. 무엇보다 일반적인 보석이나 골드바를 소지할 때는 타인이 알면 안 되는 불안감도 있겠지만, 좋은 미술품을 소장하면 타인과 정서적 교감을 할 수 있는 좋은 소재를 갖게 된다.
미술품 투자 방법과 알아둬야 할 것
첫째, 가장 일반적인 미술 투자 방법은 옥션(경매)을 통한 구매다. 현재 가장 활발한 경매시장은 서울옥션과 K옥션 두 회사다. 온라인 옥션도 잘 구축돼 있어 인터넷 쇼핑몰에서 물건을 사는 것처럼 쉽게 접근할 수 있다. 서울옥션, K옥션 둘 다 자체 건물에 상설 전시 공간이 있으며 다양한 미술 강좌를 개설하므로 시간이 허락한다면 심도 있는 공부를 할 수 있다.
경매의 장점은 매매 자료가 누적돼 있어 내가 구입하는 미술품의 가격 이력을 조회할 수 있다는 점이고, 그러한 자료가 많은 작품은 되파는 절차도 비교적 쉽다. 단점으로는 현재 유행하는 작가에게 치중해 다양한 작품 매매가 어려워 향후 급등할 신진 작가 작품에 접근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미술품 전반적으로는 시장성이 좋지 않은 작품을 구매했을 때, 되팔기가 어려워 비자발적 장기 소장을 할 수 있다는 점도 단점이다. 구입 후 보관을 잘못해 변색이나 파손될 경우 일반 상품처럼 애프터서비스(AS)가 쉽지 않다는 점도 있다. 이러한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사설 수장고 사업이 활발하다. 하나은행도 을지로 도심에 고객을 위한 수장고를 건축해 개관 행사를 한 바 있다.
둘째, 기술의 발달로 앞서 말한 그림의 조각 투자 또는 공동 투자가 가능해졌다. ‘마이크로 컬렉터’라고도 부르는 이것의 대표적인 미술 관련 플랫폼으로 테사(TESSA)와 아트앤가이드(Artnguide)가 있다. 테사는 1000원부터 시작하는 조각 투자를 운영하는 업체고, 아트앤가이드는 공동 구매 및 매도를 주로 하는 곳이다. 회사별 운영 특징이 다르겠지만, 쿠사마 야요이 또는 이우환 같은 유명 작가의 작품에 100만원 이하의 소액으로 투자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두 업체 모두 최근 몇 년간 준수한 성과를 얻었다. 다만 조각 투자의 경우 NFT와 블록체인 등 보안을 강화하는 기술력이 인정된 플랫폼에서 거래해야 한다.
미술품(주로 그림) 투자에 있어서도 과거의 성과가 미래의 성과를 담보하지 못하는 것임을 유념해야 한다. 비근한 예로 달항아리 열풍 때문에 달항아리, 달항아리 그림, 소품 등이 아트페어마다 넘쳐난다. 필자가 볼 때 작품성 있는 몇 작가를 제외하곤 다시 평범한 가격으로 복귀할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따라서 시작하는 단계에서는 온라인 플랫폼에서 소액으로 투자해본 뒤, 미술에 관한 관심을 높여가며 옥션에서 온전한 작품을 소유해보고 단골 갤러리 등이 생기면 그곳 전문가로부터 추천받는 순서로 투자하는 편이 좋겠다.
히포크라테스의 일성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는 인류 역사와 궤를 같이하는 명언이다. 어린 시절 만화 ‘플란다스의 개’에 나오는 소년 네로처럼 인생 작품, 인생 작가 하나쯤 마음에 두고 심미적 즐거움을 먼저 향유하면 어떨까 생각해본다. 주말 한때 그저 아름다운 작품을 감상하는 무목적의 목적으로 어느 미술관을 향하는 발걸음은 어떨까. 국립중앙박물관, 서울시립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 등 공공 미술관은 무료 또는 저렴한 입장료로 양질의 상설 전시를 하고 있으니 생각날 때 방문해 누리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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