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과 악플은 공생 관계를 이뤘다"...악플을 이용하는 언론과 정치권
[열린라디오 YTN]
■ 방송 : YTN 라디오 FM 94.5 (20:20~21:00)
■ 방송일 : 2023년 4월 15일 (토요일)
■ 진행 : 최휘 아나운서
■ 대담 : 정지혜 세계일보 기자
"언론과 악플은 공생 관계를 이뤘다"...악플을 이용하는 언론과 정치권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최휘 아나운서(이하 최휘)> 오늘은 한국 언론의 고질적인 문제죠. 댓글 문제, 다뤄볼 건데요. 지난주 송경재 교수가 추천했던 책입니다. 언론과 악플의 공생 관계를 지적한 책, <우리 모두 댓글 폭력의 공범이다>의 저자,정지혜 세계일보 기자와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기자님 안녕하세요?
◆ 정지혜 세계일보 기자(이하 정지혜)>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 최휘> 저희가 미디어 비평 시간을 통해서 포털 뉴스 댓글 이야기를 참 많이 합니다. '공론의 장이 되기도 한다' 이런 순기능을 짚어보지만, 또 '악성 댓글의 온상지로 그 피해는 피해자가 짊어지게 된다', '구체적인 구제책이 마땅히 없다' 이런 지적도 꾸준히 해왔는데요. 기자님은 어쩌다가 이 책을 내게 되셨어요?
◆ 정지혜> 사실 댓글로 기분이 상하는 건 기자들에게 일상이기는 한데요. 요즘에는 정치라든지 젠더의 주제 기자를 쓰는 기자들에게 악플이 굉장히 많이 달리고 있습니다. 그런 와중에 저에게 결정적인 사건이 2021년 초에 일어났었는데, 한 여성주의 시각의 학자와의 인터뷰 기사를 쓴 것이 불씨가 되어서 그 기사 속에서 비판 대상이 됐던 유튜버가 있는데, 이 사람에 의해서 제가 소위 '저격'을 당하게 되는 일이 있었고요. 구독자가 수백만 명에 달하는 인플루언서였기 때문에 그 사람이 '정지혜 기자가 어떤 교수와 손잡고 나를 죽이려 했다' 이런 식의 이야기를 하면서 순식간에 수많은 구독자들과 남초 커뮤니티 이용자, 이런 사람들이 수개월간 악플 테러를 퍼부은 그런 사건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때 집중적으로 받았던 악플 내용을 제가 이 책에서 유형별로 분석을 했고요. 분석을 했다라고 하는 것은 단순히 예전처럼 그냥 비속어만 남기고 간다든지 욕설만 하는 그런 식이 아니라, 내용 자체가 특정한 목적을 가지고 '이 기자가 문제가 많아'라는 것을 제가 소속된 언론사라든지 독자들에게 전달하기 위한, 신뢰도를 떨어뜨리려고 하는 이런 유형의 악플들이었기 때문에 분석을 해야겠다라고 생각을 해서 책에 쓰게 되었고요. '사이버 스토킹'이라고까지 표현을 하거든요. 당해본 사람들은. 기사를 일일이 찾아온다거나 SNS를 다 찾아내서 계속해서 쫓아오는 그런 행태인 거죠. 이것의 심각성을 알려야겠다라고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 최휘> 기자님이 직접 댓글 테러를 당하기도 하셨고, 사이버 스토킹까지 피해를 입으신 건데. 아무래도 책을 쓰다 보면 이런 아팠던 기억들이 떠올랐을 것 같은데. 용기가 필요했을 것 같아요, 책을 쓰시기까지?
◆ 정지혜> 네. 물론 그거를 보는 것 자체의 힘든 것도 있지만 그것보다 더 힘든 것이 이런 댓글 폭력에 내가 당해서 그 사람들의 의도대로 발언이나 발제를 하는 것을 위축시키려고 한다. 이걸 아는 이상 그 의도대로 해주기가 더 싫은 게 있었고요. 그게 악플로 인한 힘듦을 이겼기 때문에 쓸 수 있었던 것도 있고. 그리고 무엇보다 이게 저에게만 벌어지는 일이 아니라는 점이 정말 많은 기자들, 특히나 여성 기자들이 온라인에서 가장 만만한 대상으로 찍혀서 댓글 테러 공격을 많이 받고 있더라고요. 그래서 그것을 알게 되면서 분석할 만한 가치가 충분히 있겠구나, 기록해야 되겠다라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 최휘> '기자를 하시면서 여러 비판 댓글을 봐왔지만 조직적인 악플 테러는 결이 다르다', 이렇게 느끼셨다면서요? 어떤 차이가 있습니까?
◆ 정지혜> 정당한 비판 댓글과 악플은 당연히 다르죠. 요즘은 이것이 조직적으로 우루를 몰려와서 어떤 의견을 남긴다기보다는 일종의 실력 행사를 한다는 느낌이랄까요. 댓글을 통해서 표현의 자유를 행사한다거나 다양한 의견을 우리가 갖고 있어, 이거를 보여주는 게 아니라 처음부터 어떤 이 기사의 취재원이라든지 아니면 작성한 기자, 기사 속에 등장인물을 저격하고 욕하기 위해서 온다는 것이 굉장히 다른 점이고. 또 당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필요 이상으로 과도한 몰매를 맞게 된다는 것이 핵심입니다. 내용을 본다라는 것은 사실상 의미가 없는, 그런 상황이 됐고. 쉽게 말해서 내가 이렇게 강력한 집단에 소속이 되어 있으니 내 말대로 하는 게 좋을걸, 이런 식의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악플. 이것이 조직적인 악플 테러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 최휘> 그렇군요. 근데 요즘 참 많은 댓글들을 보면 감정이 과잉된 채로 실려 있는 것 같은데. 언제부터 이렇게 디지털 공론장에 혐오, 경멸이 가득하게 된 걸까요?
◆ 정지혜> 제가 2015년부터 기자 생활을 했는데 확실히 볼 만한 댓글이 예전에는 좀 있었거든요. 그런 댓글의 순기능이라고 하는 것들이 있었는데, 한두 가지의 원인을 찾을 수는 없을 것 같아요. 사회학적으로 다양한 원인이 결합되어서 나타난 결말이다, 이렇게 이제 해석을 하고 있고. 일단은 가장 큰 문제는 디지털 공론장이 관리되지 않고 너무 방치돼 있었다는 점이고요. 그리고 정치·경제적인 양극화가 심해지면서 상대적인 박탈감을 느끼는 사람들 또 정서적으로 고립된 사람들이 급증한 문제도 있습니다. 이 사람들이 결국은 현실에서는 내가 누릴 수 없는 것들, 그리고 온라인에서 손쉽게 소속감을 찾아나설 수 있게 되면서 어떤 선동하는 세력의 좋은 먹잇감이 되었다. 이렇게도 분석을 할 수가 있겠고요. 또 마지막으로는 이제 한국 문화의 특성상 앞에서 자유롭게 의견 개진을 하는 이런 문화가 아니고 토론하는 게 익숙하지 않다 보니까 익명성에 기대어서 더 부정적인 것들을 토해내는, 이런 측면도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 최휘> 요즘 남초, 여초. 성별이나 정치적 진영 논리에 따라서 커뮤니티들이 여러 계층으로 나뉘고요. 또 거기서 어떤 담론이 만들어지면 '댓글 좌표 찍기' 형식으로 번지는 것 같은데. 이런 문화도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건 아닌 것 같고요. 어쩌다가 이런 문화가 만들어졌다고 보세요?
◆ 정지혜> 일단은 댓글 달기라고 하는 게 하나의 오락이 되었거든요. 아주 가성비가 좋은 게임 같은 느낌, 그렇게 정착을 하게 된 상황인데. 게임에 중독되듯이 댓글에 중독이 된 사회라고 보고 있습니다. 그래서 댓글을 다는 사람들이 나의 세력이나 존재감을 이렇게 쉽게 확인할 수 있게 된 그런 수단이 생긴 것이고. 댓글 다는 데 돈 한 푼 들지 않잖아요. 그러면서도 누군가에게 영향력은 미칠 수 있어. 효용감을 느낄 수 있는 그런 게 되면서 그 바탕이 되는 온라인 커뮤니티라든지 정치 유튜버, 인플루언서를 추종하는 무리들이 모인 곳, 이런 곳에서 이 문화가 배양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 최휘> 가성비가 좋죠. 쉽게 말해서 키보드만 두드리면 되니까요. 그럼 이들의 공격은 어떻게 해야 멈출까요?
◆ 정지혜> 이게 참 어려운 문제인데, '반격하지 않고 꼬리를 내리면 멈추겠지?'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는데 그렇게는 멈추지 않는다는 게 놀라운 지점입니다. 사실상 쉽게 말해서, 만만하게 보이면 더 물어뜯습니다. '강약약강'이라고 하잖아요. 그래서 댓글 공격에서 이게 너무나 두드러진 특징이고. 이제 오히려 영향을 받지 않고 강하게 나오거나 타격감이 없어지면 재미를 없어하면서 다른 데로 시선을 돌려요.
◇ 최휘> 강하게 나온다는 거는 그 악플에 반박 댓글을 단다는 건가요?
◆ 정지혜> 네, 반박 댓글을 단다든지 법적인 조치를 취한다든지 본인이 등판해서, 보통은 겁이 나니까 등판하기가 쉽지 않잖아요. 그 상황에서 어떻게든 모습을 드러내고 '이게 현실이야'라는 것을 일깨워줬을 때 약간 일시적으로 약화되는 부분은 있지만, 이게 꼭 해결이냐라고 했을 때는 어차피 이 사람들은 또 다른 그런 만만한 대상을 찾아 나서기 때문에 계속해서 먹잇감을 물색하는 그런 상황이라서. 근본적인 해결책인가라는 의문은 있긴 합니다만 그래도 너무 우리가 위축되는 것보다는 조금은 대항을 시작해야 되는 게 아닌가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 최휘> 전면에 나서야 한다, 하지만 이게 근본적인 해결책은 될 수 없다는 말씀이신데. 그러면 이 댓글 테러 문제를 근절하려면 정부나 포털에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요?
◆ 정지혜> 일단 해외 사례를 보면 온라인 공론장을 우리보다 훨씬 더 적극적으로 관리를 하고 있거든요. 오프라인보다는 이용자 관리를 하는 게 온라인에서 당연히 더 힘들다는 걸 알기 때문에, 그리고 모든 사람이 표현의 자유를 동등하게 누린다는 것도 굉장히 중요한 가치이기 때문에 그런 관리를 들어가는 것이고. 우리는 그런 부분이 좀 아직은 부족한 측면이 있습니다. 그래서 외신 같은 경우에는 '댓글 관리자'라는 직업이 따로 있을 정도로 댓글창을 굉장히 문제가 있는 것들은 가차 없이 삭제하고 그럴 권리가 우리에게 있다, 이렇게까지 얘기를 하거든요. 이런 점은 참고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 최휘> 지금 우리나라 같은 경우에는 연예기사에는 댓글창을 아예 닫아버리는 등 이런 식으로 관리를 하고 있는데, 조금 더 적극적으로 포털에서 노력을 해야 된다는 말씀이신가요?
◆ 정지혜> 그렇죠. 포털에서도 그런 것이 필요하고. 포털도 지금 이번에 이태원 사건이 있고 나서야 댓글창 닫는 거를 조금 얘기를 하고 공지문을 올린다든지, 이렇게 했거든요. 그걸 사실 진작에 했어야 되는 건데 안 해왔던 문제가 있고. 포털 못지않게 이제 언론사 역시도 좀 더 책임감 있게 관리를 해야죠. 해외는 언론사가 직접 그걸 하고 있기 때문에, 그런 게 필요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 최휘> 기자님이 쓰신 책 제목을 다시 보니까 이게 참 심오합니다. 제목이 <우리 모두 댓글 폭력의 공범이다> 왜 '공범'이라고 설정하신 거예요?
◆ 정지혜> 다소 센 워딩을 사용한 건데. 우리 주변에 '댓글 보세요? 댓글 다세요?' 이렇게 물어보면 대부분 아니라고 답을 할 거예요. 내 얘기는 아니라고 생각을 하는데, 사실 책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결국에는 조회수 높은 기사들이 선정적인 내용이고 그에 따라서 댓글창도 엉망이고. 사실 우리가 이걸 모르지는 않거든요. 그런데 알지만 좀 외면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고 내가 얽히고 싶지 않다고 생각하는 게 큰 것도 사실이라서, 이거를 어떻게 해야겠다라는 생각도 잘 하지 않고 있다고 저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렇지만 댓글창이라는 곳이 디지털 민주주의라는 차원에서는 굉장히 중요한 공간인데 모든 주체가 너무나 방치를 해놓고 있지 않느냐, 이런 문제 제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 최휘> 저는 당연히 악플을 단 적은 없지만, 저 또한 책임이 아예 없었던가를 되돌아보게 되는군요. 책을 보면 "언론과 악플은 공생 관계를 이뤘다"고 보셨어요. 악플이 커지는 만큼 정치 진영 논리에 이용되기도 하고 이것 자체가 또 기사거리가 되기 때문인가요?
◆ 정지혜> 네 맞습니다. 또 가장 답답했던 부분 중에 하나인데. 이게 단순히 개인 일탈 세력, 악플러 때문이라기보다는 이런 사람은 언제든 나타날 수 있긴 한 거거든요. 사회에서. 그런데 이 문제를 해결하고 독려해야 할 책임이 가장 큰 사람들이 있잖아요. 정치인이나 언론이나 정부 등이 있는데 이들이 나 몰라라 하는 지점이라는 거죠. 그래서 거기에서 그치지 않고 심지어 댓글창의 화력을 각자의 이익을 위해서 굉장히 사사롭게 이용하기까지 하는 것을 보면서 정말 큰 회의감이 들었습니다. 예를 들어 정치인의 경우에는 자기 세력을 결집하고 상대를 누르기 위해서, 또 언론과 포털은 조회수라는 경제적인 이득을 위해서, 또 정부의 경우에는 사람들 안에 불만이 쌓여가는 것을 댓글창이라는 어떤 디지털 콜로세움이라는 공간에 다 쏟아 부어서 부정적인 여론이 그러면 정부를 향할 틈이 없게 되기 때문에 의도적으로 방관하고 있는 측면이 있지 않나. 결국은 혐오 감정의 하수처리장이 되는 거죠, 댓글창이.
◇ 최휘> 언론과 정부의 악플 근절을 위한 어떤 책임 있는 모습을 계속해서 강조해 주고 계시는데요. 마지막으로 기자님 더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실까요?
◆ 정지혜> 일단 공론장이 파괴된다는 게 우리 모두의 피해로 돌아온다는 이야기를 정말 하고 싶고요. 그래서 동료 시민으로서 우리가 좀 들고 일어나야 될 때는 같이 들고 일어나고, 악플 피해자에게 연대하는 자세도 더 필요하다고 생각하고요. 사회의 불평등이 온라인 공론장에도 재현이 되는 측면, 그리고 기계적인 평등보다는 발언권이 상대적으로 없는 사람들에게 마이크를 더 줄 수 있는 그런 공정한 공론장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 최휘> 알겠습니다. 오늘 말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정지혜> 감사합니다.
◇ 최휘> 지금까지 세계일보 정지혜 기자였습니다.
YTN 신동진 (djshin@ytnradi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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