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07채 중 2020채 경매 수순…벼랑끝 피해자들 “피가 마른다”

심우삼 2023. 4. 17.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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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자들의 전셋집이 경매에 부쳐지면서 '주거 난민'으로 내몰리고 있다.

전셋집이 경매에서 낙찰되더라도 최우선변제금 정도만 돌려받게 돼 전세보증금도 잃고 집도 잃는 이중고에 시달리게 되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전세사기 피해자가 시도할 수 있는 '구제책'은 전셋집을 자기 자신이 낙찰받는 것이 거의 유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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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사기]전세사기 피해 실태 어떻길래
17일 오전 전세사기 피해 사망자가 거주한 인천시 미추홀구 한 아파트 공동현관문에 전세사기 피해 수사 대상 주택임을 알리는 안내문이 부착돼 있다. 연합뉴스

“갑자기 방을 빼달라는데, 갈 곳도 없고, 집을 얻을 돈도 없다. 그게 지금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처한 상황이다.”(전세사기 피해자 박아무개씨)

인천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자들의 전셋집이 경매에 부쳐지면서 ‘주거 난민’으로 내몰리고 있다. 전셋집이 경매에서 낙찰되더라도 최우선변제금 정도만 돌려받게 돼 전세보증금도 잃고 집도 잃는 이중고에 시달리게 되는 것이다.

17일 인천 미추홀구 전세사기피해대책위원회(대책위)에 따르면, 전셋집이 경매로 넘어가 5월 내로 3차 매각기일이 정해진 사례만 260세대에 달한다. 세차례 유찰로 가격이 떨어질 만큼 떨어져 새 주인을 찾을 가능성이 높은 세대들이다. 대책위는 전세사기 피해를 본 3107세대 중 65%에 해당하는 2020세대가 경매로 넘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전세사기 피해자들 입장에선 ‘경매 낙찰’은 사형선고에 가깝다. 전셋집이 낙찰되더라도 1순위 채권자에 해당하는 시중 은행과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등의 채무를 변제하고 나면, 임차인이 손에 쥘 수 있는 돈은 얼마 안 되기 때문이다. 최우선변제는 낙찰가의 절반 이내에서만 가능한 데다, 전세사기 피해 주택은 매매가가보다 전세가가 높은 ‘깡통 주택’인 경우가 많아 최저가로 낙찰되는 경우가 많다. 피해자들로선 주거 대책을 세울 새도 없이 푼돈만 받고 막다른 길로 몰릴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게다가 정부가 향후 새로운 대책을 내놓더라도, 이미 경매를 통해 팔린 전셋집에 대해선 소급적용이 안 돼 구제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전세방이 경매로 넘아간 김아무개씨는 “집이 낙찰되더라도, 현재 경제력으로는 월세나 원룸밖에 갈 수 있는 곳이 없다”며 “그래도 저는 아직 매각기일이 잡히지 않아 수차례 유찰이 된 분들보다는 상황이 나은 편”이라고 했다. 김씨가 최우선변제로 받을 수 있는 돈은 2000여만원 수준으로, 전세보증금 5500만원에 턱없이 모자란다. 안상미 대책위원장은 “보통 받는 최우선 변제금이 2700만원 정도고, 많이 받을 수 있는 사람은 3400만원 정도 된다”며 “대다수 피해자의 전세보증금이 7∼8천만원인 것을 감안하면 절반도 안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우선변제금만 받고 내쫓긴 전세사기 피해자들의 경우 극심한 생활고에 시달리기 쉽다. 올해 초 살던 집이 경매로 넘어가 이사를 나온 박씨는 “다른 전셋집을 구했지만 최우선변제금으로는 감당이 안돼 추가적으로 전세자금 대출을 받았다”며 “그 대출은 제가 다 상환을 해야 하는 금액인데, 도저히 감당이 안 돼 최근에 법원에 개인회생을 신청했다”고 설명했다.

현실적으로 전세사기 피해자가 시도할 수 있는 ‘구제책’은 전셋집을 자기 자신이 낙찰받는 것이 거의 유일하다. 하지만 이른바 ‘경매꾼’들이 몰려들어 이마저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피해자들의 경우 이미 전세보증금을 손해 본 탓에 경매 대금으로 쓸 수 있는 자금에 한계가 있어, 경매꾼들과의 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피해자들이 한목소리로 ‘경매 중지권’과 ‘우선 매수권’을 동시에 요구하는 이유다. 안 위원장은 “당장 어디 갈 데가 없으니 전셋집을 낙찰받겠다고 하시는 분들도 계신다”며 “경매장에 입찰을 하러 가면 한 물건당 경매꾼들이 10명 이상씩 몰려든다. 그런 꾼들이 낙찰받으면 바로 ‘나가라’는 내용증명이 날아드는 것”이라고 했다. 안 위원장은 “지금 이 순간에도 경매가 계속 진행되고 있으니 피해자들은 피가 마른다. 앞에서 쫓겨나는 세대를 보고 있는 입장이 도대체 어떻겠냐”고 했다.

심우삼 기자 wu3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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