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안하던 행동을 하네”…한국에 손 내미는 중국, 왜

손일선 특파원(isson@mk.co.kr) 2023. 4. 17.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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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이례적 LG공장 방문 전후
관영매체 잇달아 한국기업들 보도
“韓기업에 中 투자확대 독려한 것”
‘韓, 미국 편 들지 말라’ 압박 성격도
중국 CCTV 한국 기업인 인터뷰 [CCTV 캡처]
통상 중국 관영 매체는 보도 순서나 횟수, 사진의 크기, 인터뷰 대상자 등을 모두 공산당의 입맛에 따라 치밀하게 결정한다. 중국 기업들이 관영매체에 한번 등장하면 몇번째 순서에 얼마 만큼의 분량의 기사로 소개됐다고 홍보하는 이유다.

이같은 중국 관영매체가 최근 잇달아 한국기업들을 소개하는 보도를 내놓으면서 중국이 한국기업을 향해 적극적으로 손을 내밀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관영 방송인 중국중앙TV(CCTV)는 16일 저녁 메인 뉴스 프로그램인 신원롄보(新聞聯播)를 통해 ‘중국수출입상품교역회’(캔톤 페어) 소식을 전하며 휴대용 가스버너를 생산하는 한국기업 맥선 관계자 인터뷰를 방송했다.

주중한국대사관 관계자는 “코트라나 대사관에서 CCTV 측에 한국기업을 추천한 것이 아니라 방송사가 먼저 이 기업을 인터뷰하겠다고 찾아온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캔톤페어는 매년 두 차례 광저우에서 열리는 중국 최대 무역 박람회다. 2019년 가을 행사 이후 코로나19로 인해 온라인으로 대체됐다가 3년 6개월 만에 정상화됐다. 올해는 사상 최대인 150만㎡ 규모의 박람회장에 3만개가 넘는 기업들이 참가했으며 한국관에는 소형 가전업체 등 20곳이 자리를 잡았다.

CCTV 신원롄보는 지난 9일에도 광둥 지역의 비즈니스 환경을 소개하는 기획 보도에서 현대차 수소연료전지시스템 관계자를 실명으로 인터뷰했다. 인터뷰 내용은 중국 정부가 기업들의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이나 중국 경제에 대한 전망 등이었다.

베이징 소식통은 “화면에 등장하는 모든 요소에 철저하게 계산된 의미를 부여하는 중국 관영 방송의 특성을 고려할 때 한국기업들의 목소리가 메인 뉴스를 통해 소개됐다는 것은 한국기업들에게 긍정적인 소식”이라고 말했다.

CCTV 뿐 아니라 중국 최대 관영통신사인 신화통신도 최근 윤도선 CJ그룹 중국본사 대표를 인터뷰한 기사를 내보냈다. 신화통신이 한국기업의 중국 법인장을 단독으로 인터뷰하는 건 상당히 이레적인 일이다.

당국의 의중이 그대로 반영되는 중국 관영매체의 보도에서 최근 한국기업이 자주 등장하게 된 것은 시진핑 주석의 LG디스플레이 공장 방문과도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

시 주석은 지난 12일 광둥성 광저우시를 시찰하면서 LG디스플레이 생산기지를 깜짝 방문했다. 이 자리에서 시 주석은 대외 개방 추진, 제조업의 질적 발전, 과학기술 혁신 등을 파악하고 LG 관계자들과 대화를 나눴다. 관영매체들은 실험복을 입고 생산 시설을 둘러보는 시 주석의 사진을 공개하기도 했다.

시 주석이 2012년 집권 이후 중국 내 한국기업 사업장을 직접 방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시 주석이 한중 경제협력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한국기업들에게 손을 내민 것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한국 외교부도 시 주석의 LG공장 방문에 대해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이처럼 중국이 한국기업들에게 잇달아 긍정적인 제스처를 취하는 배경으로는 크게 두가지가 꼽힌다.

첫 번째는 글로벌 공급망 등 미국이 주도하는 미·중 디커플링에 한국 기업의 동참을 막기 위한 전략적 행위로 보는 시각이다. 미국이나 일본과 달리 한국은 아직까지 미·중 사이에서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하고 있는 상황인 만큼 한국 기업들에게 최대한 미국 편에 서지 말라는 무언의 메시지를 던졌다는 것이다.

또 다른 해석은 외자유치다.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지방정부 재정이 크게 악화된 상황에서 중국은 지방정부들에게 외자유치를 통해 재원을 확보하라고 특명을 내린 상태다. 한 경제계 소식통은 “신냉전이 펼쳐지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이 미국이나 유럽기업의 대규모 투자를 받기가 쉽지 않다”며 “중국이 한국기업들의 투자에 기대를 거는 형국”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중국에서 활동하는 한국기업들의 불안감은 여전히 가시지 않고 있다. 중국 당국의 갑작스러운 규제와 같은 리스크는 물론 미·중 갈등이나 한중관계 변화와 같은 대외 악재도 여전히 산적해있기 때문이다.

한 한국기업 관계자는 “사드 사태 당시와 비교해보면 시진핑 주석의 한국기업 방문이 매우 큰 호재인 것은 분명하지만 중국 사업을 하는 한국기업들은 여전히 불확실성이라는 괴물과 싸우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한중 양국은 김진표 국회의장의 방중시기를 조율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해 리잔수 상무위원장 방한 당시 김 의장을 중국으로 초청했고 김 의장은 가급적 올해 상반기 중에 중국을 방문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외교가에서는 김 의장의 방중이 한중관계의 전환점이 될 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김 의장은 5월 중국, 6월 미국 방문을 추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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