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사기’ 3번째 사망…남영희, 尹에 읍소 “죽음 뛰어드는 이들 붙잡아 달라”
“이게 아니라면 경매 진행되는 물건, 국가가 매입하도록 긴급명령이라도 발동해 달라”
“오늘도 또 한 사람이 떠났다…벌써 몇 번째인지 모르겠어”
“우리 사회, 참사 기억하며 그런 일 생기지 않도록 하자면서 눈앞서 참사 방치”
인천 미추홀구 일대에서 100억원대 전세보증금을 가로챈 혐의로 구속 기소된 60대 건축업자, 이른바 '건축왕'의 피해자들이 최근 극심한 생활고를 견디지 못하고 극단적 선택을 하는 일이 연쇄적으로 일어나고 있어 안타까움이 커지고 있다. 건축왕으로부터 전세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피해자는 지난 2월부터 이달까지 무려 3명에 이른다.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사고의 원인이 청와대 이전 때문', '이게 나라냐' 등의 글을 SNS에 올리면서 윤석열 대통령의 퇴진을 주장했던 남영희 민주연구원 부원장은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대통령께 호소한다. 긴급재정명령권이라도 발동해서 죽음의 대열에 뛰어드는 이들을 붙잡아 달라"며 "지금 대한민국에 그런 권한을 가진 사람은 오로지 당신 한 사람 뿐"이라고 읍소했다.
남영희 부원장은 17일 '참사를 기억하자며, 참사를 방치하는 사회'라는 제하의 입장문을 내고 윤 대통령에게 "이들이 '국가가 알아서 우리 손해 다 물어 달라'고 떼쓰는 게 아니다. 당장 이들이 옮겨가서 안정되게 살면서 조금씩 갚아나갈 수 있는 길이라도 열어 달라"며 이같이 밝혔다.
남 부원장은 건축왕 사기 피해자들 사례를 언급하며 "오늘도 또 한 사람이 떠났다. 벌써 몇 번째인지 모르겠다"며 "냉정하게 말하면 우리 사회는 참사를 기억하며 두 번 다시 그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하자면서 눈앞에서 참사를 방치하는 냉혹한 사회"라고 주장했다.
이어 "아직 그 숫자도 정확하지 않지만 2000명 정도로 추산되는 그들은 지금 죽음의 절벽 앞에 서 있다. 돌아갈 길도 안 보인다"면서 "그들이 더 무섭고 서러운 건 아무도 그들의 손을 잡아 주지 않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언론의 관심도 다 식었으니 정치권은 말해 무엇 하겠나. 그렇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그들은 그냥 미련 맞게 사기를 당한 사람들일 뿐"이라며 "어느 날 갑자기 빌라 수백채를 지어서 전세금을 받아 챙기고는 자살한 이런 전대미문의 사건 앞에서 우리 사회는 당한 자에게 손가락질 하는 사회"라고 했다.
남 부원장은 "내일 또 어떤 젊은이가 이런 사회에 절망하며 이별을 고할지 저로서는 두렵다"며 "이 피해를 구제하는 게 어렵다는 것을 모르지 않는다. 어렵기 때문에 정치가 있는 것이고 규정에 없기 때문에 더 필요한 것이 정치다. 규정대로 하고 규칙대로 하자면 정치는 왜 존재하나"라고 정치권을 질타했다.
그는 윤석열 정부를 향해 "아파트 미분양 뉴스가 매일 넘쳐난다. 국가가 장기적으로 주택을 매입해 이들이 일정기간 희망을 보고 살면서 다시 재기할 수 있는 시간이라도 벌어 달라"면서 "이게 아니라면 경매가 진행되는 물건을 국가가 매입하도록 긴급명령이라도 발동해 달라. 그러면 시간이라도 벌 수 있다"고 호소했다.
이어 "오늘의 비보에 또 어떤 이가 이런 결심을 할지 아무도 모른다. 몇 명이 더 죽어야 '참사'라고 하겠나"라며 "이번 전세 사기는 우리 사회의 부동산 투기 광풍과 세계 유일의 전세 제도라는 두 구름이 만나 일으킨 폭풍우다. 한쪽은 자살을 해서 모든 피해는 고스란히 약자인 다른 한쪽이 지게 됐다"고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끝으로 남 부원장은 "더 이상 눈물도 나오지 않는다"며 "몇일 전 손을 잡고 '희망을 갖자'고 말했던 사람의 죽음이 뉴스로 들려올 때 밀려오는 이 처절한 무력감은 정치에 몸담고 있는 저 조차도 감당하기 어렵다. 거듭 호소한다.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주시기를 간곡히 바란다"고 덧붙였다.
앞서 이날 오전 2시 12분께 인천 미추홀구 한 아파트 주거지에서 A씨(30대·여)가 의식을 잃은 상태로 쓰러진 채 발견됐다. A씨의 주거지를 찾은 지인이 쓰러져 있는 그를 발견하고 119에 신고했다. A씨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구급대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숨졌다. 당시 주거지에는 유서가 발견됐으며 전세 사기로 인해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취지의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미추홀구 전세 사기 피해대책위원회에 따르면, A씨는 2019년 9월께 전세보증금 7200만원을 주고 계약을 맺었다. 2년 뒤인 2021년 9월께 재계약을 하게 되면서 전세보증금을 9000만원으로 올리게 됐다. A씨가 계약한 아파트는 지난해 6월 전세사기로 60세대가량이 한번에 경매에 넘어간 것으로 파악됐다. 2017년 준공된 이 아파트는 전세보증금이 8000만원 이하일 때 2700만원을 보장받을 수 있다. 이에 따라 A씨는 전세보증금을 전혀 돌려받지 못하고 있던 상태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권준영기자 kjykjy@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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