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출연 미끼 성폭행·협박… 도 넘은 ‘BJ 일탈’

윤준호 2023. 4. 17.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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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스트로 출연하면 10만원 주겠다고 해서 나갔는데 강제추행당하고 포르노 사이트에 영상이 유포됐어요."

김예인(가명)씨는 재작년 11월 인터넷 개인방송 플랫폼 '팬더TV'의 한 인터넷 방송인(BJ)으로부터 게스트 출연을 제안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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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출연 미끼 성범죄 수단 악용
게스트 촬영 거부에 위약금 강요
피해 영상 음란물 사이트 유포도
방심위 시정요구 수십건에 불과
“판단 기준 모호… 現 법령도 한계
인터넷방송 플랫폼 규제책 시급”

“게스트로 출연하면 10만원 주겠다고 해서 나갔는데… 강제추행당하고 포르노 사이트에 영상이 유포됐어요.”

김예인(가명)씨는 재작년 11월 인터넷 개인방송 플랫폼 ‘팬더TV’의 한 인터넷 방송인(BJ)으로부터 게스트 출연을 제안받았다. 피부관리실에서 일하며 부업을 찾던 김씨는 단순 아르바이트로 생각하고 승낙했다. 촬영 당일, 김씨에게 형식적인 절차라며 계약서를 내밀었다. 그러면서 “술 마시면서 게임하면 되고, 방송 중에 가벼운 스킨십이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재촉하는 BJ의 말에 계약서를 충분히 읽지 못한 채 서명한 뒤 시작된 방송에서 김씨는 성추행을 당했다.
17일 인터넷 방송 플랫폼 ‘팬더TV’에 실시간으로 방송되고 있는 성인방송 화면 모음. ‘팬더TV’ 캡처
김씨가 촬영을 거부하자, BJ는 카메라를 끄고 위약금을 운운하며 협박했다. 이후에도 “지난번 출연한 영상을 SNS에 유포하겠다”며 출연을 계속 강요했다. 유포가 두려웠던 김씨는 방송에 출연할 수밖에 없었다. 

인터넷 개인방송 플랫폼을 통해 활동하는 일부 BJ의 일탈행위가 도를 넘고 있다. 방송 출연을 미끼로 출연자를 성폭행하거나 불법촬영을 하는 등 성범죄의 수단으로 개인방송을 악용하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 반면 법망은 촘촘하지 못해 피해 영상이 음란물 사이트에 유포되는 등 2차 가해까지 발생하고 있다.  

17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의 ‘최근 5년간 인터넷 성인방송에 대한 시정요구 건수 현황’을 보면 선정적인 인터넷 방송 수에 비해 시정요구 조치 건수는 턱없이 부족하다. 방심위의 조치 건수는 2022년 34건, 2021년 4건, 2020년 27건, 2019년 21건으로 해마다 30건을 넘지 않는다. 

시정요구 건수가 적은 건 관련 법령의 한계와 인터넷 방송의 특수성이 작용된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여성변호사회 인권이사 서혜진 변호사는 “판단 기준이 모호하다 보니 결국 심의위원이 어떻게 보느냐에 달렸다”며 “인터넷 방송 특성상 문제가 되는 영상이 금세 사라지는 문제도 있다. 지금의 심의 관련 법령이 실효성 있는 해법이라고 보긴 어렵다”고 비판했다.
더욱이 현행 법제에서는 영상 유포 등 2차 가해에 대해서는 피해로 인정받기 어렵다. 방심위 관계자는 “게스트가 영상 유출 피해를 입은 경우엔 성 관련 초상권 침해 사례로 조처하고 있다”면서도 “BJ가 영상 유출 피해를 입은 경우에는 공개를 전제로 한 방송 화면을 녹화한 것이라 비동의 촬영물로 보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여파 활동가는 “방송에 출연했다고 해서 모든 장면이 유포되는 것에 동의한 것은 아닐 것”이라며 “동의 여부를 편협하게 보는 제도의 한계”라고 지적했다.   

미비한 법령 보완과 아울러 성인 방송으로 수익을 올리고 있는 인터넷방송 플랫폼에 대한 규제 필요성도 제기된다. 서 변호사는 “성인 방송을 보고 싶어 하는 사람들 덕에 플랫폼은 돈을 벌 수 있는 구조”라며 “수요와 공급이 맞아떨어지는데 지금 있는 규제로는 플랫폼의 수익을 위협하지 않기 때문에 피해가 계속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인터넷 방송 플랫폼에 대한 고소·고발을 이어가고 있는 천호성 변호사도 “플랫폼이 성인 방송으로 돈을 버는 것은 곧 음란물 유통을 방조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윤준호 기자 sherp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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