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 정부 대책 구멍…“정부가 ‘경매 중지’ 강수 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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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와 올해 초 정부가 전세사기 피해 재발 방지책과 피해자 구제 방안을 쏟아냈지만 피해자들의 고통은 여전하다.
빌라왕 전세사기 사건 피해자는 "(근저당권이 없어) 경매 개시 여부를 피해자(임차인)가 선택할 수 있는 우리와 근저당권이 걸려 있는 미추홀구 피해 사건은 성격이 많이 다르다. 정부가 이 점을 고려하지 못한 채 대책을 마련한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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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사기]
지난해와 올해 초 정부가 전세사기 피해 재발 방지책과 피해자 구제 방안을 쏟아냈지만 피해자들의 고통은 여전하다. 당장 전세사기 피해자 3명이 최근 두달 새 스스로 세상을 등졌다. 정부 대책에 구멍이 있는 게 아니냐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피해자들은 근저당권이 설정된 전세사기 집에 대해선 ‘경매 중지’ 조처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정부는 추가 피해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면서도 뾰족한 방안은 내놓지 못하고 있다.
17일 정부와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전국대책위원회’(대책위) 설명을 종합하면, 최근 스스로 목숨을 끊은 피해자들은 모두 이른바 ‘건축왕’ 남아무개(61)씨의 임차인들이다. 남씨는 인천 미추홀구 일대에 주택 2700채를 보유했다가 임차인들의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아 사기 혐의로 구속 기소된 인물이다.
피해자들은 애초에 근저당권이 설정돼 있는 채로 전세계약을 맺었다. 남씨 등 사기 일당은 토지매입비나 건설비 등 필요 비용을 금융권에서 조달하고, 피해자들에겐 근저당권이 걸린 집을 싸게 임대하는 수법을 썼다. 다른 대표적 전세사기 사례인 ‘빌라왕’(수도권 일대 1139채 보유했다가 지난해 10월 사망) 사건에선 사기 일당이 필요 비용 전부를 보증금을 통해 회수하는 식이라, 근저당권 문제는 상대적으로 적었던 것과 차이가 난다. 정부 관계자는 “근저당권이 설정된 채로 계약이 이뤄져, 계약 금액이 1억원이 채 안 되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미추홀구 전세사기의 특징”이라고 말했다. 미추홀구의 한 전세사기 피해자도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남씨와 한패나 다름없는 공인중개사들이 ‘근저당권이 있어도 안전한 매물’이라고 안심시킨 뒤 전세 계약을 유도했다”고 말했다.
이런 미추홀구 전세사기의 특수성은 정부가 올해 들어 잇달아 내놓은 전세사기 피해 구제 대책이 먹혀들지 않는 배경이 됐다. 정부의 대책은 주로 전세계약 만료 뒤 전세자금대출 만기 연장이나 저금리 대환대출 공급, 낙찰 시에도 무주택자 자격 인정 등 경매로 피해액을 일부나마 회수하려는 이들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피해자들이 경매에서 집을 낙찰하기까지 긴 시간을 버틸 수 있는 시간을 대출 연장 등을 통해 벌어주는 식이다.
반면에 미추홀구 피해자들은 ‘근저당권’ 때문에 애초에 경매가 피해구제의 방안이 되기 어렵다. 근저당권은 임차인의 보증금보다 권리관계에서 앞서기 때문이다. 집이 경매로 넘어가면 피해자는 소액의 최우선 변제금을 받거나 이마저도 기준에 미달하면 빈털터리로 쫓겨날 위험이 크다는 얘기다. 근저당권이 없는 피해자들은 경매를 통해 피해액(보증금) 일부를 되찾을 수 있어 오히려 신속한 경매 진행이 도움이 되는 것과는 대비된다. 대책위가 정부에 경매 중지, 피해 가구에 우선 매수권 제공, 긴급 주거 거주 기간 장기화, 정부가 피해보증금 선 반환 뒤 후 구상권으로 회수 등을 요구하는 까닭이다. 빌라왕 전세사기 사건 피해자는 “(근저당권이 없어) 경매 개시 여부를 피해자(임차인)가 선택할 수 있는 우리와 근저당권이 걸려 있는 미추홀구 피해 사건은 성격이 많이 다르다. 정부가 이 점을 고려하지 못한 채 대책을 마련한 것 같다”고 말했다.
정부는 경매 중단 요구에 대해 “검토하고 있다”고만 한다. 그러나 내부에선 민간 금융기관의 근저당권 행사를 정부가 막을 도리가 있겠느냐란 회의적인 시각이 적잖다. 현실적으로 금융당국이 금융회사의 팔을 비트는 방식밖에 없다는 뜻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피해자들의 요구 사항들에 대해 정부가 할 수 있는 방안이 있을지 최선을 다해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하얀 기자 ch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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