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메리츠 등 증권사 이자수익 조 단위… 예대금리공시 사각지대

이윤희 2023. 4. 17.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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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사 52곳 이자수익 조사
메리츠, 작년比 80% 이익 증가
삼성증권·한국투자, 4조 이자익
현대캐피탈·비씨카드도 2배 불려
자금조달 싸게, 빌려줄 땐 비싸게
봉이김선달式 영업 비판 목소리
금융감독원 전경 [연합뉴스 자료사진]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올해 초 국회에 출석해 "증권사 예탁금 이용료율, 주식대여 수수료율, 신용융자 이자율 산정체계를 합리화하기 위한 세부 개선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자장사로 역대급 실적을 올리고 역대급 성과급 잔치를 벌인 은행들이 집중포화를 맞던 상황이라 증권사 역시 이자 장사로 상당한 수익을 거뒀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혹시나 했으나 역시나였다.

디지털타임스가 17일 기업분석업체 리더스인덱스에 의뢰해 은행 외 52개 국내 금융사(증권·보험·여신)의 지난해 이자수익을 조사한 결과, 세 금융업권 모두에서 이자수익은 전년 대비 조(兆) 단위로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증권업계의 이자 장사는 예상을 뛰어 넘었다.

◇ 메리츠증권 이자수익 80% 증가…최고 10% 이자 장사

미래에셋·한국투자·삼성증권 등 18개 주요 증권사의 지난해 이자수익은 13조9453억원으로, 전년보다 4조724억원 늘었다.

이자 수익이 가장 많이 증가한 곳은 메리츠증권. 2021년 대비 79.9% 늘었다. 지난해 이 회사의 이자수익은 1조9964억원. 1조가 조금 넘는 1조1098억원이었던 2021년보다 8866억원 증가했다. 하이투자증권도 58.3% 늘었다. 이어 키움증권 51.6%, 미래에셋증궝 51.4% 순으로 증가율이 높았다.

증권사에서 이자수익이 늘어난 것 자체는 문제가 아니다. 하지만 고객의 돈에 대한 이자는 적게 지급하며 돈을 빌려줄 땐 높은 금리를 적용하는 방식으로 큰 마진을 남긴 것이 문제다.

증권사의 경우, 개인 투자자에게 돈을 빌려준 뒤 받는 신용공여 이자율은 대출 기간에 따라 최고 연 5%대 안팎부터 최고 10%에 육박했다. 하지만 투자자 예탁금이용료율은 지난해 말 평균 0.37% 수준이다. 고객에게서 거의 무이자로 빌린 돈으로 한국증권금융으로부터 연 2% 이자를 받고, 고객에게 빌려줄 때는 10%의 이자를 물린 셈이다.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이자수익이 급증한 메리츠증권의 경우 지난해 신용공여 이자수익으로 529억원을 벌어들였지만 투자자예탁금 이용료는 48억4500만원으로 10분의 1 수준에도 못 미쳤다. 이 차이가 가장 큰 곳은 업계 1위 증권사 미래에셋증권. 이 회사의 신용공여 이자는 4078억원이었고 투자자예탁금 이용료로 지출한 금액은 435억원에 불과했다. 고객 자금의이용료로 지출한 돈을 제하면 3643억원의 막대한 이익을 남겼다.

◇현대캐피탈 이자수익 259% 급증…여신전문사도 '이자 파티'

카드·캐피탈 업체 10곳의 이자수익도 1조7000억원 이상 급증해 지난해 이자 수익이 10조원을 넘었다.

이자 수익이 가장 큰 폭으로 늘어난 곳은 현대차그룹 계열사인 현대캐피탈. 이 회사의 지난해 이자수익은 397억9100만원으로 전년인 2021년(113억1200만원)보다 259% 급증했다.

현대캐피탈에 이어 비씨카드(137.9%)와 한국증권금융(114.3%)의 이자 수익도 전년보다 2배 이상으로 불어났다. 업권별로 살펴보면 여신금융사는 하나카드(-6.3%)를 제외하고는 모두 전년보다 늘어났다. 삼성카드, 롯데카드, SBI저축은행 등은 두 자릿 수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지난해 여신전문금융채(여전채) 금리가 오르면서 자금조달 부담이 커지자 카드·캐피탈사들은 카드론이나 현금서비스, 신차 할부 등 상품의 금리를 끌어올렸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롯데·삼성·신한·우리·하나·현대·KB국민카드 등 7개 주요 카드사의 장기카드대출(카드론) 평균 금리는 최고 16.36%였다.

현대캐피탈도 지난해 신차 할부 금리를 최대 10%까지 인상했다. 지난해 초 2~3%였던 자동차할부 금리는 같은해 말 두 자릿수까지 치솟은 것이다. 현대캐피탈 관계자는 "지난해 말 유동성 관리를 위해 현금성 예치금을 늘여 거기에 따른 이자수익이 3배 늘었지만 할부금융 관련 이자는 별로 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실제 할부금융자산에 대한 이자는 3.5% 증가했다.

◇보험업계…신한생명 이자 수익 1위

삼성생명·한화생명·삼성화재·현대해상 등 보험사 23곳의 지난해 이자수익은 27조1970원이다. 전년 대비 2조6813억원 증가했다.

보험업계에서는 신한라이프생명보험의 이자수익이 32.5%로 가장 크게 늘었다. 보험사의 이자수익은 주식과 대출채권에 투자된 자산으로부터 들어오는 돈이다. 지난해 예·적금 금리 상승으로 해약 사례가 늘면서 롯데손해보험, 엠지손해보험, 그리고 운용자산 대비 이자수익 비율이 낮은 생명보험사들(DB생명보험·미래에셋생명)은 전년보다도 이자수익이 줄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사의 이자수익은 주식과 대출채권에 투자한 자산에서 들어오는 수익인데, 은행, 증권사와는 달리 장기 투자가 주라서 매년 수익은 운용결과를 바로 반영하지 않고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증권사도 예대 마진 공시 의무화?

정부는 지난해 금리 산정 체계의 투명성을 높이고자 은행들의 예대마진 공시를 강화한 바 있다. 이에 국회 정무위원회 양정숙(무소속) 의원은 증권사의 예대마진 공시도 법제화하는 법안 발의를 검토하고 있다.

금융당국도 칼을 빼들었다. 금융감독원도 14개 증권사, 금융투자협회와 함께 '증권사 이자율·수수료 관행 개선 TF(태스크포스)를 출범시키고 투자자예탁금 이용료율 , 신용융자 이자율, 대차거래수수료율 등을 손보기로 했다. 이르면 올해 상반기 제도개선 방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대출과 예탁금 금리를 비교한 '증권사식 예대마진' 공시 등의 방법이 거론된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은행과 다른 사업구조인데다 이미 예대마진 차를 공시하는 은행들에서도 실효성 여부가 논란이 되는 만큼 과연 체감할 수 있는 방법이 도출될지는 미지수라는 반응이다.

이윤희기자 stel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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