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DT인] 代이은 `안중근 사랑`… "3만원 권 화폐 인물로 공개제안 바로 접니다"

김미경 2023. 4. 17.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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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친 故김영광의원 안 의사 유해봉환 한평생… "고향집 벽 곳곳에 유묵"
'이익보거든 정의 생각하라…' 물질만능 우리사회 되새겨야 할 민족좌표
올초 '희망교육대상' 수상… "日, 유해찾기 협조하면 한일관계 달라질것"
김성수 한양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인터뷰. 이슬기기자 9904sul@

한양대 유럽아프리카연구소 13년째 운영 김성수 교수

올해 초부터 갑작스레 '3만원 권' 화폐 발행이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기 시작했다. 가수 이적이 세뱃돈 등을 이유로 3만원 권 화폐의 필요성을 언급한 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이 적극 찬성 의사를 보이며 "3만원 권 발행 촉구 국회 결의안을 추진하겠다"고 나섰다. 화폐 관리를 총괄하는 한국은행은 뜨뜻미지근한 반응이지만 3만원 권 화폐가 발행된다면 어느 인물을 화폐에 그려넣는 것이 좋을지 여러 의견들이 오갔다.

그 가운데 "안중근 의사를 채택하자"고 언론 기고 등을 통해 공개적으로 제안한 이가 있어 주목을 받았다. 바로 김성수(58·사진) 한양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다. 김 교수는 안 의사의 유해봉환을 위해 평생을 노력했던 부친 고(故) 김영광 국회의원의 뒤를 이어 안 의사의 발자취를 따르고 있다.

김 교수는 "안 의사의 삶은 교훈이 되는 것 같다"며 "고향집 벽에는 지금도 곳곳에 안 의사의 유묵 등이 붙어 있다"고 했다. 김 교수의 부친이자 3선 국회의원을 지냈던 김 전 의원은 1984년 '순국선열유해 한국봉안위원회'를 발족한 뒤 순국선열들의 유해를 고국으로 모시는 일을 주도하고 특히, 안 의사의 유해와 흔적을 찾아다녔다. 중국을 30여 차례, 일본을 20여 차례, 미국을 4차례 다녀오는 등 3개국을 누비며 안 의사의 후손과 유족 그리고 안 의사와 관계가 있을 만한 사람들이 있는 곳이면 만사를 제치고 만나러 다녔다는 게 김 교수의 설명이다. 김 교수는 "선친은 과거를 반성하기보다는 역사를 거스른 행동에 불편해 하셨다. 일본 지폐에 이토 히로부미 초상이 들어 있는 것을 보면서, 안 의사 초상을 화폐 도안으로 사용할 것을 당시 (정부에) 건의하셨다"며 "1987년 안 의사 유해봉환사업으로 만주지역을 자주 찾다가 청산리 전적지가 우리의 무관심 속에 잡초지로 방치된 것을 알게 된 후 역사적인 현장과 정신을 후세에 길이 전승시키고자 직접 후원회를 조직해 청산리 대첩비를 건립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김 교수의 안 의사 사랑은 부친 못지않다. 김 교수는 올해 2월에 발간된 '유해 사료, 안중근을 찾아서'(진인진)에 공동저자로 올라 있다. 안 의사의 유해를 아직 모셔오지는 못했지만 안 의사의 정신만은 한국에 뿌리 내려야 한다는 게 김 교수의 강한 의지다. 김 교수는 "한국사람 중에 안 의사를 거부하는 분은 없을 것이다. 안 의사의 말씀도 그만큼 중요하게 지켰으면 한다"며 "안 의사를 3만원 권 화폐에 넣자는 얘기를 하면 무슨 국수주의나 반일을 하자는 것으로 오해하는 경우도 있는데, 안 의사는 동양평화론을 주창한 평화주의자이자 교육자였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안 의사는 EU(유럽연합)나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같은 공동체를 113년 전에 주장했고, 아시아만의 공동 화폐를 만들자는 제안도 했던 분"이라며 "우리가 이것을 주도하면 우리의 문화가 세계의 문화가 되고, 우리의 언어가 세계의 언어가 된다고 하셨는데 진짜 한류가 세계를 휩쓸고 있다"고 경의를 표했다.

김 교수가 안 의사에 애착을 갖는 것은 정치학자로서의 정체성과도 맞닿아 있다. 김 교수는 "우리 사회는 극심하게 진영으로 갈라져 작은 정체성만을 찾아가고 있다"면서 "안 의사의 유묵인 '국가의 안위를 위해 애쓰고 걱정한다'는 원칙을 확인하고, 안 의사의 민족애를 우리가 하나 될 수 있는 구심점으로 세웠으면 한다. 안 의사의 기상을 담은 '이익을 보거든 정의를 생각하고 위태로움을 보거든 목숨을 바쳐라'는 좌우명은 물질만능주의와 이기심이 만연한 현대사회에서 되새겨야 할 의로운 삶의 원리이자, 우리 민족의 좌표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안 의사의 평화주의와 공동체론을 바탕으로 대 아프리카 공공외교를 추진하는 한양대 유럽아프리카연구소를 13년 째 운영 중이다. 아프리카를 대상으로 하는 인문학 교육, 공적개발원조 등은 여러 방면으로 진행 중이나 사회과학적 방법으로 아프리카를 연구하고, 학문적·실용적 방안을 찾아나가는 연구집단은 이 연구소가 유일하다.

김 교수의 연구실에는 아프리카 국가들로부터 선물로 받은 기념품과 증서가 가득 진열돼 있다. 코로나19로 직접 아프리카를 다녀오면서 교류할 수 있는 길이 차단되자 기꺼이 시차를 이겨내고 비대면으로 소통하는 수고를 감수하기도 했다. 김 교수는 "그곳은 학생들이 여러 명 모여야 하지만, 저는 저만 시간을 맞추면 되니 제가 아프리카 시간에 맞춰 소통을 하는 게 더 효율적이라고 생각했다"며 "유튜브나 홈페이지를 통해서도 연구결과를 공유했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개도국 학생 교육 및 한국 알리기에 기여하고, NGO활동가 및 공직자들에 대한 민주시민교육 등에 앞장 서온 공로를 인정받아 올해 초 국회 교육의원회(위원장 유기홍)가 수여한 '2022 희망교육대상'을 수상했다. 희망교육대상은 교육현장에서 코로나19를 성공적으로 극복하고 대한민국 교육 발전에 기여한 교육계 인사 12명을 선정해 수여한 상이다. 김 교수는 "대단한 활약을 한 것도 아닌데 상을 받아서 쑥스럽다"며 겸연쩍어 했다.

김 교수는 마지막으로 "윤석열 대통령이 한일관계를 개선하려는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는데 일본 측이 안 의사 유해찾기에 협조의사를 표한다면 양국 관계는 크게 달라질 수 있다고 본다"는 소망을 남겼다.

김미경기자 the13oo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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