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 위대함' 보여준 피겨 대표팀, 뜨거운 환영 속 금의환향

이석무 2023. 4. 17.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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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23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월드 팀 트로피 대회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피겨스케이팅 대표팀 주장 차준환 등이 17일 오후 김포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해 입국장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팀 트로피 대회는 2009년 시작돼 2년에 한 번씩 열리는 피겨 국가대항전이다. 올해 처음 출전한 우리 대표팀은 우승 후보로 꼽혔던 일본을 제치며 미국에 이어 종합 준우승을 차지했다. 왼쪽부터 이시형, 조혜진, 김예림, 차준환, 이해인, 임해나, 취안예. 사진=연합뉴스
2022~23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월드 팀 트로피 대회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피겨스케이팅 대표팀 주장 차준환 등이 17일 오후 김포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해 입국장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시형, 조혜진, 김예림, 차준환, 이해인, 임해나, 취안예.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국가대항전인 2022~23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월드 팀 트로피 대회에서 은메달을 획득한 한국 피겨 대표팀이 뜨거운 환영과 함께 ‘금의환향’했다.

피겨 대표팀 주장 차준환(고려대)을 비롯한 대표팀 선수들은 17일 서울 김포국제공항 입국장을 통해 귀국했다. 대표팀은 지난 15일 일본 도쿄체육관에서 막을 내린 ISU 월드 팀 트로피 대회에서 미국에 이어 준우승을 일궈냈다.

누구도 예상치 못한 쾌거였다. 대회 전 한국은 메달 후보로 거론되지 않았다. 남녀 싱글에선 세계적인 선수들을 보유하고 있지만 페어와 아이스댄스 종목이 취약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남녀 싱글 에이스인 차준환과 이해인(세화여고)이 기대 이상의 성적을 내면서 피겨 강국인 개최국 일본을 제치는 이변을 일으켰다.

특히 마지막에 은메달을 확정짓는 순간은 마치 야구의 끝내기 역전 만루홈런을 떠올리기에 충분했다. 한국은 대회 마지막 종목인 남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일본에 랭킹 포인트 11점 차로 뒤져 은메달이 어려울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마지막 순서로 나선 차준환이 완벽한 연기로 전체 1위에 오르면서 반전드라마를 썼다. 차준환의 1위로 랭킹 포인트 12점을 추가한 한국은 최종 랭킹 포인트 95점을 기록했다. 3위 일본(94점)을 1점 차로 제치고 극적인 준우승을 일궈냈다. 1위는 미국(120점)이 차지했다.

평균 연령 만 20세로 출전 국가 가운데 가장 어렸던 한국은 성적에 대한 부담을 털고 대회를 마음껏 즐겼다. 자신의 일을 진심으로 즐기고 순간의 경험을 중시하는 한국 MZ 세대의 강점을 유감없이 보여줬다. 이날 김포국제공항에는 대표팀 선수들의 모습을 보기 위해 수십 명 팬이 몰려 뜨거운 열기를 뿜었다.

차준환은 귀국 인터뷰에서 “우리 젊은 선수들이 열정과 투지로 만든 결과”라며 “연기를 하기 전 높은 순위를 받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긴 했지만 그런 생각에 몰두하면 연기에 방해될 것 같아서 준비했던 것에만 집중하려 노력했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는 출전한 6개 팀 중 평균 연령이 가장 어리지만 모두가 최선을 다했다”며 “우리 선수들 모두 박수를 받을 자격이 있다”고 당당하게 말했다.

대표팀 선수들이 대회 기간 펼친 개성 만점 응원전도 화제를 모았다. 귀여운 외모와 행동 때문에 ‘삐약이’라는 별명을 가진 이해인은 키스앤크라이존에서 병아리 인형을 들고 자신의 매력을 마음껏 뽐냈다. 도쿄올림픽을 통해 ‘피겨장군’이라는 별명을 갖게 된 김예림은 점수가 발표되는 순간 장난감 칼을 휘두르는 세리머니를 펼쳤다. ‘피겨 왕자’ 차준환은 왕관을 쓴 채 장난감 총을 쏘는 세리머니를 하기도 했다.

심지어 대표팀 선수들은 단체 세리머니까지 준비했다. 요즘 화제가 되는 걸그룹 뉴진스의 ‘어텐션’ 안무에서 동작을 따왔다. 이날 입국장에서도 취재진의 포즈 주문에 준비한 ‘어텐션 세리머니’를 펼쳤다.

차준환은 “각자 자신의 캐릭터에 맞는 응원 소품을 준비했다. 모두 서로 열심히 응원해 좋은 결과를 얻은 것 같다”며 “응원만큼은 우리가 1등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자 싱글 쇼트와 프리스케이팅에서 모두 1위를 차지해 준우승을 견인한 이해인은 “개인적으로 응원하는 것을 좋아하는데 마음껏 응원할 수 있어서 매우 좋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스케이트를 타지 않을 때 웹툰을 그리는 것이 취미인 이해인은 이번 대회에서 선수들의 모습을 그려 선물하는 등 분위기를 띄우는데 크게 기여했다. 이해인은 “이번 대회가 모두에게 잊지 못할 추억이 되길 바랐다”며 “대회 개막 며칠 전부터 선수들 사진을 찾아가며 열심히 그림을 그렸는데 다들 좋아해 너무 기뻤다”고 했다. 더불어 “다음 시즌에는 트리플 악셀(앞으로 도약해 세 바퀴 판을 뛰는 점프 기술)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지금 많이 훈련하고 있고, 연습 때도 성공하고 있다”고 전했다.

시즌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한국 피겨 대표팀은 잠시 휴식을 취한 뒤 2023~24시즌 준비를 시작한다. 차준환, 이해인, 김예림은 국내에서 훈련에 열중한다. 아이스댄스 임해나-취안예 조와 페어 조혜진-애드콕 조는 캐나다에서 훈련을 이어간다. 중국계 캐나다인인 취안예는 “한국 국가대표로 활약하기 위해 현재 귀화 과정을 밟고 있다”고 밝혔다.

이석무 (sports@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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