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히려는 트럼프 vs 잠룡 디샌티스.... 미 공화 경선 '더러운 손가락' 신경전

조아름 2023. 4. 17.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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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팩 광고서 상대방 '작심 견제'
트럼프 '푸딩 손가락' 조롱 광고에
디샌티스 "민주당과 싸우라" 맞불
도널드 트럼프(왼쪽) 전 미국 대통령과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 내년 미국 대선을 위한 공화당 경선을 앞두고 두 사람 간 신경전에 불이 붙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푸딩에 갖다 댄 더러운 손가락 좀 치우시지."(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측)

"민주당이랑 싸워라. 공화당 말고!"(론 디샌티스 미 플로리다 주지사 측)

차기 미국 대선 후보 결정을 위한 공화당 경선을 앞두고 트럼프와 디샌티스 간 신경전이 점입가경이다. 지난달 미 역대 대통령 중 처음으로 형사기소된 이후 오히려 지지율 상승을 보이며 '굳히기'에 나선 트럼프는 최근 전매특허인 '모욕 주기'로 공화당의 '잠룡'으로 꼽히는 디샌티스의 약점을 공격했다. 이에 질세라, 디샌티스도 첫 TV 광고에서 노골적으로 '트럼프 견제'에 나섰다.


선공 트럼프 "푸딩 디샌티스, 사회보장 삭감 나서"

17일(현지시간) 미국 주요 언론들에 따르면, 내년 대선의 공화당 후보 자리를 놓고 다투는 두 사람은 최근 상대방을 직접 겨냥한 TV 광고를 내놓았다. 선공을 날린 건 트럼프 측이다. 그를 후원하는 극우 성향의 슈퍼팩(Super PAC·정치자금 모금 조직) '마가(MAGA)'는 지난 14일 공개한 30초짜리 영상에서 디샌티스의 사회보장 관련 입장을 비판했다.

영상 내용은 이렇다. 한 남성이 세 손가락으로 초콜릿 푸딩을 떠먹자 "우리는 단지 푸딩에 대해 얘기하는 게 아니다"란 멘트가 나온다. 디샌티스가 기내에서 초콜릿 푸딩을 손가락으로 먹었다는 최근 한 온라인 매체 보도를 인용해 그를 조롱한 것이다.

곧바로 "디샌티스는 의료보험과 사회보장을 줄이고, 은퇴 연령까지 높여 노후 보장에 손을 대고 있다. 우리 돈에서 더러운 손가락을 떼라"란 말이 이어진다. 2013년 당시 하원의원이던 디샌티스가 사회보장 수급 연령을 65세에서 70세로 올리는 결의안에 찬성표를 던진 것을 상기시킨 대목이다. 광고는 "누가 이 남자한테 숟가락 좀 주세요"란 멘트로 마지막까지 디샌티스를 비꼰다.

14일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슈퍼팩 '마가(MAGA)'가 공개한 광고 영상 일부. 한 남성이 세 손가락으로 초콜릿 푸딩을 떠먹고 있다.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가 과거 기내에서 초콜릿 푸딩을 손가락으로 떠먹었다는 최근 언론 보도를 인용해 그를 조롱한 것으로 보인다. 해당 영상 캡처

맞불 디샌티스 "민주당 공격받는 주제에..."

디샌티스 측도 맞불을 놨다. 디샌티스의 슈퍼팩 '네버 백 다운'은 16일 첫선을 보인 TV 광고에서 "트럼프는 뉴욕에서 민주당 검사한테 공격받고 있다"며 "그런데 그는 왜 플로리다 주지사를 공격하는 데 수백만 달러를 쓰는가"라고 되물었다. 엉뚱한 데 화풀이를 한다는 의미다.

그러면서 광고는 "트럼프는 바이든(조 바이든 대통령)과 펠로시(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의 각본 페이지를 훔치고 사회보장에 관해 거짓말을 반복한다"고 지적했다. 트럼프가 민주당 논리를 따라 '디샌티스가 사회보장 관련 지출을 삭감하고 싶어 한다'는 거짓 주장을 펼친다는 역공이다. 워싱턴포스트는 "디샌티스가 현재 선두주자인 트럼프에 정면 도전할 계획이라는 걸 보여 준 가장 확실한 신호"라고 평가했다.

현재 디샌티스는 트럼프와 함께 공화당 내에서 가장 유력한 대권주자로 거론된다. 물론 아직까진 트럼프가 우위를 점하고 있다. 이달 초 모닝컨설트가 공화당 예비 선거인 3,608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트럼프 지지율은 56%를 기록, 2위인 디샌티스(23%)를 크게 앞질렀다. 미 의회전문매체 더힐은 "트럼프가 선두를 달리고 있지만, 조만간 선거 운동에 나설 디샌티스를 앞서는 다른 공화당 주자가 없는 만큼 두 사람은 강력한 라이벌 관계"라고 전했다.

조아름 기자 archo1206@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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