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시간 개편안 국민 의견 받아보니 찬성 10% 뿐…고민 깊어지는 고용부
정부가 발표한 근로시간 제도 개편안을 반영한 근로기준법 개정안 입법예고가 17일 끝났다. 이날 오후 5시 현재 ‘국민참여입법센터’에는 이 법안에 대해 올라온 공개의견 43건 중 10%만 ‘찬성’인 것으로 나타났다. ‘주 최대 69시간’까지 근무가 가능하다는 점이 부각됐고, 이 부분에 대한 비판이 많았다. 정부는 제도 개편안 취지가 국민들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못했다고 아쉬워하면서, 국민의 의견을 반영해 보완한 새 개편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입법예고 페이지에 의견 90%가 반대…”근태 담당자 더 채용하란 거냐” 지적도
국민참여입법센터에는 이날 오후 5시 현재 고용부가 지난 3월 6일 제출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에 대해 총 43건의 공개의견이 올라와 있다. 그 중 이 법안에 대해 명시적으로 ‘찬성’의 뜻을 전한 것은 4건 뿐이다. 특별한 찬성 이유는 없었고, “네 찬성합니다” “네” “동의합니다” “찬성합니다” 등의 의견을 적었다.
조건부로 찬성한다는 의견도 일부 있었다. 윤모씨는 “전반적으로 동의한다”며 “과반수 노조를 근로자대표로 그대로 인정하는 조항을 개정하지 않은 것은 아쉽다”고 했다.
나머지는 정부의 근로시간 제도 개편안에 반대한다는 내용이었다. 심모씨는 개편안이 중소기업이 원하는 것과 다르다고 지적했다. 심씨는 “실제 중소기업에 필요한 것은 주52시간을 준수하되, 일이 많으면 현행 특별연장근로제도를 활용하는 것”이라며 “특별연장근로 기간이 연 150일정도인데, 이 정도면 건강권을 보호하고 임금도 많아져 근로자들이 선호한다”고 했다.
또 심씨는 “(연장근로) 관리 단위 기간을 (현행 주에서 월·분기·반기·연으로) 연장해 회사나 근로자가 얻을 이익이 불분명하다”며 “총량 관리단위 기간을 확대하면 근태 담당자 1명을 더 채용하라는 것이냐”고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고 지적했다.
제도 개편안에 담긴 선택적 근로시간제와 근로시간 저축계좌제가 노동현장에서 받아들여지기 어렵다는 의견도 있었다. 김모씨는 “지금도 일부 직장은 시차출퇴근제를 한다”며 “일이 진행이 안 되면 사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파다하다”고 했다. 고모씨는 “기업에서 근로자가 자유롭게 연차휴가를 쓰는 환경이 갖춰지지 않으면 (근로시간 저축계좌제는) 상품권 쪼가리”라며 “연장근무 대가로 보상휴가가 아닌 현물(수당)으로 지급을 원하는 경우에도 이 제도는 아무 소용이 없다”고 했다.
한국노총 산하 전국자동차노동조합연맹은 “전국의 수많은 버스 현장에서 이미 탄력적 근로라는 변형 근로가 자리잡고 있고, 장시간 노동의 근거로 활용되고 있다”며 “버스 노동자의 건강권 확보 위해 탄력적 근로는 축소되어야 하지만, 정부안은 더 공고히 할 여지가 충분하다”고 했다. 버스운수업 특성상 근로시간이 더 길어지면 대형 참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했다.
◇청년 강한 반발에 부랴부랴 여론 들었지만…'사장 아들’ 논란도
정부가 지난달 6일 발표한 근로시간 제도 개편안은 곧바로 큰 사회적 논란을 일으켰다. ‘주 최대 69시간’까지 근무가 가능해진다는 부분만 부각돼 확산되면서, 이를 풍자한 유튜브 영상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청년층을 중심으로 강한 반발이 나오며 윤석열 정권 지지율에 악재가 되자,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나서 “연장근로를 하더라도 주60시간 이상은 무리”라며 보완을 지시하기도 했다.
이후 정부와 여당은 부랴부랴 여론을 듣는 자리를 마련하며 대책을 세웠지만, 오히려 악재가 되기도 했다. 앞서 국민의힘 지도부 중 30~40대 인사와 대통령실 청년정책 담당 행정관, 중소벤처기업부 청년보좌역이 모인 ‘청년 당정대’는 지난 13일 서울 구로구 한 카페에서 중소기업 청년 근로자 3명을 초청해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당시 김모씨는 “현장에서는 69시간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는 분들도 있다”고 했다. 김씨는 핸드백·지갑과 군수물품 납품을 하는 중소기업 A업체의 생산관리팀장으로 소개됐다. 그러나 A업체 대표의 아들이라는 점이 이튿날 밝혀졌다. 행사를 주도한 장예찬 국민의힘 청년최고위원은 “해당 내용을 인지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정부, 국민 6000명 대상 대규모 조사…새로운 개편안, 정기국회서 논의
정부는 국민의 의견을 수렴해 ‘장시간 근로’를 없앨 수 있도록 근로시간을 줄일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정식 고용부 장관은 이날 기자간담회를 열고 “(주 최대 근로시간이) 60시간이 될지 48시간이 될지 모르지만, 실노동 시간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찾겠다”고 했다.
이 장관은 “정부 제도 개편안의 핵심은 주 40시간제를 확실히 안착시키겠다는 것”이라며 “정부가 차라리 1년 근로시간을 1800시간으로 줄이겠다고 비전을 제시했으면 69시간 논란이 나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아쉬워하기도 했다. 한국 임금근로자의 2021년 근로시간은 1928시간이다.
정부는 국민 6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와 집단심층면접(FGI)을 실시해 의견수렴을 이어가기로 했다. 1987년 노동자 대투쟁 당시 서울대 사회과학연구소에서 실시한 설문조사 이후 최대 규모 조사다. 이 장관은 “국민들이 안심하고 노사 모두 공감할 수 있는 방안을 찾겠다”며 “(9월에 시작하는) 정기국회에서 논의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안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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