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칼럼] 과학축제에 축제가 없다

2023. 4. 17.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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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4월 21일은 과학의 날이다.

과학에 익숙하지 않은 일반인들은 이날이 '과학의 날'인지 모르고 지나치는 경우가 대다수일 것이다.

올해 과학축제는 12대 국가전략기술 성과 전시부터 스타과학자 강연, 과학랩 강연, 과학예능쇼, 자율주행차 시승, 로봇 체험·드론 라이팅쇼 등 찾는 이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해 줄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펼쳐질 예정이다.

제56회 과학의 날을 계기로 우리나라 과학축제도 정형화된 틀과 획일성을 과감히 벗어 던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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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기 ICT과학부 차장

오는 4월 21일은 과학의 날이다. 과학에 익숙하지 않은 일반인들은 이날이 '과학의 날'인지 모르고 지나치는 경우가 대다수일 것이다. 제정된 지 올해로 56년이나 될 정도로 반 세기가 넘는 오랜 역사를 지녔음에도 과학의 날은 여전히 우리에게 생소한 법정기념일이다. 그만큼 과학이 우리 일상과 멀리 떨어져 있고, 왠지 가까이 하기 어렵고 친숙하지 않은 대상으로 여겨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매년 과학기술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대전시, 부산시 등 지방자치단체들은 과학의 날을 기념해 과학을 주제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준비한다. 특히 올해는 코로나 팬데믹 이후 일상 회복과 함께 마스크를 벗고 맞이하는 과학의 날이라는 점에서 예년보다 풍성한 볼거리, 체험거리, 놀거리로 구성된 각종 과학행사가 가족 단위 관람객을 기다리고 있다.

대표적으로 우리나라 간판 과학축제인 '2023 대한민국 과학축제'가 오는 27일부터 30일까지 나흘간 대전에서 열린다. 그동안 서울과 수도권에서 열렸던 것과 달리 대덕특구 출범 5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장소를 대전으로 옮겨 처음 열린다.

올해 과학축제는 12대 국가전략기술 성과 전시부터 스타과학자 강연, 과학랩 강연, 과학예능쇼, 자율주행차 시승, 로봇 체험·드론 라이팅쇼 등 찾는 이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해 줄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펼쳐질 예정이다.

행사를 주관하는 과기정통부는 국민 누구나 과학문화를 체험하고, 이를 통해 과학이 더 친숙해지고 즐길 수 있는 대상이 되길 바라는 취지에서 행사를 마련했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시계를 돌려 보면 매년 정부가 준비하는 과학의 날 행사 프로그램과 행사 취지는 늘 같았다. 매년 판에 박힌 프로그램을 반복할 뿐, 행사 기획 단계에서 진지한 고민과 논의가 없어 보이는 듯한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주최자 입장에서 매년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여러 행사 중의 일부로 생각하기 때문일까. "과학문화 체험, 전시, 강연, 공연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준비했다"는 말로 그럴싸하게 포장할 뿐, 막상 뚜껑을 열어보면 백화점 나열식 프로그램에 체험 행사도 천편일률적이다.

더욱이 과학적 지식과 원리를 설명하기 위해 제작된 전시 콘텐츠가 우리 일상과 연관된 내용을 통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기술 자체에 초점을 맞춰 행사장을 찾아온 아이들의 머리 속을 하얗게 만들곤 한다.

이런 방식로는 과학축제가 미래 과학 꿈나무의 과학적 탐구와 창의력·사고력 향상에 큰 도움이 되지 않고, 과학적 흥미와 재미를 높이는데도 별 효과가 없어 보인다. 아마도 이렇게 된 데에는 여러 이유 가운데 공급자 중심의 행사 기획, 행사 종료 후 관람객 대상 평가 시스템 부재, 기술 설명 중심의 딱딱한 전시 콘텐츠 등을 지적할 수 있을 것 같다.

과학 선진국들은 과학을 일상의 중심으로 가져와 과학이 우리 삶과 동떨어져 있는 것이 아닌 우리 삶 가까이 있는 것으로 느끼도록 과학행사를 처음부터 기획하고 준비한다. 세계 최고의 과학축제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영국 에든버러 과학축제는 이런 점에서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매년 4월 초부터 2주간 에든버러 도시가 과학 실험실이자 과학 놀이터로 변한다. 축제를 찾는 인원만 무려 15만 명에 달한다. 어린이뿐 아니라 저녁에는 어른 대상의 프로그램이 마련돼 사실상 모든 연령대가 에든버러 과학축제와 함께 한다. 올해는 '실험을 하자'(Let's experiment)를 테마로 열렸다. 영국의 시인이자 화가인 윌리엄 블레이크는 "진정한 지식 획득 방법은 실험"이라고 말한 것처럼 실험을 통해 오감을 통해 어려운 과학을 보다 쉽고 친근하게 이해하자는 취지다.

제56회 과학의 날을 계기로 우리나라 과학축제도 정형화된 틀과 획일성을 과감히 벗어 던지자. 그리고, 과학이 모든 삶의 중심임을 보여주는 과학축제로 새롭게 혁신하는 '과학 아방가르드 운동'을 펼치는 건 어떨까. bongch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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