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신사진 속 이슈人] 탈원전 시대 개막한 독일, 찬반에 휩싸인 국민들
유럽 최대 경제대국 독일이 지난 15일(현지시간) 자정(한국시간 16일 오전 7시)을 기해 최종적으로 원전에서 손을 뗐습니다. 1961년 원전 가동을 시작한지 62년만입니다. 독일 국민들은 찬반에 휩싸여 있습니다. 탈원전이 옳은 선택이었는지를 둘러싼 논쟁은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입니다.
AF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독일 정부는 이날 원자력법에 따라 엠스란트, 네카베스트하임2, 이자르2 등 마지막 남은 원전 3곳의 가동을 중단했습니다. 1988∼1989년 가동을 시작해 35년간 가동돼온 이들 마지막 세대 원전 3곳이 보유한 가동 권한은 이날 자정을 기해 탈원전법에 따라 소멸됐습니다.
슈테피 렘케 독일 환경장관은 독일 언론에 기고한 글에서 "이 세상 어떤 원전에서도 1986년 체르노빌이나 2011년 후쿠시마와 같은 재앙적인 사고가 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면서 "탈원전으로 더 이상 방사능에 고도로 오염된 핵폐기물이 생산되지 않는다는 점도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독일은 1961년부터 최대 37개 원전을 가동해 전체 전력의 최대 3분의 1가량을 원전에 의존해왔었지요. 1957년부터 지어진 연구용 원전까지 감안하면 가동 원전은 100개가 넘었습니다. 그러다가 중도좌파 성향의 사회민주당(SPD)과 녹색당 연립정부가 처음으로 탈원전을 추진, 2000년에 원전 운영사들과 합의에 성공합니다. 이에 따라 독일은 2015∼2020년께 탈원전이 예고됐었습니다.
이후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를 필두로 중도우파 성향의 기독민주당(CDU)·기독사회당(CSU) 연합과 친기업 성향의 자유민주당(FDP) 연립정부가 집권하자 탈원전을 철회하고, 2010년 남은 17개 원전의 가동 기한을 최장 2036년까지 연장했습니다. 하지만, 메르켈 총리는 이런 결정을 내린 지 4개월여 만인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발생하자 급선회해 2022년 말까지 최종적인 탈원전을 결의했습니다.
그런데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에너지 위기가 터졌지요. 때문에 남은 원전 3곳의 가동은 이날까지 연장됐습니다. 이제는 완전히 가동을 중단했습니다. 독일은 탈(脫)원전한 유일한 나라가 됐습니다.
마지막 3개 원전은 가동 중단 이후 해체 작업에 돌입하게 됩니다. 이들 원전은 가압수형 원자로입니다. 10년 이상 걸릴 것으로 전망되는 해체 작업에는 건설할 때 이상으로 많은 돈이 들 것으로 보입니다. 이미 독일 내에는 27개 원전이 수년째 해체중입니다. 해체 작업은 2040년대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하지만 탈원전에 반대하는 국민들도 많습니다. 독일이 마지막 남은 원전 3곳의 가동을 중단한 날, 독일 베를린의 상징 브란덴부르크문 앞에는 원전 가동 중단에 반대하는 단체들이 시위를 벌였습니다. 이들은 "원자력을 사랑합니다"고 적힌 현수막을 들고 시위와 퍼포먼스 등을 벌였습니다.
이들은 재생에너지 전환에는 찬성하지만 원전 가동 중단에는 반대합니다. 원전 가동을 중단하는 대신 석탄발전소 발전을 늘린다면 대기오염을 유발해 사람들의 목숨을 빼앗을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면서 에너지 전환에 대한 불안이 고조된 탓도 큽니다.
브란덴부르크문 앞에서 벌어지는 풍경은 탈원전을 둘러싸고 분열된 독일의 여론을 반영합니다. 독일 ARD 방송의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독일 시민의 59%는 원전 가동 중단에 반대한다고 답했습니다. 중장년층과 노년층에서 탈원전에 반대하는 비중이 압도적이었습니다. 탈원전에 찬성하는 이들의 비중은 34%로 집계됐습니다. 18∼34세 청년층에서는 탈원전에 찬성하는 이들의 비중은 50%로 상대적으로 높았습니다.
이제 전 세계의 눈은 독일이 탈원전에 안착할지에 쏠립니다. 프랑스, 핀란드, 폴란드 등 같은 유럽 내에는 여전히 원전에 의지하는 국가들이 많습니다. 독일의 사례는 탈원전 고민을 하고 있는 다른 나라들에게 선례를 제공할 것으로 보입니다. 박영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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