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동주 ‘160.1㎞’가 소환한 LG 전설적 파이어볼러… “손바닥이 퉁퉁 부었다”

김태우 기자 2023. 4. 17.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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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BO리그 구속 역대 신기록을 가지고 있는 레다메스 리즈의 피츠버그 시절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한화 마운드와 KBO리그의 미래로 손꼽히는 문동주(20)는 지난 12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KIA와 경기에서 1회 모두를 깜짝 놀라게 하는 저력을 선보였다. 1회 두 번째 타자 박찬호를 루킹삼진으로 잡을 때 포심패스트볼 구속은 무려 시속 160.1㎞가 나왔다.

KBO리그 역사상 국내 선수 공인 최고 구속은 2012년 9월 7일 롯데와 한화전에서 나온 최대성(당시 롯데)의 158.7㎞였다. “구속 하나만 놓고 보면 메이저리그급”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당시 최대성은 7회 장성호 타석 때 이 구속을 찍었고, 이는 10년 넘게 깨지지 않았다. 사실 지난해 안우진(24‧키움)이 본격적으로 구속을 끌어올리며 등장할 때까지 범접할 선수조차 없었던 기록이다.

그런데 그간 공식 기록 기준으로 157.2㎞ 이상을 한 번도 던지지 못했던 문동주가 단번에 최대성의 기록을 넘어 꿈의 영역이었던 160㎞대에 안착한 것이다. 문동주는 당시 상황에 대해 평소보다는 공이 잘 걸리는 느낌이 있기는 했지만, “평소와 비슷하게 힘을 썼다고 생각했는데 구속이 잘 나와서 기분이 좋았다”고 덧붙였다. 그 이상의 숫자도 기대할 만한 대목이다.

하지만 문동주는 아직 KBO리그 역대 기록을 깨지는 못했다. KBO리그 역대 최고 구속 ‘TOP 10’에도 아직 진입하지 못했다. 구속 하나만은 ‘넘사벽’인 존재가 버티고 있어서다. 바로 도미니카공화국 출신으로 LG 유니폼을 입고 3년간(2011~2013) 뛰었던 레다메스 리즈(40)가 그 주인공이다. 역대 구속 1위부터 10위까지는 모두 리즈의 이름으로 도배가 되어 있다.

리즈는 2012년 9월 24일 SK전에서 1회 조동화를 상대로 162.1㎞의 포심패스트볼을 던져 역대 기록을 새로 썼다. 2위 기록도 같은 날 나왔다. 3회 조인성을 상대로 던진 161.9㎞다. 리즈는 161㎞ 이상의 구속을 기록한 공만 통산 7개를 던졌다. KBO리그 역사의 유일한 ‘100마일러’다. 문동주나 안우진이 ‘TOP 10’에 들어가려면 최소 160.8㎞ 이상의 공을 던져야 한다.

리즈는 2007년 볼티모어에서 메이저리그에 데뷔했고, 2009년까지 활약하다 2011년 LG와 계약했다. 2011년 30경기에서 11승13패 평균자책점 3.88로 연착륙에 성공했고, 2012년에는 마무리 보직에서 실패하는 등 애를 먹은 상황에서도 평균자책점 3.69를 기록했다. 2013년에는 개인 첫 200이닝(202⅔이닝)을 던지는 등 32경기에서 10승13패 평균자책점 3.06의 맹활약을 펼쳤다.

당시 리즈의 포심 구위 자체는 역대급이라는 게 기억을 공유하고 있는 모든 선수들의 회상이다. 같은 팀에서 뛴 이대형 SPOTV 해설위원은 “당시 (윤)요섭이 형이 리즈의 전담 포수를 하다시피 나갔는데, 경기 후에는 항상 (글러브를 낀) 왼손바닥이 퉁퉁 부었다. 그래서 (충격을 줄이기 위한) 여러 방법을 하고 나갔다. 글러브 안에다가 쿠션을 덧대고 그랬다. 그래도 경기가 끝나면 손바닥이 많이 부었다. 포심 구위가 워낙 좋았다”고 추억했다.

중견수 방향에서 리즈가 던지는 것을 본 이 위원이지만, 그 위력은 외야에서도 실감할 수 있었다는 추억이다. 이 위원은 “포수가 안 잡으면 그냥 백네트까지 살아서 계속 갈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 정도로 공에 힘이 느껴졌다”고 웃으면서 “구속도 빠르고 공에 힘도 있었다. 스피드만 찍히고 공이 가벼운 게 아니었다. 공 잡을 때 너무 충격이 심했다”고 말했다.

제구가 잘 되지 않는 날은 논란이 일어나기도 했다. 당시 리즈를 상대한 한 타자는 “고의성이 없다는 건 알고 있는데 빠른 공이 몸쪽으로 계속 날아오면 움찔하고 그랬다. 저렇게 제구가 안 되면서 왜 굳이 몸쪽으로 던지는지 화가 날 때도 있었다. 지금도 기억이 난다”고 했다. 이 위원도 “손에서 빠지는 공이 많은데 공이 빠르니 상대 팀으로서는 예민할 수밖에 없었다. 몸쪽이나 어깨 쪽으로 오면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인정했다.

리즈는 2014년 1월 스프링캠프 도중 무릎을 다쳐 LG를 떠났고, 이후에도 LG의 몇 차례 러브콜을 받았으나 결국 KBO리그 복귀는 성사되지 않았다. 2015년 피츠버그에서 메이저리그 복귀전을 가졌으나 14경기 출전이 전부였다. 이 위원은 “씩씩한 척은 하는데 여렸다. 그래서 마무리로 올라가서 연속 볼을 던지고 그랬다”면서 “가끔 연락을 하는데 요즘도 도미니카에서 열심히 운동을 한다고 하더라”고 했다. 문동주와 안우진이 리즈를 1위에서 밀어내는 날이 올지도 관심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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