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 “중국이 통 크게 쏩니다, 대신”…시진핑 만나려 줄 선 ‘미국의 절친들’
[앵커]
최근 유럽과 남미의 주요국 정상들이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 국가주석과 연달아 회담을 가졌습니다.
이른바 '세일즈 외교'의 모양새였는데, 미국을 필두로 한 서방의 대중국 전선에 틈이 생기는 걸까요?
'글로벌 ET'에서 알아봅니다.
홍석우 기자, 요즘 시진핑 중국 주석, 해외 정상들과 자주 만나네요?
[기자]
네, 최근 보름 사이에만 프랑스와 스페인,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정상들과 마주했습니다.
주목할 점은 시 주석이 중국 '안방'에서 이들 모두를 맞았다는 겁니다.
먼저 남미의 대국이자 돌아온 '좌파 대부' 룰라 브라질 대통령부터 보면요.
처음 들른 곳, 베이징이 아니라 상하이였습니다.
신개발은행 본부, 그리고 화웨이의 연구개발 센터를 방문했습니다.
신개발은행은 중국과 브라질, 러시아 등이 속한 이른바 '브릭스'가 달러 기축 통화 체제에 맞서기 위해 설립한 기관이고요.
화웨이는 아시다시피 미국의 집중 제재를 받고 있는 중국 최대 통신장비 업체입니다.
[앵커]
브라질이 중국과 가깝다는 모습을 노골적으로 보여주는 행보 아닌가요?
[기자]
네, 룰라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에서 승리해 돌아온 이후 이전 정권과 달리 중국에 접근하는 '실리 외교'를 펼칠 것이라 예상됐었는데요.
이번에 특히 눈여겨볼 게 '달러화 안 쓰겠다'는 방침입니다.
즉 브라질과 중국 간 수출입 결제와 금융 거래 등에는 미국 달러 대신 중국 위안화를 쓰기로 하고 첫 거래도 벌써 마쳤습니다.
[룰라/브라질 대통령 : "매일 밤 저는 자문합니다. 왜 모든 국가가 달러로 거래해야 합니까? 왜 자국 통화는 사용할 수 없습니까?"]
이렇게 하는 내막을 보면 2009년 이후 14년간이나 중국은 브라질의 최대 교역국이었는데요.
지난해엔 양국 간 거래가 우리 돈 195조 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이번에 동행한 브라질 기업인 수행단이 250여 명에 이르는데요.
스무 건이 넘는 대형 거래가 체결됐단 말이 나올 정도로 중국이 브라질에 통 큰 선물을 안겨준 거로 보입니다.
[앵커]
미국의 오랜 친구였던 사우디도, 원유 결제하는데 중국 위안화 쓰는 걸 검토하겠다고 했죠?
[기자]
네, 주요 산유국 모임인 오펙 플러스가 최근 기습적으로 감산을 결정했습니다.
이걸 두고 사우디 실세인 빈 살만 왕세자가 오랜 우방인 미국과 '헤어질 결심'을 한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왔거든요.
이뿐 아닙니다.
유럽에서는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있는데요.
이달 초 유럽연합 EU의 수장인 집행위원장과 함께 중국을 방문했습니다.
이때 마크롱 대통령에 대한 환대가 두드러졌는데요.
따로 네 시간 동안 단독 회담을 가졌습니다.
이 일이 있고 난 뒤 마크롱 대통령의 타이완 관련 발언으로 서방 외교가가 발칵 뒤집어졌습니다.
중국을 떠나면서는, "타이완은 유럽의 문제가 아니다", "미국의 추종자가 돼서는 안 된다"고 했고, 네덜란드에 가서는 "미국과의 동맹이 곧 '속국'이라는 건 아니"라는 더 강경한 어조의 발언을 이어갔습니다.
[앵커]
마크롱 대통령의 발언은 어떻게 봐야 할까요?
[기자]
네, 유럽이 미국과 중국 가운데 어느 쪽을 따라서는 안 된다는 '전략적 자율성'을 내세우기도 했지만요.
속내는 따로 있는 것 같습니다.
이번 중국 방문에 프랑스 기업인 50여 명이 동행했는데, 경제적으로 성과가 상당했거든요.
중국이 프랑스 기업이나 마찬가지인 에어버스 여객기 160대를 우리 돈 26조 원에 사들이기로 했고, 중국의 돼지고기 시장 개방 등을 포함해 20건이 넘는 계약이 프랑스에 유리한 쪽으로 성사됐습니다.
[앵커]
마크롱 대통령도 '실리' 우선 행보로 봐야 할까요?
[기자]
네, 중국은 이미 2년 전에 미국을 제치고 유럽의 최대 무역 동반자로 올라선 상황이거든요.
제조업 기반이 취약한 유럽에서 중국의 값싼 공산품 수입은 필수가 됐고, 사치품과 여행 시장 등지에선 중국이 유럽의 최대 고객인 상황입니다.
[앵커]
오는 외국 정상들을 마다할 이유 없는 중국은 나름의 요구사항도 있을 것 같은데요?
[기자]
물론입니다.
'실리 외교' 하면 또 중국을 빼놓을 수 없잖아요.
시진핑 주석은 미국의 1강 구도에 맞서 '다자주의'를 외치고 있는데, 결국엔 미국을 겨냥한 거죠.
현재 미국은 우방끼리 첨단 산업 공급망을 재편하자고 하고 있는데, 이게 '디커플링'입니다. 즉 중국을 배제해 중국의 경제 성장을 억제하겠다는 전략입니다.
최근 각국의 정상들을 만난 시 주석이 강조한 부분도 이러한 미국의 '디커플링' 전략에 단호히 반대해달라는 것이었습니다.
[시진핑/중국 국가주석 : "제로섬 게임에는 승자가 없습니다. (기존) 산업 공급망의 분리와 훼손으로 중국의 발전을 막을 수 없습니다."]
중국은 테슬라의 최고경영자 일론 머스크에도 공을 들이는 모양새인데요.
일론 머스크가 시 주석의 초청으로 중국을 방문할 것이라는 보도가 나오고 있습니다.
[앵커]
미국으로서는 좀 많이 불편할 것 같은데, 대응은 어떻습니까?
[기자]
당연히 이런 상황이 달가울 리 없겠죠.
일단 미국은 프랑스와의 동맹은 굳건하다며 진화에 나섰습니다.
[존 커비/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전략소통조정관 : "우리는 미국과 프랑스 두 나라 사이에 강한 맹방과 우호 관계를 확신하며 우리는 항상 협력하고 있습니다."]
달러 패권, 그리고 우크라이나와 타이완 문제 등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 질서에 대해 중국이 견제구를 연이어 날리는 모양새인데요.
경제적 이익 즉, 당근을 제시하며 미국과 거리를 둘 것을 넌지시 종용하는 중국의 행보는 당분간 이어질 것 같습니다.
[앵커]
미국과 중국의 대립이 계속되면 양강 사이에서 우리나라도 이 문제를 피해갈 수만은 없을 것 같습니다.
잘 들었습니다.
홍석우 기자 (musehong@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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