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야간경제관광에 숨 불어넣은 익산 헤리티지 컬래버레이션
(지디넷코리아=강한결 기자)“이번 문화재 야행은 ‘검이불루 화이불치’라는 과하지 않으면서도 고귀한 백제의 멋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2024년 익산 문화재 야행도 방문객의 만족을 최우선으로 생각하여 세심히 준비하겠습니다.”
익산 문화재 야행을 치른 정헌율 익산시장의 인사말이다. 지난 7일 문화재청의 대표적 지역문화재 활용사업인 문화재 야행이 유네스코 세계유산 백제역사유적지구 익산 왕궁리유적에서 문화유산관광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전국 47개 야행 중 가장 먼저 개최한 익산 야행은 9일까지 3일간 백제왕궁(왕궁리유적) 일원에 3만 5천여 명의 방문객을 유치하며 대성황을 이뤘다. 백제의 정신이자 마음이고 아름다움인 ‘검이불루 화이불치’의 미학이 오롯한 시간으로.
2018년부터 문화재청에 국비공모지원사업으로 연속 선정돼 올해 6회를 맞은 익산 문화재 야행은 지난해 8월 집중 호우에도 불구하고 3일간 2만 4천 명의 관람 인파가 몰리며 성황을 이뤘다. 올해 문화재 야행은 기존과 대폭 차별화했다. ‘벚꽃과 백제왕궁’을 소재로 자연과 역사, 문화유산이 융화된 기획으로 관광객에게 다가갔다.
익산문화관광재단에 위탁 추진하던 기존 방식과 달리, 올해부터 익산시 경제관광국 문화유산과가 사무국이 돼 전문가 그룹, 협업기관, 예술단체와 합심하여 야간경제관광의 롤모델로 문화재 야행을 선보였다. ‘백제왕궁은 살아있다’를 테마로 백제왕궁 곳곳이 화려한 포토존과 백제복식을 입은 사람들, 곳곳에서 펼쳐지는 버스킹, 백제문화를 테마로 한 다양한 체험이 진행돼 흡사 1400년 전 백제로 돌아간 듯한 모습을 보여줬다.
백제왕궁 후원 영역까지 그 범위를 넓혀 획기적 변화 속에 진행된 2023 익산 문화재 야행은 짜임새 있는 구성과 질 높은 체험 프로그램,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낸 야간경관으로 인스타그램 핫플레이스로 등극하기도 했다. 문화예술과 콘텐츠의 원천은 문화유산이다. 또, 문화유산은 창작의 보고(寶庫)이기도 하다. 그래서 문화유산에 담긴 역사와 전통문화는 콘텐츠로, 관광으로 재탄생한다. 올해 익산 야행은 그렇게 타 축제와의 차별화에 성공했다.
왕궁리오층석탑 형태의 썬캐쳐, 금제사리함 시계, 수막새 만들기 등 백제문화와 역사 해설 부문을 대폭 강화한 체험 프로그램으로 자녀를 동반한 가족 단위 관람객이 많이 찾았다. 또, 한류의 원조였던 백제의 국제성을 알리기 위한 백제문화 국제교류관, 백제왕궁 초입부터 행사장 전 구역에서 백제의 역사를 알려주는 백제왕궁 주제전시 등 곳곳에서 백제의 가치를 알리기 위한 노력이 돋보였다.
백제왕궁의 장엄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유적 내부에 가설 부스를 최소화하고, 백제왕궁 석축 형태와 기와로 체험부스를 꾸미는 등 백제의 아름다움을 세심한 부분까지 신경 써 구성한 것도 눈여겨 볼만했다. 스타 역사학자(큰별 최태성)의 해설과 왕궁 곳곳에 퍼포먼스를 가미한 역사 해설 등 흥미를 끌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도 진행됐다.
과거의 문화재 정책이 문화재의 관리와 보존 중심이었다면 2000년대 중반에 들어와 다양한 콘텐츠 확충을 통한 적극적 활용으로 패러다임이 전환됐다. 그 중심에서 추진되고 있는 지역문화재 활용사업은 국내외 관광객에게 다양한 매력 요소를 제공한다. 무엇보다 문화재 가치 인식의 제고는 물론 지역경제 활성화를 비롯한 다양한 부가가치 창출에 기여하고 있다.
지역경제에 힘을 보태기 위해 올해 익산 야행은 백제왕궁 이외에도 스탬프 투어를 활용, 중앙동 원도심의 근대역사관, 아트센터, 익산청년시청 등을 연계하여 지역의 문화유산을 알리고 상권을 활성화하는 첫 시도를 했다. 또, 외지인 맞이 환영 공연을 야행 기간 익산역 광장에서 진행했으며, 국립익산박물관(문화체육관광부) 야간 연장 개방도 추진해 3일간 익산 전역이 문화유산관광으로 들썩들썩했다.
한국 관광 100선(한국관광공사)에 익산 미륵사지에 이어 지난해 추가로 선정된 백제왕궁(익산왕궁리유적). 벚꽃이 만발한 시기에 문화유산으로 전국 관광객의 이목을 집중시킨 익산 문화재 야행이 명실상부한 전북권의 대표 야간 축제로 자리매김했다.
방한 관광 시장 회복 추세에 따라 문화유산을 통한 관광 견인이 중요하다. 외래 관광객뿐만 아니라 전국의 여행객들에게 가고 싶은 도시, 경험하고 싶은 방문지로 백제역사유적지구가 그 매력을 전할 기회다. 지역 관광을 다시 밝힐 불빛으로 익산 야행이 교두보가 됐다. 이번 야행을 통해 지역 야간경제관광 실현을 위한 모범적 사례를 만들었다. 그 중심에 익산시의 휴먼웨어(사람) 리더십이 빛났다.
문화재 야행을 비롯한 지역문화재 활용사업을 총괄하는 문화재청 활용정책과(활용진흥계)에 따르면, 지역의 문화유산이 국민들에게 일상에서 더 친근하게 다가가고 나아가 문화관광 자원으로서 지역경제 활성화와 산업 진흥에 기여해 지역발전의 원동력이 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지원을 확대하기 위해 지속해 노력할 계획이라고 한다.
익산시는 체류형 야간관광‧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도시의 문화자원을 통한 야간경제관광 정책을 선도하고 있다. 특히 올해부터 ‘2023 익산 방문의 해’ 캠페인을 본격 추진해 전 세계인들에게 익산만의 매력을 전하고 있다.
‘익산 문화재 야행’은 문화재청의 야행 사업을 수행하는 전국 47개 지자체 중 전문가 심사를 통해 상위 5개(인천 중구 개항장, 청주, 순천 등)에 선정된 우수 지자체다. 매년 야행 기간 3일 동안 한 도시에 수만 명이 찾을 정도의 지역관광 파급력이 높은 대표적 지역문화재 활용사업이다.
이와 함께 익산시는 공주-부여와 공동으로 2021년 개최했던 백제역사유적지구 세계유산축전을 7월에 다시 열며, 9월에는 3년 연속 선정된 문화유산(세계유산) 미디어아트를 익산 미륵사지에서 백제역사유적지구의 탁월한 보편적 가치(OUV)를 담은 신기술 융합콘텐츠 페스티벌로 개최할 예정이다.
야경을 즐기는 산책 자체가 중요한 관광콘텐츠가 된다. 지역의 야간경관을 아름다운 관광코스로 만들면 관광객이 체류하고 싶은 매력적 여행지가 돼 체재일수 확대에 따른 관광소비 효과를 창출한다. 잠들지 않는 도시, 해가 지면 새로운 관광이 펼쳐지는 낭만적 빛의 도시로 전라북도의 익산이 문화유산 야간관광 명소를 찾는 전국의 여행객을 홀리고 있다.
글 = 이창근 ICT 칼럼니스트, 헤리티지랩 디렉터‧예술경영학박사(Ph.D.)
강한결 기자(sh04khk@zd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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