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드러진 유채꽃 너머 푸른 이상향 [손이천의 '머니&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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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밭 작가'로 널리 알려진 이숙자는 1963년 국전 입선을 통해 데뷔한 후 지금까지 반세기 이상 작품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1977년부터 보리밭을 소재로 작업을 시작한 작가는 생명력이 강한 보리를 통해 외세의 침략 속에서도 민족성을 잃지 않고 저항했던 선조들의 정신과 생명력을 담고자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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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채색화에 집중한 이숙자는 천경자의 제자였기에 천경자의 아류라는 평을 받기도 했고, 또 채색화는 왜색조 그림이란 인식이 끊이지 않았기에 오해와 폄훼를 받기도 했으나 묵묵히 자기만의 길을 걸었다.
백색 종이 다섯 겹씩을 덧대 만든 캔버스에 보리 알갱이 한 알 한 알, 수염 한 올 한 올까지 섬세한 붓질로 세밀하게 표현하는 작가는 색감의 깊이와 발색을 위해 에메랄드나 수정, 산호나 비치 같은 보석 원석을 갈아 만든 전통 채색 안료인 암채를 사용한다. 복잡하고 까다로운 절차 때문에 힘겨운 일임에도 암채만이 가능한 깊고 우아한 색의 표현을 위해 이를 고집한다.
4월 경매에 출품된 작품에는 흐드러지게 핀 노란 유채꽃이 가득 차 있다. 보리알이 살아 있듯 유채꽃 송이송이 살아 숨 쉬는데, 작가의 숨결마저 느껴진다. 또 끝없이 이어지는 유채꽃 밭의 끝에 나타나는 푸른 바다는 현실 저 너머의 초현실적 이상향인 양 넘실거린다. 추정가는 6000만원에서 8000만원이다.
케이옥션 수석경매사·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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