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박에 1500원· 렌터카 하루에 5000원… 제주, 외지인에 ‘입도세’ 추진

이혜진 기자 2023. 4. 17.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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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제주시 오라동의 한 도롯가에 겹벚꽃이 활짝 피어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연합뉴스

제주특별자치도가 이른바 ‘입도세(入島稅)’로 불리는 ‘환경보전분담금(환경보전기여금)’ 도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16일 제주특별자치도에 따르면, 도는 제주도를 찾는 관광객에게 부과하는 환경보전분담금 법률안 초안을 마련 중이다. 최근 관광객이 크게 늘어 제주의 자연이 훼손되고 생활폐기물과 하수 발생량이 느는 등 여러 환경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만큼 자연환경 이용의 원인자 부담 원칙에 따라 소정의 금액을 내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오영훈 제주지사는 지난 13일 제주도의회 도정질문 자리에서 “(환경보전분담금 관련) 법률안 초안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라며 “국민적 동의가 뒷받침됐을 때 가능한 부분이기 때문에 주도면밀하게 계획하고 전략을 세워야 하는 만큼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있다”고 밝혔다.

제주도의 환경보전분담금 도입은 윤석열 정부의 지역 정책 과제이자 민선 8기 제주지사 공약이기도 하다.

제주도 관계자는 조선닷컴 통화에서 “단순히 섬에 왔다고 돈을 받는 게 아니라, 실질적으로 환경 오염으로 이어지는 숙박, 렌터카 이용 등에 부과하는 방식이 과거 연구 용역을 통해 제안된 바 있다”고 말했다.

2018년 ‘제주환경보전기여금 제도 도입 타당성 조사 용역’에서는 숙박 시 1인당 1500원, 렌터카 하루 이용에 5000원(승합차 1만원, 경차 및 전기차 50% 감면), 전세버스는 요금의 5% 정도를 부과하는 방식이 제시됐다.

도는 지난해 8월 한국환경연구원(KEI)에 ‘제주환경보전분담금 도입 실행방안’ 연구용역을 의뢰했으며, 올해 안 국회 상정을 목표로 입법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ENA 예능 프로그램 '지구마불 세계여행'에서 출연자인 유튜버 원지가 갈라파고스를 입도하기 위해 내는 '환경보호기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유튜브 영상 캡처

◇입도세, 세계 각국에서 다양한 형태로 징수

환경보전기여금은 전 세계 여러 나라가 도입했거나 도입을 추진 중이다.

최근에는 한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한 유명 여행 유튜버가 에콰도르 갈라파고스를 여행하는 장면에서 환경보전기금 명목으로 100달러를 지불하는 장면이 등장하기도 했다.

갈라파고스 지역 방문 시 모든 여행객은 섬 내 공항 입도 심사대에서 입도료를 지불하게 되어있다. 남미 안데스 협정 국가 출신의 외국인은 50달러, 남미 국가가 아닌 출신의 외국인(한국인 포함)은 1인당 100달러를 지불한다.

현재 미국 하와이주도 이곳에 거주하지 않는 15세 이상 관광객에게 1년간 유효한 관광 허가를 50달러의 수수료를 받고 판매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논의 중이다.

하와이주는 법 시행 후 5년간 계도기간을 두고, 이후에는 위반 시 벌금을 물린다는 방침이다. 주 상원에서는 관광허가 수수료로 50달러를 책정했고, 하원에서 금액의 적정성 여부를 논의하고 있다.

이탈리아 베네치아도 오는 7월부터 하루 입장료로 3∼10유로를 받을 예정이며, 스페인 바르셀로나, 영국 멘체스터, 태국, 부탄 등에서도 관광객을 대상으로 방문 시 부과하는 관광세를 받고 있다.

◇'입도세는 이중과세’ 부정 여론 넘어서야

제주도가 관광객에게 일정 금액을 걷어야 한다는 주장은 오래 전부터 있었으나, ‘입도세’라는 부정적인 인식, 지역 형평성 논란에 직면하며 번번이 가로막혔다.

환경보전기여금은 지난 2012년 ‘환경자산보전협력금’이라는 명칭으로 논의가 이뤄졌지만, 사실상 입도객에 대한 ‘이중과세’라는 부정적 여론에 부딪혀 결국 무산됐다.

이후 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2017년 ‘환경보전기여금’ 도입 필요성이 재차 언급됐고, 타당성 용역을 진행한 결과 입도하는 모든 관광객이 아닌, 숙박, 렌터카, 전세버스 이용요금에 적용하는 안으로 일부 조정됐다.

도내에서조차 입도세를 둘러싼 찬반 여론이 공존하는 만큼 전국민적 공감대를 얻어야만 입도세 도입을 무리 없이 추진할 수 있다는 것이 중론이다.

오영훈 제주도지사 역시 입도세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의식한 듯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오 지사는 지난 13일 도정질문에서 “제주환경보전분담금 도입은 국민적 동의가 뒷받침 됐을 때 가능한 부분이기 때문에 주도면밀하게 계획하고 전략을 세워야 하는 만큼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있다”며 “낙관적인 상황만 있는 것이 아니어서 중앙부처나 일부 국회의 움직임, 산업경제계, 언론계 이런 부분들까지 다 같이 살펴볼 필요가 있다. 과정이 간단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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