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 동굴서 홀로 500일 버틴 스페인 女산악인, 첫 마디는?

홍정수기자 2023. 4. 17.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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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립이 인간의 신체와 정신에 미치는 영향을 실험하기 위해 509일 동안 지하 동굴에서 홀로 지낸 스페인 여성 산악인이 14일(현지 시간) 지상으로 나왔다.

"벌써? 아직 읽을 책이 남았는데 500일은 더 지낼 수 있을 같은데." 영국 일간 가디언 등은 2021년 11월 20일 스페인 그라나다 외곽의 지하 70m 동굴로 내려갔다가 14일 지상으로 나온 익스트림 산악인 베아트리스 플라미니(50)를 조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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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아트리스 플라미니 페이스북 갈무리
고립이 인간의 신체와 정신에 미치는 영향을 실험하기 위해 509일 동안 지하 동굴에서 홀로 지낸 스페인 여성 산악인이 14일(현지 시간) 지상으로 나왔다. 연구진이 동굴에 있던 그에게 ‘이제 지상으로 올라올 시간’이라고 하자 그는 이런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벌써? 아직 읽을 책이 남았는데… 500일은 더 지낼 수 있을 같은데….”

영국 일간 가디언 등은 2021년 11월 20일 스페인 그라나다 외곽의 지하 70m 동굴로 내려갔다가 14일 지상으로 나온 익스트림 산악인 베아트리스 플라미니(50)를 조명했다. 플라미니는 극도의 고립 상태에서 인간의 신체와 정신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알아보기 위해 실험에 나섰다. 그는 TV제작사에 실험 과정을 다큐멘터리로 만들어보자고 제안했고, 곧 스페인 알메리아 대학 소속 과학자 등으로 구성된 연구팀도 꾸려졌다.

베아트리스 플라미니 페이스북 갈무리
플라미니가 동굴로 내려갈 당시 짐 목록에 카메라와 뜨개질 도구, 메시지 전송용 컴퓨터는 포함됐지만 시계는 없었다. 처음 65일은 빠르게 흘렀지만, 이후로는 시간 감각도 흐려졌다고 한다. 연구팀은 그의 상태를 주기적으로 확인했지만 언어 소통은 일절 하지 않았다. 플라미니는 동굴에 들어가기 전 연구진에게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 일이 있더라도 내게 소식을 전하지 말라”고 했을 정도다.

플라미니가 300일쯤 됐을 때 소음 문제로 지상에 6일간 나왔을 때조차 아무와도 대화하지 않았다고 스페인 일간 엘파이스는 전했다. 식사는 연구팀이 내려 보내주는 식재료만으로 해결했다. 위기도 찾아왔다. 외부에서 들어온 파리들이 번식하면서 동굴이 파리로 가득 차 버린 것. 플라미니는 용변 해결 방식을 바꿔 문제를 해결했다.

베아트리스 플라미니 페이스북 갈무리
1년 4개월 22일 만에 동굴 밖으로 나온 그는 취재진에게 “나는 나 자신과 아주 잘 지냈다. 꿈을 이뤄 행복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물론 힘든 순간이 있었지만 매우 아름다운 순간도 있었다”며 “구운 치킨과 감자가 너무 먹고 싶었다”고 했다. 그는 동굴 속에서 책을 60권 읽고, 글을 쓰고, 뜨개질을 하며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가디언은 “이번 기록이 사람이 동굴에서 혼자 보낸 최장 기록일 것”이라고 보도했다. 플라미니의 도전은 다큐멘터리로 제작될 예정이다.

홍정수기자 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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