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장애물’ 제거한 ‘민주당 돈봉투’ 수사 급물살···송영길 수사도 가시권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7일 ‘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과 관련해 검찰의 신속한 수사와 송영길 전 대표의 조기 귀국을 요청함에 따라 검찰 수사가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수사 대상인 제1 야당이 수사의 당위성을 인정하고 송 전 대표에 대한 수사 필요성까지 공식화하면서 정치적 장애물을 제거해준 모양새가 되었기 때문이다.
검찰은 이미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부장검사 김영철)는 전날 강래구 한국감사협회장과 강화평 전 대전 동구 구의원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이들은 모두 2021년 송 전 대표 경선캠프에서 선거운동을 한 인물들이다. 강 협회장은 2021년 3~4월 민주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송 전 대표의 당선을 위해 총 9400만원의 불법 정치자금이 당내에 뿌려지는 과정에서 핵심 역할을 한 것으로 지목됐다. 9400만원 중 8000만원을 직접 마련하고 돈 전달을 지시·권유했다는 것이다. 강 협회장의 측근으로 알려진 강 전 의원은 1900만원을 전달하는 데 관여한 혐의를 받는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이 전당대회를 앞두고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송영길-홍영표 후보 지지세’ 동향 문건을 확보했다. 검찰은 이 문건을 토대로 돈봉투가 체계적으로 배포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검찰은 우선 윤관석·이성만 의원 등 돈봉투 전달자로 지목된 민주당 관계자들을 상대로 조사한 뒤 수수자로 의심되는 민주당 의원들과 관계자들로 수사를 넓힐 것으로 보인다.
송 전 대표에 대한 수사도 가시권에 들어온 것으로 보인다. 송 전 대표가 돈봉투 배포를 지시·인지했는지를 규명하는 게 핵심이다. 검찰이 확보한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의 녹음파일에는 2021년 3월 이성만 의원이 이 전 부총장과 돈 전달 방법을 논의하면서 “내가 송(전 대표와) 있을 때 같이 얘기했는데”라고 말하는 대목이 나온다. 녹음파일에는 송 전 대표의 당시 보좌관이었던 박모씨가 돈 전달에 관여한 것으로 의심할 만한 정황도 나온다. 검찰은 지난 12일 박씨의 자택도 압수수색했다.
송 전 대표를 비롯한 관련자 대부분은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현재 프랑스 파리에 체류 중인 송 전 대표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정근 전 사무부총장의 개인적 일탈 행위를 감시, 감독하지 못했던 것에 대해 당대표로서 도의적 책임을 느낀다”고 했다. 송 전 대표 자신은 모르는 일이라는 취지이다. 송 전 대표 경선캠프 지역상황실장·지역본부장들에게 돈을 전달하는 데 관여한 혐의로 입건된 경선캠프 관계자 A씨도 이날 경향신문에 “영장 기재사실을 인정하지 않는다”고 했다.
변수는 송 전 대표의 조기 귀국 여부이다. 이재명 대표의 요청을 수용해 송 전 대표가 조기 귀국하면 그에 대한 수사의 시간표도 빨라질 공산이 크다. 반면 송 전 대표가 당초 일정대로 오는 7월 귀국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할 경우 수사가 장기화할 수 있다.
이건 수사의 발단이 된 이정근 전 부총장의 태도도 중요한 변수로 꼽힌다. 3만여 건의 휴대전화 통화를 녹음했다가 검찰에 ‘스모킹 건’을 제공한 셈이 된 이 전 부총장이 적극적으로 협조할 경우 검찰 입장에선 혐의를 입증하기가 한결 수월해질 수 있다. 이 전 부총장의 알선수재 혐의 재판에서 법원이 검찰의 구형량보다 높은 형량을 선고하자 야당 일각에선 검찰이 이 전 부총장의 협조를 얻기 위해 일부러 약하게 구형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그러나 이 전 부총장 측은 이날 경향신문에 “이 전 부총장은 검찰 수사에 협조한 적이 없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이보라 기자 purple@kyunghyang.com, 이혜리 기자 lh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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