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장애물’ 제거한 ‘민주당 돈봉투’ 수사 급물살···송영길 수사도 가시권에

이보라·이혜리 기자 2023. 4. 17.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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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7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자리에서 일어나 ‘전대 돈봉투 의혹’ 관련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7일 ‘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과 관련해 검찰의 신속한 수사와 송영길 전 대표의 조기 귀국을 요청함에 따라 검찰 수사가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수사 대상인 제1 야당이 수사의 당위성을 인정하고 송 전 대표에 대한 수사 필요성까지 공식화하면서 정치적 장애물을 제거해준 모양새가 되었기 때문이다.

검찰은 이미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부장검사 김영철)는 전날 강래구 한국감사협회장과 강화평 전 대전 동구 구의원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이들은 모두 2021년 송 전 대표 경선캠프에서 선거운동을 한 인물들이다. 강 협회장은 2021년 3~4월 민주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송 전 대표의 당선을 위해 총 9400만원의 불법 정치자금이 당내에 뿌려지는 과정에서 핵심 역할을 한 것으로 지목됐다. 9400만원 중 8000만원을 직접 마련하고 돈 전달을 지시·권유했다는 것이다. 강 협회장의 측근으로 알려진 강 전 의원은 1900만원을 전달하는 데 관여한 혐의를 받는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이 전당대회를 앞두고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송영길-홍영표 후보 지지세’ 동향 문건을 확보했다. 검찰은 이 문건을 토대로 돈봉투가 체계적으로 배포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검찰은 우선 윤관석·이성만 의원 등 돈봉투 전달자로 지목된 민주당 관계자들을 상대로 조사한 뒤 수수자로 의심되는 민주당 의원들과 관계자들로 수사를 넓힐 것으로 보인다.

송 전 대표에 대한 수사도 가시권에 들어온 것으로 보인다. 송 전 대표가 돈봉투 배포를 지시·인지했는지를 규명하는 게 핵심이다. 검찰이 확보한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의 녹음파일에는 2021년 3월 이성만 의원이 이 전 부총장과 돈 전달 방법을 논의하면서 “내가 송(전 대표와) 있을 때 같이 얘기했는데”라고 말하는 대목이 나온다. 녹음파일에는 송 전 대표의 당시 보좌관이었던 박모씨가 돈 전달에 관여한 것으로 의심할 만한 정황도 나온다. 검찰은 지난 12일 박씨의 자택도 압수수색했다.

송 전 대표를 비롯한 관련자 대부분은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현재 프랑스 파리에 체류 중인 송 전 대표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정근 전 사무부총장의 개인적 일탈 행위를 감시, 감독하지 못했던 것에 대해 당대표로서 도의적 책임을 느낀다”고 했다. 송 전 대표 자신은 모르는 일이라는 취지이다. 송 전 대표 경선캠프 지역상황실장·지역본부장들에게 돈을 전달하는 데 관여한 혐의로 입건된 경선캠프 관계자 A씨도 이날 경향신문에 “영장 기재사실을 인정하지 않는다”고 했다.

변수는 송 전 대표의 조기 귀국 여부이다. 이재명 대표의 요청을 수용해 송 전 대표가 조기 귀국하면 그에 대한 수사의 시간표도 빨라질 공산이 크다. 반면 송 전 대표가 당초 일정대로 오는 7월 귀국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할 경우 수사가 장기화할 수 있다.

이건 수사의 발단이 된 이정근 전 부총장의 태도도 중요한 변수로 꼽힌다. 3만여 건의 휴대전화 통화를 녹음했다가 검찰에 ‘스모킹 건’을 제공한 셈이 된 이 전 부총장이 적극적으로 협조할 경우 검찰 입장에선 혐의를 입증하기가 한결 수월해질 수 있다. 이 전 부총장의 알선수재 혐의 재판에서 법원이 검찰의 구형량보다 높은 형량을 선고하자 야당 일각에선 검찰이 이 전 부총장의 협조를 얻기 위해 일부러 약하게 구형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그러나 이 전 부총장 측은 이날 경향신문에 “이 전 부총장은 검찰 수사에 협조한 적이 없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이보라 기자 purple@kyunghyang.com, 이혜리 기자 lh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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