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리스 월드컵 다룬 '드림', '관객리스' 韓 극장 구원투수될까(종합)[N현장]
(서울=뉴스1) 정유진 기자 = 관객 없는 한국 극장에 천만 감독의 신작은 구원투수가 돼줄 수 있을까.
17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청동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영화 '드림'(감독 이병헌)의 언론배급시사회 및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는 이병헌 감독과 주연 배우 박서준, 아이유를 비롯해 김종수, 이현우, 고창석, 정승길, 양현민, 허준석 등이 참석했다.
'드림'은 개념 없는 전직 축구선수 홍대와 열정 없는 PD 소민이 집 없는 오합지졸 국대 선수들과 함께 불가능한 꿈에 도전하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스물' '극한직업' 이병헌 감독의 신작이다.
이번 영화에서는 박서준이 상황에 떠밀려 반강제로 계획에도 없던 홈리스 국가대표팀 감독을 맡게 된 전직 축구 선수 홍대를, 아이유가 웃는 얼굴로 할 말은 다 하는 솔직한 현실파 PD 소민을 연기했다. 이어 김종수가 홈리스 국가대표팀 최고령 선수 올드보이 환동, 배우 이현우가 홈리스 국가대표팀의 스트라이커이자 히든카드인 인선 역을 맡았다.
또한 고창석이 홈리스 국가대표팀의 딸 바보 핵궁뎅이 효봉, 정승길이 홈리스 국가대표팀의 폭주기관차 반칙왕 범수, 양현민이 반전 매력 홈리스 국가대표팀의 골키퍼 문수, 허준석이 긍정 파워 사무국장 인국 역할을 맡았다.
이날 이병헌 감독은 '드림'을 두고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는 한국 영화의 구원투수'라는 표현이 나오자 "사실 그 좋았던 시절에 이 질문을 받았으면 건방지게 말했을텐데 지금은 너무 겸손해졌다, 너무 떨린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구원투수까지는 아니어도 도움이 으면 좋겠다, (영화계)분위기가 많이 다운돼 있고 안 좋다, 저희 영화가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으면 하는 욕심이 있다"면서 "이 영화는 박서준 아이유가 합류해주고 이야기가 가지고 있는 의미에 대해 동의해주셔서 함께 해주셔서 찍을 수 있는 영화였다"라고 두 배우를 비롯한 다른 배우들에 대해 고마움을 표했다.
'드림'은 홈리스들의 도전을 담은 '드라마' 장르의 작품이지만, 코미디 장르에 탁월한 재능을 지닌 이병헌 감독의 신작인 점에서 코미디적 요소들에 대한 기대감을 자아내기도 한다.
이 감독은 "홈리스가 축구한다고 했을 때 약간 편견 어리게 느껴질 지루함을 깨기 위해 어느 정도 코미디가 필요하다 생각했는데 실화인데다 소외 계층을 다뤄서 너무 희극적으로 다가갈 수는 없었다"며 "그걸 조절하는 게 나에게는 숙제였다, 이렇게 결과물이 나왔는데 관객들이 어떻게 생각하실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또한 앞서 나온 '리바운드' 등 다른 스포츠 영화와의 차별점을 묻는 질문에는 "본격적인 스포츠 영화라고 할 수 없지만, 차별점이 있다면 다른 스포츠 영화들은 승리를 위한, '왜 승리해야 하는가'에 대한 목적이 있다, 어느 정도 위치에서 위를 향해가는 것이라면 우리는 뒤쳐진 것에서 보통을 향해 가는 거였다, 경기장 안에 들어가는 것을 두려워하지 많고 울타리, 공동체 안에 사는 것에 두려움이 없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썼다, 보통의 영화와 차별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영화는 실제 2010년 홈리스 월드컵에 출전한 우리나라 국가대표 홈리스 선수들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작품이다. 각각의 캐릭터는 이병헌 감독이 상상력을 가미해 창조해낸 캐릭터들이지만, 영화 속에 등장하는 경기 내용은 실제와 같다. 이병헌 감독은 이 영화의 시나리오를 그의 출세작인 '스물'보다 먼저 썼다고 알리기도 했다.
이 감독은 "혹시 행여 살아가면 조금 뒤쳐지거나 낙오되더라도, 우리가 경기장 안에 있다는 게 중요하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이기는 것도 중요하지만 경기를 뛰고 있다는 것 그리고 경기장 안에서 최선을 다하는 이유는 아직 경기가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생각을 같이 하고 싶었다"면서 '드림'의 메시지를 설명했다.
박서준과 아이유는 이병헌 감독 특유의 재치 넘치는 '말맛 대사'들을 소화한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박서준은 "이병헌 감독님의 작품을 좋아해서 궁금했다, 나름대로 대사를 숙지하고 촬영에 임했는데 생각보다 다양한 템포로 대사했다고 생각했는데 감독님은 1.5배의 속도를 요구하시는 느낌이더라"며 "처음에는 충분히 연습했다 생각했는데도 불구하고 따라가기 쉽지 않았는데 그것 또한 초반에 그랬고, 감독님의 스타일을 몸으로 느끼면서 먼저 준비를 잘 하려고 했다"라고 밝혔다.
아이유 역시 "감독님이 나에게는 (대사를 할 때)2.5배 정도의 빠른 스피드를 요구하셨다, 현장에서 감독님의 목소리로 소민의 대사가 이 정도 템포였음 좋겠다, 이 정도 빠르기였으면 좋겠다 하는 것을 들으면서 연기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감독님이 (직접 연기)하시는 소민의 대사가 마음에 들더라, 나도 저렇게 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어서 감독님의 말투를 캐치하려고 노력을 많이 했다, 감독님의 디렉팅이 세세했다, 예를 들면 '아주 미친 사람처럼 웃는데 입만 웃고 있었으면 좋겠어' 하는 세세한 디렉팅이 있어 현장에서 많이 의지하고 따랐다"고 설명했다.
또한 "감독님이 워낙 모든 배우들의 대사 톤을 코치해주신 부분이 있어서 감독님께서 원하시는 딱 그 소민에 가까워지려고 감독님의 말투를 제일 많이 참고했다"고 덧붙였다.
박서준과 아이유는 함께 하며 만든 '케미'에 대해 밝히기도 했다. 박서준은 극중 아이유와 티키타카를 하는 장면에 대해 "티키타카를 하는 장면이, 그날 기억이 아직 생생하다, 정말 폭염이었다, 폭염이어서 너무 더워서 우리가 주로 촬영한 공간이 그늘도 거의 없었다, 다들 더위에 지친 상황에서 대사를 하는데 감독님이 '조금 더 빠르게 해볼까' 해서 더위에 나의 구강과 모든 게 뭔가 조금 더 흐물해진 상황에서 빨리 빨리 대사를 해야하는 신이 딱 그 신이었다"라고 회상했다.
이어 "아이유와 둘이 얘기를 했다, 어떻게 생각하냐 하면서 우리 지금 잘 하고 있는 거 맞는지 잘 모르겠다 하면서 서로 고민했던 장면으로 기억에 남는다"며 "그런데 역시나 어느 순간 감독님을 따라하고 있나 생각이 들 정도로 디렉션이 너무 명확했고, 그걸 이렇게 하면 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한 장면이어서 기억이 많이 남는 장면이다"라고 밝혔다.
아이유도 "실제로 모니터를 해보니까, 정말 살짝 눈이 더위를 먹어서 감독님이 원하셨던 것처럼 약간 미친 사람처럼 눈이 풀려있더라, (박)서준씨와도 감독님의 디렉션을 그대로 표현하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감독님이 원하시는 오케이를 우리가 받아낼지에 대해서 '5분 시간 주실 수 있을까요' 해서 대화 나누고 해서 오케이를 받았다"고 말했다.
이 영화는 코로나19로 인해 무려 4년 만에 관객들에게 선보이게 됐다. 박서준은 "4년 만에 개봉하는 영화라 저에게도 의미가 남다른 영화다, 저 뿐 아니라 저희 배우들, 참여한 스태프 관계자들도에게도 의미가 많은 영화라서 더 잘되기 바라는 마음이다, 일단 이렇게 많은 분들이 찾아와주신 게 우리 영화에 관심 많이 가져주신거라 감사하다, 많이 얘기하셨지만 저도 같은 마음이다, 잘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한편 '드림'은 오는 26일 개봉한다.
eujene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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