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발 정계개편 뇌관되나… 野 내부서도 `돈봉투` 거센 비판

비명 "당 해체 위기감 가져야"
징계 소극적일땐 내홍 불가피
이낙연계 중심 움직임 본격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개회를 선언하고 있다.<연합뉴스>

검찰의 '2021년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 수사를 계기로 더불어민주당이 다시 내홍에 휩싸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셀프 면죄부'라는 역풍을 막기 위해 수사 기관에 공정한 수사를 요청했지만, '돈 봉투 의혹' 대상자에 대한 처분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징계나 공천과정에서 이 대표를 향한 내로남불 시비와 내부 계파 갈등이 수면 위로 올라올 수 있는 상황이다. 검찰발 정계개편 신호탄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비명계 의원들은 '돈 봉투 의혹'이 점화된 후 일제히 비판을 쏟아냈다. 이들은 이번 의혹을 두둔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2021년 전당대회 때 선거관리위원장을 맡았던 비명(비이재명)계 이상민 의원은 17일 한 공중파 라디오에 나와 '돈 봉투 의혹이 매표행위인가'라는 물음에 "그런 성격과 다를 바가 없다"고 답했다. 이어 "이런 쓰레기 같은, 시궁창에서만 볼 수 있는, 냄새 나는 고약한 일이 벌어진 데 할 말이 없다"고 했다.

다른 라디오와 인터뷰에선 강한 징계를 요구했다. 이 의원은 "당밖의 공직선거에선 가차 없이 형사 처벌을 받고 다음 출마도 할 수 없을 정도"라며 "당내 선거도 준하게 취급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다른 비명계인 이원욱 의원도 한 라디오에 나와 "당을 해체할 정도의 위기감을 갖고 반성과 결단하는 모습이 필요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가 대국민 사과에 나선 이유도 이런 분위기와 무관치 않다. '진상 확인이 먼저'라는 식의 대응은 사태를 악화시킬 수도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당 내부 분열을 막지 못하면 자신의 리더십도 흔들릴 수 있다.

그러나 돈 봉투 의혹과 관련자들에 대한 징계도 골치거리다. 이른바 '이재명 딜레마'다. 강력한 징계가 나오거나 공천에 불이익을 받으면 이 대표를 향한 내로남불 시비가 제기될 수 있다. '돈 봉투 의혹' 당사자들도 이 대표와 마찬가지로 검찰 수사대상에 올라 있는 상황인데, 처분이 다르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 대표를 향해서는 검찰 기소 당일 '대표직 유지'를 결정한 당무위원회의 '당헌 80조' 유권 해석에 대한 후폭풍도 남아 있는 상황이다.

반면 징계가 소극적이면 당직 개편을 통해 겨우 잠재운 내부 계파 갈등이 다시 수면위로 올라올 가능성이 있다. 이 대표가 이른바 '밀월 관계'로 의심받는 송영길 전 대표 측을 감싸고 도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NY(이낙연)계는 당의 텃밭인 호남에서 심포지엄을 열 계획이다. 이번 위기 속에서 대안세력으로 자리매김하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특히 이낙연 전 대표는 이번 돈봉투 의혹 상황에 대해 큰 우려를 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총선을 앞두고 이런 상황이 심화되면 이 전 대표가 결국 결단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낙연 역할론'을 중심으로 비명계가 뭉칠 가능성이 제기되는 이유다. 민주당의 한 재선 의원은 "총선이 임박하면 자신의 당선에 유리하다고 생각되는 방향으로 선택할 것"이라고 말했다. 만일 민주당이 분열된다면 국민의힘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친윤(친윤석열)계와 비윤(비윤석열)계의 계파 갈등이 사그러들지 않고 있다. 최근에는 '전광훈 목사 발언 논란'을 고리로 김기현 대표와 홍준표 대구시장이 갈등을 빚었고, 결국 홍 시장은 당 상임고문직에서 해촉됐다.

김세희기자 saehee0127@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