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통화전쟁…‘페트로 위안’ 경제 게임체인저 될 것" [미리보는 2023 FIND 서울국제금융포럼·A&D컨퍼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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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Wall Street)의 현인(賢人)'은 현재의 미·중 패권 경쟁이 명백한 강대국 간 패권 전쟁이며, 제3차 세계대전까지 우려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동안 세계 금융권은 지정학, 세계대전 등과 분리돼 보였지만 이젠 그 위험이 상품 가격, 인플레이션, 금리 상승으로 이어진다고 그는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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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 시장 분석가 졸탄 포자르
현재 고금리·고물가 상황
중국의 세계질서 재편 과정.. 美 패권 쇠퇴하고 있다는 신호
위안화 달러 대체 추세 가속도.. 러시아·이란·베네수엘라 등 교역서 위안화 결제 도입·수용
페트로 위안, 상품으로 확대될것
포자르는 최근까지 월가에서 가장 주목받은 시장 분석가다. 미 재무부와 뉴욕 연방준비은행 등을 거치며 쌓은 인사이트를 '글로벌 머니 디스패치'라는 보고서로 풀어내 국제 금융권의 주목을 받았다.
포자르는 "지금 세계 질서는 단순히 고금리, 고물가의 위기가 아니다"라며 "중국이 세계 질서를 재편하려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정학 위기가 득세하면 금융위기 가능성은 당연히 커진다"면서 "모든 위기에는 주범이 있다"고 설명했다. 앞선 두 차례 금융위기가 각각 고정환율제와 미국 신용위험에 원인이 있었다면 다가올 세 번째 금융위기는 가스, 석유, 원자재 등 '상품의 무기화' 때문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포자르는 "대러시아 제재로 러시아산 상품들은 서쪽이 아닌 동쪽으로 향하고 있다"면서 "중국과 인도가 잉여 상품을 서방 국가들에 재판매하는 중개 시장이 되고 있다. 즉 서방 국가들은 더 비싼 돈을 주고 상품을 구입해야 하며, 거래 통화도 유로화 대신 위안화로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전후 질서를 신냉전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그는 국제 환경을 담기에 '냉전'이라는 용어가 좁다고 했다. 냉전(冷戰)뿐 아니라 열전(熱戰)까지 겹쳐 복합적인, 보이지 않는 전쟁의 시대라는 것이다.
포자르는 "오늘날 전쟁은 기술과 상품, 세계 기축통화인 달러를 무기로 치르는 전쟁"이라며 "특히 중국과 러시아의 주도하에 브릭스(BRICS) 국가들은 결제 대금으로 달러가 아닌 위안화를 선택하고 있다"고 말했다.
같은 맥락에서 미 연준이 고강도 긴축 정책을 펼치는 이유가 미국의 패권을 과시하기 위해서라는 해석에 대해서도 "동의하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연준이 고금리를 선택한 이유는 고물가 타파라는 단순한 전략이라는 것이다. 바로 이 고물가를 부추긴 지정학, 상품 시장, 경직된 노동 시장 등의 상황은 앞으로도 인플레이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포자르는 "금리가 높은 이유는 미국의 패권주의 때문이 아니라 오히려 패권이 쇠퇴하고 있다는 신호이고 그에 따른 여파를 수습하기 위한 대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 한국은 전략적 선택을 해야 하는 순간이라고 봤다. 그는 "전략적 모호성은 이론적으로만 가능할 뿐이지 현실에서는 통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포자르는 파이낸셜뉴스가 '금융 지정학(Financial Geopolitics)'을 주제로 오는 4월 18일부터 20일까지 서울 중구 웨스틴 조선호텔 그랜드볼룸에서 개최하는 '2023 FIND·서울국제금융포럼&서울국제A&D컨퍼런스'에서 19일 기조 연설자로 나선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지금, 세계 경제는 위기인가
▲영국 연금 문제나 미국 SVB 파산 등 소규모 위기 상황들은 있지만 금융 위기나 재정 위기는 아니다. 오히려 세계화와 세계 질서의 위기다. 세계화가 퇴보하고 보호주의가 확산하고 있다. 중국은 미국 주도의 세계 질서를 재편하고자 한다. 이는 경제, 군사 및 지정학적 동맹, 상품 가격, 인플레이션, 금리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이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최악의 시나리오는 고금리나 고물가가 아닌 또 다른 세계 대전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길어지고 있다. 올해 세계 경제, 세계 금융시장 전망은
▲지정학적 리스크는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정학적 리스크에 우리는 취약하다. 그동안은 지정학적 위험, 대리전쟁, 세계 대전 등에 대해 깊이 생각하지 않아도 됐다. 하지만 이런 리스크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세계 질서가 변화하면 먼저 상품 가격, 인플레이션, 나아가 이자율 상승을 초래한다. 모든 위기에는 주범이 있다. 현재의 위기는 상품, 특히 상품의 무기화가 주범이 될 것이다. 유럽의 가스 공급 문제, 유가 하락을 위해 OPEC+의 원유 생산을 확대하려는 서방 세계의 집단적인 노력, 세계 원자재 자원에 대한 중국의 개입 등이 그 예다.
―중·러 진영발 물가 상승을 우려하던데
▲러시아는 세계 최대 규모로 다양한 상품을 수출하고 있다. 대러시아 제재로 인해 러시아산 상품들은 서쪽이 아닌 동쪽으로 향한다. 그 결과 중국과 인도가 잉여 수입 상품을 서방 국가들에 재판매하는 중개 시장이 되고, 서방 국가들은 더 높은 가격을 지불해야 한다. 상품 운송 경로가 길어지고 가격은 상승한다. 인보이스 발행 통화도 과거처럼 유로화가 아니라 위안화로 바뀌었다. 인플레이션으로 중앙은행들도 금리 인상을 지속하고 있다. 미 연준이 올해 금리를 최소 6%까지 인상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최근 미·중 관계를 보는 시각이 친구와 적으로 갈린다. 당신 생각은
▲과거 둘 사이는 경제적인 결혼, 차이메리카(Chimerica)라고 불렀고, 서로에게 완벽한 천생연분이라 여겼다. 중국은 오늘날 세계 질서의 재편을 꾀할 수 있을 만큼 부강한 국가로 성장했다. 하지만 차이메리카는 현재 순탄치 않은 이혼 과정에 있다. 두 국가는 군사, 지정학, 기술과 통화 영역에서 서로에게 전략적인 적이 되고 있다. 두 국가의 결별로 인해 피해를 보는 쪽은 공급망이다. 양국이 세계 질서를 평화롭게 재편하기를 바라지만, 그동안의 역사적 궤적을 돌아보면 그다지 희망적이진 않다.
―중국이 달러화 패권에 도전하고 있다고 여러 번 분석했다. 국제 무역에서 위안화 결제 비중이 유의미하게 늘어난다고 보나
▲위안화의 달러 대체 추세가 가속화되고 있다. 전 세계 대금 결제에서 위안화가 차지하는 비중은 현재로서는 낮다. 이 '현재'는 BIS가 3년에 한 번 통화시장을 조사한 데이터에 기반한 것이다. 즉 과거다. 2020년 이후 중국은 러시아, 이란, 베네수엘라와의 교역에 위안화 결제를 도입했고, 사우디아라비아에도 위안화 수용을 요청했다. 최근 러시아는 앞으로 중남미, 아프리카, 아시아로의 수출은 위안화만을 결제 통화로 사용하겠다고 발표했고, 브라질과 중국은 양자 무역에서 달러화 대신 현지 통화를 사용하여 결제하겠다고 했다.
―페트로위안이 국제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페트로위안은 판도를 바꾸는 게임 체인저다. 페트로달러처럼 페트로위안도 석유 결제부터 출발했지만 전 상품 영역으로 확대될 것이다. 중국은 CBDC의 강력한 영향력을 잘 알고 있다. 탈달러화, 위안화 인보이스, 외환 거래의 기준점으로 달러를 사용하지 않는 등의 현 추세는 달러의 지배력에 가장 큰 위협으로 작용할 것이다.
psy@fnnews.com 박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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