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자녀 둔 맞벌이 이용률 높았는데···"다시 불법 내몰릴 판"
한시허용 기간 1380만명 이용
직장인·도서 벽지 등 수요 높아
진료 경험자 88% 또 활용 의향
내달 코로나 위기경보 내려가면
비대면 진료 법적 근거 사라져 중>
“감기·수족구병 등 각종 유행병이 도는 시기가 되면 맞벌이 부부들은 비상이에요. 아이가 열감기를 심하게 앓더니 뒤늦게 저까지 옮아서 난감했죠.”
3세 아들을 둔 워킹맘 최 모(36) 씨는 감기 기운으로 천근만근인 몸을 이끌고 출근했다. 아픈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낼 수 없어 지난주 내내 휴가를 낸 탓에 더 이상 출근을 미루기 어려웠다.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하루를 보내고 느지막이 퇴근한 최 씨는 스마트폰 비대면 진료 애플리케이션을 켜고 야간 진료가 가능한 병원을 찾아 진찰을 받았다. 아이를 재우고 한숨 돌릴 때쯤 집으로 조제약이 배달됐다. 최 씨는 “약국에서 파는 일반 감기약은 잘 듣는데도 대안이 없어 버틸 때가 많았다”며 “사무실을 벗어나기 힘들 때도 짬을 내 의사의 진료와 약 처방을 받을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17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정부가 코로나19 팬데믹 대응을 위해 비대면 진료를 한시 허용한 2020년 2월부터 올해 1월까지 약 3년간 1379만 명이 2만 5967개 의료기관에서 비대면 진료를 경험했다. 같은 기간 코로나19 재택치료를 포함한 누적 비대면 진료 건수는 3661만 건에 달한다. 오미크론 변이 유행으로 코로나19 확진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1년 새 10배 이상 이용자가 치솟았다. 실제 비대면 진료를 이용해본 사람들의 만족도는 높은 편이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설문 조사 결과 비대면 진료 경험자의 87.9%가 향후 비대면 진료를 활용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비교적 의료기관 접근성이 좋은 서울에서도 낮 시간대 병원 방문이 어려운 직장인이나 어린 자녀를 둔 맞벌이 부모들을 중심으로 비대면 진료 이용 수요가 높았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이종성 국민의힘 의원이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0~14세 영유아와 소아청소년의 비대면 진료 이용 건수는 약 195만 6000건에 달했다. 해당 연령대의 전체 인구가 593만 명가량인 점을 고려하면 3명 중 1명꼴로 비대면 진료를 이용했다는 의미다.
서울에 거주하는 맞벌이 부부 고 모(35) 씨는 “퇴근 후 아이에게 저녁을 먹이는데 코감기 증상이 있어서 당황했다”며 “코로나19 때 앱을 이용해본 기억이 떠올라 야간 진료가 가능한 곳을 찾아 진료를 받았는데 친절한 설명과 함께 꼭 필요한 약만 처방해주셔서 안심이 됐다”고 했다.
엔데믹 전환과 함께 주춤하던 비대면 진료 이용량은 환절기를 맞아 감기 등 바이러스 질환이 기승을 부리자 다시 증가하고 있다. 비대면 진료 플랫폼 닥터나우에 따르면 올 3월 앱에서 이뤄진 비대면 진료 이용량은 전월 대비 23% 늘었다. 이 기간에 가장 많이 진료를 요청한 증상은 감기(30.7%)로 전월 대비 3.3% 증가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전염성이 강한 질환의 경우 비대면 진료를 이용하는 사람이 많아진 것으로 풀이된다.
비대면 진료를 요청한 과목은 소아청소년과(18.5%)가 전월 대비 4% 증가하면서 내과(18.2%)를 제치고 1위에 올랐다. 3월 개학을 맞아 대면 접촉이 늘면서 감기·독감 환자가 급증한 데다 소아청소년과 진료 대란이 벌어진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비대면 진료는 도서·벽지에 살거나 중증장애인과 같이 거동이 어려운 환자에게 더욱 유용하다. 1년여 전부터 백령도에서 거주하고 있는 오다솜(29) 씨는 “육지에서 진료를 받으려면 오전·오후에 각각 한 번씩만 다니는 배를 타고 나가야 하는데 4시간 정도 걸린다. 휴가를 써야 병원에 갈 수 있는데 하나 있던 약국마저 없어져 불편함이 컸다”며 “앱으로 비대면 진료를 받고 약 배송도 가능해져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1300만 명이 받은 비대면 진료는 시한부 신세다. 방역 당국은 5월 전후로 코로나19 위기 경보를 ‘심각’에서 ‘경계’로 낮추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르면 한 달 뒤 ‘경계’ 단계로 내려가면 비대면 진료의 법적 근거가 사라진다. 정부는 올해 6월까지 비대면 진료 법제화를 위한 의료법 개정을 마무리하겠다고 밝혔지만 제도화 논의는 지지부진하다. 올 2월 복지부와 대한의사협회가 의료현안협의체에서 재진 환자 대상과 의원급 중심의 제도화 논의에 합의하며 가닥이 잡히는 듯했지만 입법 미비로 공백이 불가피해졌다.
당정은 임시방편으로 시범 사업 카드를 꺼내 들었다. 다만 의사·약사 단체의 반대가 여전히 심해 자칫 20여 년간 반복했던 시범 사업을 되풀이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안경진 기자 realglasses@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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