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시간 개편안 입법예고 마감... 고용장관 "개혁은 국민과의 약속, 촘촘히 보완"

곽주현 2023. 4. 17.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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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식 장관 출입기자단 간담회
"6000명 설문조사로 개편안 보완해 입법
당정 혼란 바람직하지 않아... 조율할 것"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1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출입기자단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고용노동부 제공

'주 최대 69시간' 근로를 가능하게 하는 근로시간 제도 개편안이 17일 입법예고 종료일을 맞았다. 개편안 발표 후 장시간 노동에 대한 반발에 직면한 고용노동부는 국민 의견을 대대적으로 수렴하는 절차를 밟기로 했다. 노동개혁이 윤석열 정부 공약이자 국정과제인 만큼 어떻게든 완수해내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출입기자단과 만난 이정식 고용부 장관은 근로시간 제도 개편안과 관련해 "많이 부족했던 것 같다"면서 "개편안 취지를 제대로 살리면서도 현장 우려가 없도록 촘촘하고 디테일하게 내용을 보완해 대안을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장관에 따르면 지난달 6일 개편안 발표 이후 입법예고 종료 전날인 이달 16일까지 고용부에 접수된 의견서는 245건에 달했고, 장·차관과 지방관서장 등이 총 41회에 걸쳐 401명의 노동자들과 만나 직접 청취한 의견도 상당수 전달됐다. 이 장관은 "주된 의견을 보니 '악용 가능성이 있다', '장시간 노동이 가능하다', '실효성이 없다', '유연화 도구로 쓰일 우려가 있다' 등이었다"며 "아예 제도를 못 할 이유는 아니고, 우려가 없도록 제대로 보완하면 된다고 본다"고 말했다.

노동계는 '주 최대 69시간' 근로시간 개편안의 폐기를 주장하고 있지만, 정부는 제도를 대폭 수정해서라도 입법까지 마치겠다는 입장이다. 이 장관은 "노동개혁은 대통령이 약속한 공약이었고 국정과제의 핵심이었다"며 "취지와 방향은 변함없고, 국민과의 약속은 지켜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올해 정기국회에서 논의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1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출입기자단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고용노동부 제공

고용부는 5월부터 약 두 달간 국민 여론 수렴 작업을 벌일 예정이다. 이 장관은 "국민 6,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와 심층면접조사(FGI)를 진행해 그 내용을 제도에 활용할 생각"이라며 "1987년 노동자 대투쟁 때 서울대 사회과학연구소에서 노사문제 개혁방안에 관해 대국민 설문조사를 한 적 있는데, 그 이후 최초로 진행되는 노동개혁 관련 최대 규모 설문조사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객관적인 설문조사를 위해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과 대학 교수, 노사와 청년 등이 조사 대상과 방식 등을 세밀하게 검토할 예정이다. 이 장관은 "'답정너'로 진행되는 것 아니냐고 하는데, '무신불립(無信不立)'이라고 신뢰가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노사를 포함해 다양한 주체가 참여하는 논의의 장을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달 21일 오전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윤석열 대통령의 국무회의 근로시간 개편 점검 관련 모두발언을 생방송으로 시청하고 있다. 당시 윤 대통령은 "주 60시간 이상 근무는 무리"라고 발언하면서 사실상 '주 최대 69시간제'에 상한 캡을 씌웠다. 뉴스1

입법예고 기간 대통령실 및 여당과 여러 차례 엇박자를 낸 것과 관련해선 "이번에 정부가 개혁 추진 과정에서 많은 시사점을 얻었다고 생각한다"며 "그중 하나가 정책 신뢰도인데, 대통령실과 당정 사이 혼선이 있는 것으로 보이는 건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에 긴밀하게 의견을 조율하고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언급한 '주 60시간 상한'과 관련해선 "대통령 말씀이 개인 의견에 그칠 순 없다"라며 "제도 개편 취지가 아무리 좋아도 건강권이 훼손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취지로 이해하며, 우려되는 부분은 보완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 장관은 노사 양쪽에 '쓴소리'도 얹었다. 그는 "노사 모두 정부에만 자꾸 뭘 해달라고 하는데 스스로 해야 할 일은 해야 한다"며 "기업도 중대재해·노동시간·포괄임금을 줄이고 사람은 더 채용해야 하고, 노동계도 법을 준수하며 자체 혁신을 해야한다"고 말했다. 이어 "제도와 의식, 관행 중 하나만 고쳐서 될 게 아니고 세 가지를 한꺼번에 개선해야 한다"며 "노동시간을 줄이는 쪽으로 가겠다는 것, 그리고 노동자에게 불이익이 없도록 하겠다는 건 당정의 확고한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곽주현 기자 zo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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