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거불응, 경찰 폭행' 혐의, 강릉 유천초 교사 구속 갈림길(종합)
A씨 상해, 퇴거불응, 공무집행방해 혐의
경찰 지난달 28일 유천초 교사 등 5명 현행범 체포
유천초 공동대책위 "교사 부당 징계 비민주적 행정폭력"
강릉지역 시민단체 "수사기관 공권력 남용" 법원 영장 기각 촉구
자신들에게 내려진 징계 등이 부당하다며 강원도교육감실 입구에서 농성을 벌이다 현행범 체포에 나선 경찰관을 폭행한 강릉 유천초 교사가 구속 갈림길에 섰다.
춘천지법은 오는 18일 오후 2시부터 상해와 퇴거불응, 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A씨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를 연다. 지난달 28일 강원도교육청의 퇴거조치 요청에 불응한 혐의로 경찰에 연행되는 과정에서 경찰관에게 폭력을 휘두른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이날 A씨를 비롯해 유천초 혁신학교 지정 취소 철회와 부당징계 취소 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공대위) 관계자 등 5명을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이들은 전날 오후 5시부터 신경호 교육감과의 면담이 불발되자 교육감실 앞을 점거했다. 도 교육청은 공대위에 본관 2층을 무단 점거하고 있다며 이튿날까지 세 차례에 걸쳐 퇴거 요청서를 보냈다.
경찰은 A씨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될 경우 불구속 입건된 나머지 관련자들에 대한 사건을 분리해 검찰에 송치할 계획이다.
영장실질심사를 하루 앞둔 이날 강릉시민행동 등 지역 시민단체·노조 14개 단체는 춘천지법 강릉지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불구속 수사가 일반적인 원칙임을 굳이 언급하지 않더라도 도주 위험이나 증거 인멸 가능성이 전혀 없는 현직 초등학교 교사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는 수사기관의 명백한 공권력 남용이자 폭거"라며 "법원의 구속영장 기각 결정을 촉구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경찰의 현행범 체포가 위법한 공권력 남용이었는지, 강제연행과정에서 기본적인 인권을 침해하는 위법 행위를 수사기관이 자행했는지 재판에서 낱낱이 다뤄지고 밝혀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천초 교사 등 3명의 교육감실 앞 농성은 지난해 7월 신 교육감이 약속한 합의문이 이행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유천초 사건은 3년전 민병희 교육감이 추진한 '행복 더하기 학교 만들기' 시절로 올라간다.
2020년 3월 도 교육청으로부터 행복 더하기 학교로 지정돼 개교한 강릉 유천초는 학교 예산 수립·집행을 놓고 교사와 행정직원 간 갈등이 커지면서 교감과 행정실장이 교체되는 등 내홍을 겪었다.
결국 교장마저 사퇴하며 교직원 갈등의 골이 깊어지자 도 교육청은 감사를 진행해 2021년 9월 혁신학교 지정을 취소했다. 갈등을 빚은 일부 교사에게는 징계를 내렸다.
이후 공대위가 꾸려졌고 "편파적인 표적 감사, 일방적인 혁신학교 지정취소 통보, 정당하게 문제 제기한 교사 3명에 대한 부당 징계는 비민주적 행정폭력"이라고 주장하며 강원도 교육청 앞에서 2021년 11월부터 8개월 넘게 천막 농성을 이어갔다.
2022년 신경호 교육감 당선 직후 7월 농성장에서 신 교육감은 공대위와 합의문에 서명했고 농성은 해제됐다. 공대위는 이를 근거로 지난해 인제, 태백 등으로 발령한 징계 교사 3명을 강릉으로 다시 인사 조치할 것을 도 교육청에 요구했다.
문제는 인사규칙 등에 저촉돼 대부분 합의 사항을 이행하지 못하면서 갈등이 재발됐고 현행범 체포라는 극단적 상황에 이르게 됐다. 인사 규칙은 교사가 해당 학교에서 2년 이상 근무해야 전보를 신청할 수 있도록 규정돼 있다.
도 교육청은 이들의 요구에 교육부에 법령해석을 맡긴 뒤 검토했지만 최근 교육부로부터 이전 조치가 '규정에 따른 인사'라는 원론적인 답변이 돌아오자 합의 이행은 어렵다고 판단했다.
도 교육청은 공대위 측에 지난달 27일까지 시간을 달라고 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약속한 날짜가 되도록 답이 없자 공대위는 교육감 면담을 요청했고 면담시 교육감 외 관계자들만 참석하자 교육감실 입구에서 농성을 벌이다 사법 처리를 받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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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CBS 구본호 기자 bono@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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