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행데크 만들 때 망가져”…청주 우암산 둘레길 조성 ‘나무 훼손’ 논란

오윤주 2023. 4. 17.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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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청주 우암산 둘레길 조성을 놓고 환경단체와 청주시가 마찰을 빚고 있다.

시민단체는 둘레길 보행 데크(툇마루 산책길) 구간 조성으로 '수목 훼손을 피할 수 없다'고 주장하지만, 청주시는 '나무 훼손은 없다'고 일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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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단체-청주시 갈등
우암산 둘레길 조성 공사가 한창인 우암산 순회도로. 군데군데 가로수 뿌리가 드러난 곳도 있다. 오윤주 기자

충북 청주 우암산 둘레길 조성을 놓고 환경단체와 청주시가 마찰을 빚고 있다. 시민단체는 둘레길 보행 데크(툇마루 산책길) 구간 조성으로 ‘수목 훼손을 피할 수 없다’고 주장하지만, 청주시는 ‘나무 훼손은 없다’고 일축한다.

17일 오전 찾은 우암산 순환도로 곳곳에선 둘레길 조성 공사가 한창이었다. 툇마루 산책길이 놓일 삼일공원~청주대 구간에선 중장비가 도로 가장자리를 부수고, 화물차가 도로 잔해와 보도블록을 연신 걷어내고 있었다. 왕벚나무 등 가로수 뿌리가 드러난 곳도 군데군데 보였다. 이름 밝히기를 꺼린 한 부부는 “그냥 둬도 되는 멀쩡한 길을 부수고 왜 공사를 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멀찍이 떨어져 걷던 박아무개(77)씨는 “조금 불편해도 데크 길이 생기면 좋을 것 같다. 빨리 공사가 마무리되면 좋겠다”고 했다.

17일 ‘우암산 둘레길’ 조성 공사가 한창인 우암산 순회도로. 중장비로 도로 가장자리를 부수고, 보도를 걷어내는 공사가 이어진다. 오윤주 기자

청주시는 올해 11월께까지 우암산 순회도로 삼일공원~어린이회관 4.2㎞ 구간에 ‘우암산 둘레길’을 조성할 계획이다. 충청북도가 75억원, 청주시가 25억원을 내는 등 100억원을 들이는 공사다. 민선 7기 때엔 왕복 2차로에서 산 쪽 도로만 일방통행으로 남기고, 나머지 도로와 보도를 터 넓은 둘레길로 조성하려 했지만, 민선 8기 이범석 청주시장이 들어서면서 양방향 도로는 그대로 두고, 기존 보도에 폭 2m 둘레길을 만드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청주시가 추진하는 우암산 둘레길 예상도. 청주시 제공

우암산 둘레길 계획안을 보면, 삼일공원~청주대~안덕벌 입구(2.3㎞) 툇마루(데크) 산책길, 안덕벌 입구~우암산 생태습지(1.3㎞) 생태공원, 생태습지~어린이회관(0.6㎞) 보도 정비 등 공사가 이어진다.

충북생물다양성보전협회·충북시민사회단체연대회 등이 지난 6일 청주시청에서 우암산 둘레길 조성으로 훼손될 수목 현황 등을 설명하고 있다. 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 제공
우암산 둘레길 조성 공사가 한창인 우암산 순회도로. 오윤주 기자

환경시민단체들이 ‘환경 훼손’을 우려한 구간은 청주 시내를 관망하면서 걸을 수 있는 툇마루 산책길이다. 충북생물다양성보전협회·충북시민사회단체연대회는 “데크 길 구간엔 왕벚나무 83그루, 잣나무 39그루, 개나리 1196그루 등 나무 2417그루가 있는데 데크 설치 공사 과정에서 키 작은 관목류 등 대부분이 훼손될 것”이라며 “하늘다람쥐·오색딱따구리 등이 서식하는 우암산의 생태 전반이 망가질 수 있는 만큼 둘레길 조성을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청주시는 시민단체의 주장을 일축했다. 박상갑 청주시 도로안전시설팀장은 “데크를 설치할 때 상판에 구멍을 뚫어 나무를 보호하는 등 수목 훼손을 최소화할 계획”이라며 “수목 갱신 차원에서 일부 잡목은 정리할 계획이지만 가로수 등 훼손은 없다. 시민단체가 공사 현장에서 모니터링해도 좋다”고 말했다.

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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