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고립 전략에 중국도 '외과수술식 반격'... "상대만 아픈 기업 때린다"
규제 대상은 미국 등 서방만 타격 입는 기업
외국 기업 직원 구금... '인질 외교' 공포감도
중국이 미국의 반도체 수출 통제 등 경제제재에 대응해 외국 기업을 상대로 '외과수술식 보복'에 착수했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17일 보도했다. 자국 산업에 악영향을 주지 않으면서도 서방에는 상당한 타격을 주도록 미국 및 그 동맹국의 일부 기업만 콕 집어 복수의 칼을 들이미는 '핀셋 보복'을 하기 시작했다는 얘기다. 서방 진영의 기업 전부를 규제하는 전면 보복에 나설 경우, 중국이 받는 피해도 적지 않다는 걸 고려한 조치다.
중국에 타격 적은 기업만 선별해 '제재'
FT에 따르면 중국은 최근 미국과 일본의 몇몇 기업에 대해 잇따라 규제 조치를 취했다. 미국 반도체 회사 마이크론에 대한 조사에 돌입하는 등 일반적인 기업 제재는 물론, △미국 기업실사업체 '민츠그룹'의 중국인 직원 5명 체포 △일본 제약회사 아스텔라스의 일본인 직원 구금 등 일종의 '인질 외교성' 협박에도 나선 것이다.
특이한 점은 '보복 대상'에 오른 외국 기업이 중국 산업과 연관이 적다는 점이다. 또는 다른 기업으로 대체하는 게 용이해 제재를 가한다 해도 중국엔 큰 피해를 주지 않는 곳들이다. 한마디로 중국을 고립시키려는 미국 등에 맞서, 서방 측만 '아플 수 있는' 기업을 골라서 때리고 있는 셈이다.
마이크론이 대표적이다. 세계 3위의 D램 업체이자 미국의 대표적 반도체 기업으로 평가받지만, 마이크론이 없다고 해서 중국이 당장 아쉬울 것은 없다. D램 분야 세계 1, 2위 업체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통해 제품을 얼마든지 구할 수 있는 데다, YMTC(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 같은 중국 업체들도 D램 생산이 가능하다.
민츠그룹 직원 체포나 일본 제약사 직원 구금도 중국 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전무하다. 반면 서방 세계 입장에선 중국이 향후 국제정세 변화에 따라 얼마든지 인질 외교를 벌일 수 있다는 공포감을 느낄 수 있다. 실제로 두 기업의 직원 구금 이후, 서방 기업들은 중국 상주 직원들의 안전을 긴급 점검했으며, 일부 기업은 중국 출장을 전면 중단하기도 했다.
시진핑의 '보여주기식' 제재... 한국도 장기적으론 손해
중국의 이 같은 선택적 보복은 지난달 3연임을 확정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체제 안정을 위해 미국의 경제제재에 반격하고 있다는 걸 과시하려는 의도가 강하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절부터 지금의 조 바이든 행정부에 이르기까지, 미국의 경제보복에 줄곧 끌려다녔는데 중국 내부 단속을 위해서라도 이제는 맞서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지난 2월 미국 최대 방산업체인 록히드마틴과 레이시온에 가한 중국의 제재도 '보여주기'에 가깝다. 중국은 두 업체가 대만에 무기를 판매했다는 이유로 대중 수출입 금지, 대중 투자 금지 등의 명령을 내렸으나, 사실 이들은 미국의 규제로 이미 중국에 무기를 팔 수 없다. '중국이 미국 기업에 제재를 가한다'는 걸 강조하려는 조치인 셈이다.
중국의 이런 행보가 한국 기업에 미치는 영향에도 관심이 쏠린다. '마이크론 제재'의 경우, 삼성전자 등이 대체 기업으로 부상하면서 단기적 반사이익을 누릴 수 있겠지만, 중국의 제재망이 결국 미국과 그 동맹국을 향하고 있는 터라 장기적으로는 손해라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중국이 광물 수출을 '무기'로 삼으면 한국과 일본은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 베이징 컨설팅 회사인 '시노 오토 인사이트'의 설립자 투 레는 "(희토류, 리튬 등) 전기차 산업에서 사용되는 광물을 중국이 본격적으로 무기화할 경우 유럽과 일본, 한국은 즉각적인 불안에 시달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민재용 기자 insigh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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