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 사람처럼 눈 풀려"..'드림' 박서준·아이유, 4년만 빛보는 결실 [종합]
[OSEN=하수정 기자] 박서준과 아이유가 열연하고, 천만 이병헌 감독이 연출한 '드림'이 4년 만에 관객들을 만난다.
17일 오후 서울 메가박스 코엑스에서는 영화 '드림'의 언론시사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는 이병헌 감독, 주연 배우 박서준, 아이유, 김종수, 고창석, 정승길, 이현우, 양현민, 홍완표, 허준석 등이 참석했다.
'드림'(감독 이병헌, 제공배급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작 (주)옥토버시네마)은 개념 없는 전직 축구선수 홍대(박서준 분)와 열정 없는 PD 소민(이지은 분)이 집 없는 오합지졸 국대 선수들과 함께 불가능한 꿈에 도전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드라마 '멜로가 체질', 영화 '힘내세요, 병헌씨', '스물', 그리고 역대 흥행 순위 2위 '극한직업'(1626만)을 만든 이병헌 감독이 4년 만에 내놓은 신작이다.
전작들을 통해 양질의 코미디를 선사한 이병헌 감독은 부담감이 있다면서도 "계속 그런 코미디를 보여주고 싶다는 욕심이 항상 있다. 이 작품은 '스물'이 개봉하기 전에 썼고, 10년이 좀 넘었다. 그때나 지금이나 비슷하게 열심히 한다"며 "2010년에 홈리스 국가대표에 처음 출전한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는데, 이듬해 짧게 소개됐었다. 제작사 대표님이 그걸 보여주면서 '이야기해보면 어떨까?'라고 하시더라. 나도 너무 생소했지만, 많은 사람들한테 소개해주고 싶었다. 조금 외진 곳으로 느껴졌지만, 우리가 봐야하는 곳이라고 생각했다. 이걸 많은 사람들이 보는 대중 영화로 만들어서 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거기에는 코미디가 필요했고, 실화이면서 소외 계층을 다루기 때문에 너무 희극적으로 다룰 순 없었다. 그걸 조절하는 게 가장 큰 숙제였다. 앞으로 관객들이 어떻게 생각할 지 궁금하다"며 개봉을 앞둔 떨리는 소감을 밝혔다.
박서준은 극 중 쏘울리스 축구선수 홍대로 분해 열연했다. 홍대는 선수 생활 사상 최악의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계획도 의지도 없던 홈리스 풋볼 월드컵 감독으로 나서게 된다. 운동이라곤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홈리스 선수들의 환장할 팀워크에 기가 막히지만, 재능기부로 나선 감독직을 그만둘 수도 없는 캐릭터다. 까칠한 듯 인간적이고, 한 성깔 하면서도 마음 여린 인물을 리듬감이 살아있는 연기로 표현했다.
'청년경찰', '사자',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 첫 할리우드 진출작 '더 마블스'까지 글로벌 행보를 펼치고 있는 박서준은 '드림'을 통해 4년 만에 스크린에 복귀한다. 올해 예능 '서진이네'부터 '드림', '콘크리트 유토피아', '더 마블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경성크리처'까지 무려 5편의 작품을 공개하며, '경성크리처'는 시즌2를 촬영하고 있다.
박서준은 참고하거나 레퍼런스 삼은 캐릭터는 없었다며, "그런 것보단 이 영화가 이병헌 감독님의 장르라고 느꼈다. 내가 준비한 것과 감독님의 디렉션을 참고해서 연기를 하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이병헌 감독의 말맛을 잘 살리기 위해 노력했다는 박서준은 "대사를 잘 숙지하고 촬영에 임했고, 빠른 템포로 임했다고 생각했는데 감독님은 약 1.5배 정도의 속도를 요구하신다고 느꼈다"며 "처음에는 충분히 연습을 하고 갔다고 생각했는데 따라가기 쉽지 않았다. 초반에는 그랬다. 그 이후에는 뭔가 감독님의 스타일을 몸으로 느끼게 되면서 먼저 조금 더 준비하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드림'에는 영화 초반부 '청년경찰' 콤비 박서준과 강하늘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병헌 감독과 '스물'로 인연이 있는 강하늘은 노개런티로 우정 출연한 바 있다.
박서준은 "'청년경찰' 이후로 하늘 씨와 작품에서 조우를 하게 됐는데 '청년경찰'에서도 같이 많이 뛰었다. 이 영화에서도 뛰게 될 줄은 몰랐다"며 "하늘 씨는 조금만 뛰면 되는 줄 알고 왔더라. 근데 조금 많이 뛰고 갔다"며 "하늘 씨 캐릭터에 열등감을 느끼는 역할이었는데, 뭔가 따라가기 위한 마음으로 최선을 다해서 뛰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이어 "그때 처음으로 월드컵 경기장에서 잔디를 밟으며 뛰었던 경험이 굉장히 소중한 경험이었다. 잔디를 밟고 뛰면서 열등감을 느끼는걸 표현했는데, 아마 하늘 씨는 왜 이렇게 많이 뛰는 것도 몰랐을 거다"며 "하늘 씨도 이병헌 감독님과 관계도 있고, 아이유 씨와도 전작을 함께한 관계도 있어서 흔쾌히 도와준 것 같다. 감사하다는 말을 이 자리를 빌려서 하고 싶다"며 고마워했다.
아이유는 열정리스 PD 소민을 맡아 색다른 연기 변신에 나선다. 열정 페이에 열정은 물론 통장 잔고까지 바닥나버린 PD 소민은 홈리스 풋볼 월드컵 첫 출전을 앞둔 대한민국 대표팀의 도전기를 담은 다큐를 어떻게 해서라도 완성하려는 인물이다. 늘 웃음을 잃지 않는 사회 생활 스킬 만렙인 현실파 캐릭터를 연기해 싱크로율을 높였다.
드라마 '나의 아저씨', '호텔 델루나'를 비롯해 첫 상업 영화 데뷔작 '브로커'가 칸 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돼 주목을 받은 아이유는 차기작으로 '드림'을 선보인다. 촬영 순서는 '브로커'보다 '드림'을 먼저 찍었다. 현재 제주도에서 박보검과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폭싹 속았수다'를 촬영 중이다.
아이유는 이병헌 감독만의 특유의 말맛을 살리기 위해 노력한 점으로, "대사를 칠 때 2.5배 정도 빠른 스피드를 요구하셨다. 현장에서 감독님의 목소리로 소민의 대사가 '이 정도 템포였으면 좋겠다. 이런 빠르기면 좋겠다'고 하시더라"며 "감독님이 하시는 소민이의 대사가 마음에 들었다. 나도 저렇게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감독님의 의도를 캐치하려고 했다"고 밝혔다.
이어 "감독님의 디렉팅이 세세하셨다. 예를 들면 '웃는데 아주 미친 사람처럼 웃는데 입만 웃고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런 세세한 디렉팅이 있어서 현장에서 감독님을 의지를 하고 많이 따랐다"고 말했다.
영화에는 아이유와 박서준의 티키타카 호흡이 돋보이는데, 박서준은 "그날 기억이 생생하다. 굉장히 폭염이었고, 너무 더웠다. 촬영 공간에 그늘도 없었다. 약간 더위에 지쳐있던 상황이었다. 대사를 하는데 감독님이 '조금만 더 빠르게 해볼까?'라고 하시더라. 더위와 나의 구강이 모두 뭔가 흐물흐물해진 것 같은 상황에서 빨리빨리 대사를 해야했다"고 답했다.
또한 "그래서 내 기억에는 아이유 씨와 대화를 했다. '지금 어떻게 생각하냐? 잘하고 있는지 모르겠다'면서 서로 약간 고민했던 장면으로 남는다. 역시나 어느 순간 '감독님을 따라하고 있나?' 생각이 들 정도로 디렉션이 명확했다. '이렇게만 하면 되는 것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한테는 굉장히 기억에 많이 남는다"고 고백했다.
아이유는 "서준 씨와 아주 비슷하게 기억하고 있다. 실제로 모니터를 해보니까 살짝 눈이 정말 더위를 먹어서 진짜 감독님이 원했던 것처럼 살짝 미친 사람처럼 눈이 풀려 있더라.(웃음) 서준 씨와도 감독님의 디렉션을 그대로 표현해내고 싶었는데 오케이를 받아낼 수 있을까 고민했다. '5분만 시간을 주실 수 있을까요?' 하면서 대화를 하고 오케이를 받아냈다. 완성된 장면을 봤는데, 감독님이 우리 앞에서 보여준 그 호흡과 유사하게 편집 돼 있는 걸 보고 감독님의 힘을 다시 느꼈다. 그 당시에 서준 씨가 훨씬 빨리 오케이를 받아내는 걸 보고 부러웠다. 서준 씨가 너무 유연하고 좋은 배우라고 생각했다. 강렬한 하루로 남아 있다"며 웃었다.
'드림'에는 박서준과 아이유 외에도 '헌트', '킹메이커'에서 선 굵은 연기로 극장가에 깊은 인상을 남긴 김종수가 국가대표팀의 올드보이 환동으로 분해 큰형님의 든든한 존재감을 보여준다. 오직 딸 밖에 없는 이 구역 대표 '딸바보' 효봉 역은 스크린과 무대를 아우르는 활약을 이어오고 있는 고창석이 맡아 특유의 친근하고 유머러스한 매력을 선사한다. 선과 악을 넘나드는 폭넓은 연기력을 지닌 정승길은 국가대표팀의 반칙왕 범수로 변신해 유쾌한 에너지를 불어넣는다.
영화 '영웅' , 넷플릭스 시리즈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 등에서 매 작품 새로운 변신을 거듭해온 이현우는 국가대표팀의 히든카드 인선을 맡아 섬세한 연기력으로 캐릭터의 성장을 표현해 관객들의 몰입도를 높인다. 다혈질 골키퍼 문수 역의 양현민은 탄탄한 연기력으로 온탕과 냉탕을 오가는 캐릭터의 희로애락을 유쾌하게 그려내고, 독특한 아우라로 눈길을 사로잡는 신비주의 영진은 홍완표가 자신만의 소화력으로 대체 불가한 존재감을 발산한다. 각양각색의 국가대표팀을 이끌어갈 빅이슈 코리아 사무국장 인국으로 분한 허준석은 모두를 아우르는 부드러운 매력으로 배우들의 연기 시너지를 한껏 끌어올린다.
마지막으로 박서준은 "4년 만에 개봉하는 영화다보니 나한테도 의미가 남다르다. 나뿐만 아니라 우리 배우들, 영화에 참여한 관계자 분들 한테도 의미가 있는 영화다. 더욱 잘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오늘 이렇게 많은 분들이 찾아와줬다는 것만으로 너무너무 감사하다", 이병헌 감독은 "한국 영화계뿐만 아니라 너무 힘든 시간을 길게 지나오면서 지친 것 같다. 그런 분들한테 든든하게 응원이 되는 그런 의미있는 영화가 되면 좋겠다. 그런 의미에 동의가 됐다면 도움주시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드림'은 오는 4월 26일 개봉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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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지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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