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노동개혁 1호법안 일단 후퇴…고용부 "국민 의견 더 듣겠다"

이진한 기자(mystic2j@mk.co.kr) 2023. 4. 17.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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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시간 개편안 연내 입법 불투명

◆ 근로시간 개편 보류 ◆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1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근로시간제 개편 문제와 관련해 발언하고 있다. 고용노동부

주69시간제라는 프레임에 빠졌던 윤석열 정부의 근로시간제 개편안이 대대적인 수정 작업에 들어간다. 정부는 9월 정기국회를 목표로 충분한 의견 수렴 절차를 거쳐 제도의 완성도를 높인다는 방침이다.

개편안 보완 방향은 5월부터 실시할 대국민조사 결과에 따라 결정될 전망이다.

다만 올가을 국정감사와 연말 예산심의, 내년 4월 총선 등 정치 일정을 고려했을 때 연내에 입법이 이뤄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관측도 나온다.

근로기준법 개정안 입법예고가 종료된 17일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충분한 제도 보완'을 강조했다.

그는 "5월부터 두 달간 6000명을 대상으로 심층면접(FGI) 방식 설문조사를 집중적으로 진행해 (개편안에 대한) 국민 의견을 수렴할 계획"이라며 "당초 정부 목적은 실노동시간을 줄이려는 것이었지만 저희가 부족했다. 제도 개혁과 관행 개혁 방향에서 개편 취지가 제대로 반영되고 현장 우려가 없도록 디테일하게 정책을 보완하겠다"고 밝혔다.

기업 현장에서 여전히 포괄임금제가 악용되는 관행을 간과했다는 뼈아픈 자성이었다.

그는 향후 개편안에 대해 "(일주일 최대 근로시간이) 60시간이 될지 48시간이 될지 모르지만, 실노동시간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찾겠다"며 "개편안 취지가 아무리 좋아도 건강권을 훼손하지 않도록 규제하지 않으면 문제가 있다는 것이 대통령의 문제의식"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한국 근로자의 연간 근로시간은 2021년 기준 1915시간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5위다. 남미권을 제외하면 가장 많은 것으로, OECD 평균(1716시간)보다 199시간 많다. 물론 이 같은 연간 근로시간은 2011년 2136시간으로 OECD 1위였던 것에 비하면 10년간 10%가량 줄어들고 순위도 낮아진 것이다. 한국이 선진국 대열에 본격 합류하고 주5일제, 주52시간제 등이 자리를 잡으면서 자연스럽게 근로시간이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경직적 제도 운영으로 인해 일부 사업장에서는 근로시간 유연화에 대한 목소리가 꾸준히 제기돼왔다.

향후 여론조사도 공정성을 강화해 불필요한 논란은 피하겠다는 방침이다. 정부가 개편안을 만드는 과정에서 노동계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지 않아 논란을 자초했다는 평가가 있는 만큼 절차적 정당성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이 장관은 "노사와 전문가, 청년 등 의견을 다 들어서 균형 있는 설문이 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개편안에 대한 우려를 씻기 위한 조치도 강화한다. 특히 일각에서 우려하는 장시간 근로 문제에 대해선 근로감독 강화로 보완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이 장관은 근로감독관 수를 대폭 늘릴 것임을 예고했다. 그는 "근로시간 개편안은 노사가 법을 지킬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는 게 핵심"이라며 "공정과 법치를 바탕으로 일한 만큼 정당하게 보상받을 수 있도록 현장을 바꾸기 위한 근로감독에 최우선으로 인력을 투입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기업이 불법을 저지르지 않도록 조직문화를 바꾸고 지원하는 게 정부가 할 일"이라며 "이를 위해 현재 2300명뿐인 근로감독관 증대가 필요하다고 본다"고 했다.

포괄임금제로 인한 '공짜 노동'에 대한 단속도 강조했다. 연장, 야간, 휴일수당을 미리 정해 매월 급여와 함께 지급하는 포괄임금제는 사용자 오·남용으로 공짜 노동을 일으킨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다만 획일적인 규제 강화 방식에는 선을 그었다. 이 장관은 "포괄임금을 전부 근절할 방안이 있는지도 고민이지만, 제도적으로 획일적 규제를 하는 것은 다양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포괄임금 가이드라인도 업종별이나 직종별로 다양한 사례가 있어서 획일적으로 마련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고 설명했다.

고용부는 보완된 근로시간 개편안을 9월 정기국회에 맞춰 제출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국회 일정상 연내 입법 가능성은 불투명한 상황이다.

익명을 요구한 미래노동시장위원회 참여 교수는 "근로시간제도 유연화 필요성에 대해선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이미 공감대가 있다"며 "'주69시간제'라는 프레임에 갇혀 제도의 진정성을 보여주지 못했는데 앞으로도 유사한 문제에 처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근로기준법 개정 취지에 실노동시간 단축을 비롯한 근로자들의 선택권 강화도 있는 만큼 이 점을 강조해야 한다"며 "이번에 취약했다고 평가받는 정서적·사회적 합의 과정을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진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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