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법정] 법은 법, 창작물은 창작자의 것
불명확한 소유권 허점 노리고
NFT미술 권리 주장한 플랫폼
"창작 과정에 아무 역할 없었다"
뉴욕 법원은 예술가 손 들어줘
2014년 5월 2일 뉴욕의 한 공개 콘퍼런스 현장. 디지털 아티스트 케빈 매코이는 개발자 애닐 대시와 함께 자신의 디지털 작품 한 점을 블록체인상에 등록했다. 현재 대체불가토큰(NFT) 아트 마켓플레이스의 원형이자 사상 최초의 NFT 아트였다. 일명 '자본화된 이미지' 프로젝트. '퀀텀'이라는 제목이 붙은 이 작품은 매코이가 창작하고, 대시는 작품 링크와 정보 등을 담은 메타데이터를 블록체인상에 기록하는 프로토콜을 짰다. 현재 NFT의 기반이 된 이더리움 시대가 시작되기도 전이었다.
매코이는 디지털 이미지가 쉽게 도용되고 가공되는 시대에 작품을 토큰화해 소유권과 거래 이력을 블록체인상에 기록함으로써 상거래 사각지대에 있던 디지털 아티스트들도 작품을 팔아 돈을 벌 수 있다고 믿었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작품의 창작자가 시간이 지나도 정당한 보상을 받을 수 있는 예술 경험을 만들고 싶었다"고 했다. 그는 신기술이 가져다줄 낙관적 희망을 전파했다.
매코이와 달리 대시는 NFT 산업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대시는 한 기고문에서 "예술가들에게 힘을 주겠다는 우리 꿈은 실현되지 않았다. 상업적 욕망이 넘실대는 큰 거품만 만들어졌을 뿐"이라고 했다. 대시는 NFT 아티스트들이 특정 플랫폼이나 기업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매코이의 희망론 대신 대시의 비관론을 증명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매코이와 대시가 작품을 등록했던 블록체인은 도메인의 소유권을 증명할 목적으로 만들어진 '네임코인'이었다. 당시 네임코인은 토큰 발행 후 250일마다 소유권을 갱신하지 않으면 소유권이 자사에 귀속된다는 정책을 갖고 있었다. 매코이는 소유권을 갱신하지 않았고, '퀀텀' NFT 소유권은 (약관상으로는) 네임코인으로 넘어갔다.
2022년 매코이는 미술품 경매회사인 소더비와 함께 이더리움상에서 '퀀텀'을 다시 발행한 후 147만달러에 판매했다. 그러자 네임코인 측은 매코이가 소유권을 갱신하지 않은 것은 NFT의 소유권을 포기한 것으로 자사가 퀀텀 NFT 소유권자라 주장하며 법원에 소를 제기했다. 자신이 창작한 작품에 대한 권리가 자신에게 있지 않다는 주장에 매코이는 당황했을 터다.
2023년 3월 22일, 뉴욕 법원은 "네임코인과 이더리움에서 발행된 퀀텀 NFT는 각각 별개"라며 "네임코인 측이 이더리움에서 발행된 퀀텀 NFT에 대해 소유권을 주장할 수 없다"면서 소송을 기각했다. 사건 담당 판사는 "네임코인은 작품의 창작이나 블록체인상에 기록하는 데 있어 어떠한 역할을 했다는 증명이 없다"면서 "새로 부상하는 NFT 분야에서 디지털 이미지와 토큰의 관계, 그 소유권 귀속에 대한 불명확성·불확정성을 악용해 정당한 예술가와 창작자의 이익을 착취하려는 시도"라고 일갈했다.
'(스마트 콘트랙트의) 코드가 곧 법'이라는 웹3.0 옹호자들의 혁명적 주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법은 법'이고 창작물의 소유자는 창작자이다.
[캐슬린 김 미국 뉴욕주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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