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무로에서] 의원수 늘리자는 말이 어떻게 나오나
올해 3월 뇌물 혐의로 구속 수감 중인 정찬민 국민의힘 의원이 10개월이 넘는 구속기간 동안 매달 평균 1300만원이 넘는 세비를 받아온 사실이 언론에 보도됐다. 여당 의원뿐만이 아니다. 이상직·정정순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역시 의원직 상실 전까지 구속 상태에서 세비를 꼬박꼬박 챙겼다. 지방자치단체장이나 지방의회 의원과 달리 국회의원은 구속 중에도 각종 수당이 삭감되지 않는다. 국회의원들에게는 불체포특권뿐 아니라 체포돼 감옥에 있어도 세비특권이 있는 셈이다.
지난 6일 국회 운영위원회에선 이런 어이없는 상황을 개선하기 위한 법률안이 논의됐다. 회의 내용을 보니 정말 어처구니 상실이다. 형사적 구속력이 없는 국회 윤리위원회 징계의 경우 경고 또는 사과 조치만 받아도 수당의 2분의 1을 지급하지 않는데, 형사 구속 땐 그냥 결석한 회의 수에 따라 3만원씩 감액이 전부라는 것이다. 여야 의원들 사이에도 "이건 과하다"는 탄식이 나왔다. 그런데 허무하게도 결론은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더 살펴보자"였다. 지난주 국민 세금을 쓰는 국비지원 사업에 대한 검증 절차인 국가 예비타당성 조사 기준 완화를 여야가 합심해 초스피드로 합의 처리할 때와는 사뭇 달랐다.
여야 모두 21대 국회 개원 직후부터 관련 법안을 우후죽순 내놨지만 21대 국회 초기 한 차례 법안에 대해 논의한 뒤 3년 가까이 소위에 계류된 것은 밥그릇 걸린 일엔 유독 굼뜬 의원들의 관성을 빼곤 설명이 되지 않는다.
지난 13일 선거제 개편을 위한 마지막 국회 전원위원회에서 민주당 의원 연설 시간에 이례적으로 국민의힘 좌석에서 박수가 쏟아졌다. 이원욱 의원이 연단에서 내려온 직후였다. 이 의원은 "국회의원 30명 축소를 진지하게 검토하자"고 발언했다. 야당 의원들이 "정수를 줄여야 한다는 말을 삼가 달라"(김상희) "여당이 소중한 토론 시간에 정수 축소만 외친다"(김경협)고 비판한 것과 반대였다.
의원들 숫자를 늘리지 않으면 소수 정당 의석 보장을 위한 선거제 개편이나 여야 합의가 불가능하다는 건 국민도 안다. 그런데도 의원 수를 늘리자는 말을 들으면 '화'부터 돋는 건 불체포특권 포기는커녕 상식에 맞지 않는 이런 작은 특권 하나조차 쉽게 포기하지 못하는 우리 정치인들의 이재적 근성 때문이다. 개혁은 아무리 명분이 좋아도 국민 수용성 없인 헛방이다. 국민을 설득할 방법은 상식에 맞는 정치다.
[이지용 정치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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