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rld & Now] 월가에 부는 K금융의 힘
13년 만에 10배 이상 훌쩍 늘어
미국 금융기관 고위직도 다수
후배 끌어주고 인맥쌓기 도움
끈끈한 정 앞세우며 똘똘 뭉쳐
동양인 유리천장 이제는 옛말
전 세계 금융 수도인 뉴욕 월가에 한국계 금융인들 위상이 부쩍 높아졌다. 월가 대형 금융기관마다 중요 직위에 한국계가 대부분 빠짐없이 포진해 있고 이들 규모나 활약상이 갈수록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계 금융인들 파워는 개인의 능력을 기반으로 하면서도 최근엔 월가의 핵심 역량인 네트워크까지 강력해졌다는 평가다. 월가에서 고위 임원이 되면 학연, 지연은 물론 자선단체 모임까지 챙길 정도로 네트워크 역량이 중요하다.
지난 12일 저녁 뉴욕 맨해튼 최고급 연회장인 구아스타비노에서 열린 제15회 한인금융인협회(Korea Finance Society·KFS) 연례만찬은 한국계 금융인들의 결집된 힘이 그 어느 때보다 잘 드러난 사례였다. KFS는 2010년 300여 명으로 시작해 지금은 3000여 명이 활동하는 미국 내 최대 한국계 금융인 비영리 커뮤니티다. 특히 멘토링을 통해 후배 한인 금융인 양성으로 유명하다.
이날 행사엔 무려 1300여 명에 달하는 월가 금융인들이 모였고 이 중 1000여 명이 한국계였다. 참가자들은 "월가에 한인 금융인들이 이렇게 많았나?"라며 혀를 내둘렀다. 역대 KFS 연례만찬 중 최대 규모였다. KFS 회원은 최근엔 한 해 500명씩 늘어날 정도로 확대 속도가 빠르다.
질적으로 보아도 단연 월가 최고 금융인들의 자리였다. 세계 최대 사모펀드인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의 조지프 배 공동 최고경영자(CEO),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증권의 마이크 주 최고운영책임자(COO) 겸 북미 총괄대표, 한국계 최초로 포천 500대 기업 이사회에 이름을 올린 넬슨 채 우버 최고재무책임자(CFO), 미국 최대 연기금 캘리포니아공무원연금(캘퍼스)의 엽 김 사모펀드 대표,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스톤의 마이클 채 CFO, 샌더 허 찰스뱅크 캐피털 파트너 등 면면이 화려했다.
이날 한 금융계 고위 관계자는 "서양에서 동양인의 유리천장을 뜻하는 '뱀부 실링(대나무 천장·bamboo ceiling)'이 한국계 금융인들 사이에서 깨진 것이 확인됐다"며 한인 금융인들의 높아진 위상을 설명했다. 실제 배 KKR 공동 CEO는 "내가 KKR에 처음 입사할 당시 첫 아시아계 미국인이었는데, 이제 금융권에서 25%가 아시아계 미국인이라는 점이 매우 자랑스럽다"고 밝혔다.
또 참가자들은 끈끈하게 서로를 지원하는 한국의 문화를 한인 금융인들의 결집 원동력으로 꼽았다.
이날 박찬호 전 미국 메이저리그 야구선수는 KFS가 채 CFO와 배 CEO에게 수여한 '파이팅 리더십상'에 대한 설명을 하며 파이팅의 의미를 아래와 같이 설명했다.
그는 "한국에서 '파이팅'이라는 말을 과거엔 영어로 '함께 가자(let's go)'로 해석했는데, 이제 좀 더 크게 바라보니 서로를 지지하고 격려하고 나눠준다는 의미"라면서 "이것이 한국의 힘"이라고 말했다.
[윤원섭 뉴욕 특파원 yws@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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