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림' 박서준→아이유X이병헌 감독, '감동 실화' 치트키 [종합]
[스포츠투데이 서지현 기자] 실화가 주는 힘이 있다. 소외된 이들의 사연과 이병헌 감독 특유의 개그 코드가 만난 '드림'이 가진 '실화의 힘'은 관객들에게 온전히 전달돼 침체된 한국 영화계를 띄울 수 있을까.
17일 오후 서울시 강남구에 위치한 메가박스 코엑스점에서 영화 '드림'(연출 이병헌·제작 옥토버시네마) 시사회가 열려 이병헌 감독, 배우 박서준, 아이유, 김종수, 고창석, 정승길, 이현우, 양현민, 홍완표, 허준석이 참석했다.
'드림'은 개념 없는 전직 축구선수 홍대(박서준)와 열정 없는 PD 소민(아이유)이 집 없는 오합지졸 국대 선수들과 함께 불가능한 꿈에 도전하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 이병헌 감독 특유의 '말·말·말' 코드
이병헌 감독은 각 작품마다 템포 높은 대사와 유쾌함을 섞어 특유의 '말맛'을 살려냈다.
이에 대해 박서준은 "이병헌 감독 작품을 좋아했다. 처음엔 굉장히 궁금했다. 나름대로 대사를 잘 숙지하고 촬영에 임했다. 저는 나름 템포있게 대사를 했다고 생각했는데 감독님은 1.5배를 원하셨다"며 "연습을 해도 따라가기 쉽지 않았다. 초반엔 그랬지만 이후엔 감독님 스타일을 몸으로 느끼게 되면서 먼저 잘 준비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아이유는 "저는 2.5배 정도의 빠른 스피드를 요구하셨다. 현장에서 감독님의 목소리로 '소민이의 대사 템포가 이정도였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근데 감독님이 하시는 대사가 너무 마음에 들었다. '그렇게 하고 싶다'는 생각에 감독님 말투를 캐치하려고 했다. 감독님 디렉팅이 아주 세세했다. 웃을 때 미친 사람처럼 웃는데, 입만 웃었으면 좋겠다 등의 세세한 디렉팅 덕분에 현장에서 많이 의지했다"
이와 함께 이병헌 감독은 "양질의 코미디와 대사로 인사드리고 싶은 욕심은 당연히 있었다. 이 작품은 시나리오가 '스물' 개봉 전부터 썼던거다. 10년 정도 넘은 것 같다. 그때나 지금이나 비슷하게 열심히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 '드림', 웃음+감동 더한 실화의 힘
'드림'은 2010년 브라질 홈리스 월드컵에 실제 참가했던 대한민국 국가대표 선수들의 실화를 녹여냈다.
이에 대해 이병헌 감독은 "(2010년 홈리스 월드컵) 이듬해에 TV에서 이 이야기를 짧게 소개해줬다. 그때 대표님'이걸 이야기로 썼으면 좋겠다'고 하셨다. 그땐 왜 그걸 몰랐을까 싶었다. 많은 사람들에게 소개시켜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조금 외진 곳이지만, 우리가 봐야 하는 곳이라고 생각했다. 조금 더 많은 사람들이 즐길 수 있는 쉬운 형태의 대중영화로 만들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영화는 '홈리스가 축구를 한다'고 했을 때 편견 어린 지루함을 깨기 위해서 어느 정도 코미디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며 "실화이고, 소외계층을 다루기 때문에 너무 희극적이지 않게 조율하는 것이 가장 큰 숙제였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이병헌 감독은 "본격 스포츠영화라고 할 순 없다. '리바운드' 등과 차별점은 승리를 향한 목적이 있고, 어느 정도 위치에서 위를 바라보고 간다는 것"이라며 "우리는 조금 뒤쳐진 곳에서 간다. '승리' '1승' '한골' 보다는 '우리도 경기장에 있고, 두려워하지 않고, 살아가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없길'바라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또한 이 감독은 감독 "브라질 용병을 쓰는 등 일부 내용은 실화와 같다. 다만 캐릭터를 영화적으로 창작해냈다. 제 마음대로 창작했다기 보단, 빅이슈나 홈리스 분들을 찾아뵙고 많이 인터뷰했다. 그 사연들을 수 십개, 수 백개 인터뷰한 내용이 있다"며 "사연들이 흔히 생각할 수 있는 드라마적이진 않다. 비슷비슷한 사연들로 상처를 많이 받은 분들이다. 그런 인터뷰 내용 중에서 가져온 것들이 대부분"이라고 이야기했다.
아울러 이병헌 감독은 "처음 이 영화를 선택한 이유에 모든 것이 있다. 소개해드리고 싶었고, 알려드리고 싶었고, 같이 생각하고 싶었다"며 "많은 분들이 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기 위해 가장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대중영화를 생각했다. 많은 사람을 설득해 나가는 과정들이 버틸 수 있었던 것은 실화의 힘에 있다. 마지막에 이들을 소개하고, '우리도 이렇게'라는 생각을 하면서 영화적인 효과와 더불어 저 스스로에 대한 동기부여와 버틸 수 있는 힘이 돼 준 것 같다"고 전했다.
◆박서준X아이유+감초 '홈리스'의 조합
'드림'은 박서준, 아이유를 비롯해 홈리스 선수들의 웃음과 감동 '케미'가 돋보인다.
캐스팅 과정에 대해 이병헌 감독은 "사실 이 영화는 박서준, 아이유가 함께 합류해주고 이야기가 가지고 있는 의미에 대해서 동의를 해주셨기 때문에 찍을 수 있던 영화"라며 "사실 경기장 안에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그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기술적인 이야기지만 이미지 캐스팅을 좋아한다. 홈리스 같다는 것이 아니"라고 농담했다.
이어 "김종수는 부자도 어울리고, 가난뱅이도 어울리고 연기적인 신뢰도에 있어서 따로 말씀드릴 것이 없다. 고창석은 마지막 장면을 상상했다. 쓰면서도 울었다"며 "정승길이 맡은 범수 역할은 시나리오에서 애정이 많았던 캐릭터다. 유일한 멜로이기도 하다. '멜로가 체질'에서 못 다했던 멜로를 만들어주고 싶었다. 연기적 신뢰에 대한 부분엔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고 말했다.
또한 이병헌 감독은 "이현우는 안아주고 싶은 사람을 찾았다. 앞머리를 덮고, 고개를 숙인 사람이 성장하고 얼굴을 드러냈을 때 기분이 좋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며 "양현민, 홍완표, 허준석은 저와 정말 오래된 친구들이다. 그때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스케줄 조율하기 쉽다. 개런티 상승폭이 납득이 갈만한 정도다. 같이 오래오래 작업하고 싶은 배우들"이라고 애정을 드러냈다.
아울러 이병헌 감독은 "'드림'이 관객 여러분들에게 '혹시 행여 살아가며 조금 뒤쳐지거나 낙오되더라도 우리가 경기장 안에 있다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전달하고 싶다. 이기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리가 경기를 뛰고 있다는 것도 중요하다"고 인사했다.
'드림'은 26일 개봉한다.
[스포츠투데이 서지현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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