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층 등 돌릴라 … 野, 셀프조사 접고 수사 요청 태세전환

서동철 기자(sdchaos@mk.co.kr), 전경운 기자(jeon@mk.co.kr)이호준(lee.hojoon@mk.co.kr) 2023. 4. 17.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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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돈봉투 의혹 사과
송영길과 밀월 의식해 강수
"돈봉투 사실일땐 강력 처벌"
당내서도 비판 목소리 커져
李-宋 통화서 귀국문제 논의
與 "꼼수 부리면 국민심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운데)가 17일 최고위원회의 주재에 앞서 자리에서 일어나 고개를 숙이며 사과하고 있다. 김호영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7일 '2021년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에 대해 고개를 숙이고 사과의 뜻을 표명한 것은 민주당을 향한 도덕성 공세가 당 안팎을 가리지 않고 이어지며 점점 부담이 커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무엇보다 최근 외교 문제로 여권의 지지율이 고전하는 가운데 상대적으로 지지율을 끌어올리던 민주당이 돌발 악재를 만나자 이 대표가 조기 수습을 시도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최근 우리 당의 지난 전당대회와 관련해 불미스러운 의혹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며 "아직 사안의 전모가 밝혀진 것은 아니지만, 지금까지 상황을 볼 때 당으로서 입장 표명이 필요하다고 판단된다"고 사과에 나선 배경을 직접 설명했다.

돈봉투 의혹이 처음 불거졌을 때만 해도 민주당 내에서는 '국면 전환용 기획 수사' '시기가 미묘하다' 등 반발을 통해 검찰의 '정치 탄압'으로 규정하려는 움직임이 있었다. 그러나 당 지도부는 전날 심야까지 이어진 장시간 회의 끝에 대국민 사과를 하는 것으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는 이날 직접 나서 수사기관에 공정한 수사를 요청했다. 당이 진상조사에 나서면 '셀프로 면죄부를 준다'는 비난에 직면할 수 있는 데다 수사권이 없는 만큼 이 대표의 언급처럼 한계가 있는 부분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권칠승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최고위원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사건 성격상 수사권이 필요한 내용으로 봤다"며 "(당내 조사로) 실효성 있는 결과를 내기 어렵다는 게 중론이었다"고 전했다.

특히 이 대표가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의 조기 귀국을 요청한 것은 이 대표가 송 전 대표와 '밀월 관계'라는 의혹을 끊어내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이른바 '이심송심(李心宋心)' 논란은 지난 대선 경선 과정과 이 대표가 국회에 입성하는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대선 경선 당시 비명계는 송 전 대표가 사실상 이 대표를 지원한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송 전 대표는 이에 대해 "이 대표와 어젯밤 통화했다"며 "조만간 귀국 문제 등 입장을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성준 민주당 대변인은 이와 관련해 "이 대표가 요청한 것이 송 전 대표의 귀국"이라며 "공정한 수사가 있을 경우 책임 조치하겠다는 말씀"이라고 전했다.

권 수석대변인은 "실체적 진실을 밝히는 데 송 전 대표의 귀국이 필요하다고 많이 이야기한다"면서 "필요한 상황이 생기면 당내 조사기구 구성도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당내에서조차 이번 의혹을 두둔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상민 민주당 의원은 이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이런 쓰레기 같은, 아주 시궁창에서만 볼 수 있는 냄새나는 고약한 일이 벌어진 것에 대해 할 말이 없다"고 비판했다.

한편 국민의힘은 진상을 제대로 밝혀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 전대 돈봉투 살포 사건이 점입가경"이라며 "야당 탄압이라는 적반하장 정치 공세도, 개인 일탈이라는 변명도 국민을 우습게 아는 행위"라고 말했다. 이어 "송 전 대표가 즉시 귀국해서 조사를 받고 진실 규명에 협조해야 한다. 그리고 돈봉투를 받은 사람들이 모두 자백하고 수사를 받아야 한다"며 "민주당이 꼼수로 조금이라도 덮으려고 하면 국민 심판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서동철 기자 / 전경운 기자 / 이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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