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도 핵가방 들어야"… 核자강론자 목청 키운 北 '화성-18'
박대출 "한국형 3축 취약해져"
전문가 "북한 7차 핵실험하면
한국도 NPT 탈퇴후 핵무장을"
美 확장억제 의문·불만 성토
尹-바이든 '핵공유' 논의 앞서
대미협상 지렛대 카드 해석도
올해 초 윤석열 대통령이 국방부 신년 업무보고에서 '자체 핵무장론'을 꺼내 들면서 논란이 일자 정부는 "확장억제의 내실화를 의미한다"며 자체 핵 보유에 대해 선을 그었다. 그러나 북한이 최근 핵·미사일 위협 수위를 대폭 끌어올리면서 한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여권과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핵으로 핵을 막자'는 목소리에 다시 힘이 실리고 있다.
17일 국회에서 열린 '독자적 핵무장(핵자강)' 관련 토론회는 작년 개별 의원 차원에서 핵자강을 주장하던 때와는 사뭇 달라진 분위기를 보여줬다. 토론회를 주최한 류성걸 국민의힘 의원은 개회사에서 "기존의 확장억제와 방어에 치중한 핵우산을 넘어서 자체 핵무장을 통해 남북 간 무력 충돌 시 확전을 방지하고, 북한의 잘못된 선택을 막아야 한다는 견해가 점점 더 힘을 얻어 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원회 의장은 축사를 통해 "북한의 핵·미사일을 선제적으로 타격하는 '킬체인(Kill Chain)', 한국형 미사일 방어 체계(KAMD), 공격 시 보복하는 대량 응징 보복(KMPR) 등 '한국형 3축' 체계가 취약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며 "'평화를 원한다면 전쟁을 준비하라'는 격언처럼 전쟁 억지력이 뒷받침되지 않는 평화는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북한이 대남·대미 선제 핵 사용 가능성을 언급하며 선을 넘은 만큼, 한미도 기존의 방어적인 핵 교리에 얽매일 필요가 없다는 주장을 새 지도부 차원에서 대거 쏟아낸 것이다.
이날 토론회는 이런 핵자강론에 대한 여론 수렴 성격도 있었다. 학계의 대표적 '핵자강론자'인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이 발제자로 나서 자체 핵무장에 대한 반대·불가론을 적극 반박했다. 정 실장은 발제에서 한국이 자체 핵무장을 추진한다면 단기적으로 외교적 충격이 있겠지만, 일정 시간이 흐르면 정상적인 궤도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는 논리를 펼쳤다. 그러면서 그는 "일단 한미 원자력협정을 개정해 우라늄 농축이라도 가능하게 해야 한다. 핵무장 잠재력이라도 갖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북한이 비핵화 협상에 나오지 않고 7차 핵 실험을 강행한 후 핵 위협을 계속하면 우리나라도 핵확산금지조약(NPT)에서 탈퇴한 뒤 이스라엘처럼 미국의 묵인 아래에서 핵무장을 추진하고, 핵무장 완료 후 북한과 핵 감축 협상을 추진하는 방법 등 구체적인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한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여당 내에서 핵무장론이 끓어오르는 핵심적인 이유는 결국 미국이 제공하는 '확장억제' 자체에 대한 의구심 때문으로 풀이된다. 북한은 올해 들어 전술핵탄두 '화산-31형'을 보란 듯이 공개하고 핵무인수중공격정 '해일-1·2형' 수중 폭발 시험과 모의 전술핵탄두 공중 폭발 시험까지 강행하면서 핵·미사일 위협을 한 차원 끌어올렸다. 북한이 지난주에 고체 연료 추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8형' 카드까지 꺼내자 여당 내 자체 핵무장론에 기름을 부은 상황이 됐다.
증폭되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과 한국 집권 여당 내의 핵무장 목소리는 어떤 식으로든 한미정상회담 의제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으로서는 국내에서 들끓는 미국 확장억제에 대한 의문과 불만을 대미 협상 지렛대로 활용할 여지가 있다.
미국에 '더 확실하고 손에 잡히는' 북핵 대응·억제 방안을 요구하거나, 한미 간 핵 공동 계획 수립·실행 시 한국의 발언권을 키우는 방편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정부와 군 안팎에서는 한미 정상이 이번 회담을 통해 은밀한 대북 핵 타격이 가능한 미국의 전략핵잠수함을 한반도 주변 해역에 상시 배치하는 옵션을 검토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이날 토론자로 나선 주은식 한국전략문제연구소장은 "이번 미국 방문에서 윤 대통령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게 '서울을 보호하기 위해 워싱턴과 뉴욕에 핵폭탄을 감수할 의도가 있는지'를 직접 물어야 하고, 만약 없다면 대한민국의 안보를 위해 핵무장 허용에 대해 담판을 지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균렬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명예교수는 "대한민국 대통령도 미국 핵우산과 함께 국산 핵가방을 들고 다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지용 기자 / 김성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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