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애와 압박 사이 … 中 CCTV, 잇단 韓기업 보도

손일선 특파원(isson@mk.co.kr) 2023. 4. 17.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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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TV에 소개된 국내 중소기업 지난 16일 휴대용 가스버너를 생산하는 국내 중소기업 맥선 관계자가 중국 최대 무역박람회에 참여해 중국 CCTV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CCTV

통상 중국 관영 매체는 보도 순서나 횟수, 사진 크기, 인터뷰 대상자 등을 모두 공산당 입맛에 따라 치밀하게 결정한다. 중국 기업이 관영매체에 등장하면 몇 번째 순서에 얼마만큼 분량의 기사로 소개됐다고 홍보하는 이유다.

이 같은 중국 관영 매체가 최근 한국 기업을 소개하는 보도를 잇달아 내놓자 중국이 한국 기업을 향해 적극적으로 손을 내밀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관영 방송인 중국중앙TV(CCTV)는 16일 저녁 메인 뉴스 프로그램인 신원롄보를 통해 '중국수출입상품교역회(캔턴페어)' 소식을 전하며 휴대용 가스버너를 생산하는 한국 기업 맥선 관계자 인터뷰를 방송했다.

주중한국대사관 관계자는 "KOTRA나 대사관에서 CCTV 측에 한국 기업을 추천한 것이 아니라 방송사가 먼저 이 기업을 인터뷰하겠다고 찾아온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캔턴페어는 매년 두 차례 광저우에서 열리는 중국 최대 무역 박람회다. 2019년 가을 행사 이후 코로나19로 인해 온라인으로 대체됐다가 3년6개월 만에 정상화됐다. 올해는 사상 최대인 150만㎡ 규모의 박람회장에서 열렸으며 3만여 개 기업이 참가했다. 한국관에는 소형 가전업체 등 20곳이 자리를 잡았다.

CCTV 신원롄보는 지난 9일에도 광둥 지역의 비즈니스 환경을 소개하는 기획 보도에서 현대자동차 수소연료전지시스템 관계자를 실명으로 인터뷰했다. 인터뷰 내용은 중국 정부가 기업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이나 중국 경제에 대한 전망 등이었다.

베이징 소식통은 "화면에 등장하는 모든 요소에 철저하게 계산된 의미를 부여하는 중국 관영 방송의 특성을 고려할 때 한국 기업의 목소리가 메인 뉴스를 통해 소개됐다는 것은 긍정적인 소식"이라고 말했다.

CCTV뿐 아니라 중국 최대 관영 통신사인 신화통신도 최근 윤도선 CJ그룹 중국본사 대표를 인터뷰한 기사를 내보냈다. 신화통신이 한국 기업의 중국법인장을 단독으로 인터뷰하는 건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다.

당국 의중이 그대로 반영되는 중국 관영 매체의 보도에서 최근 한국 기업이 자주 등장하는 것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LG디스플레이 공장 방문과도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

시 주석은 지난 12일 광둥성 광저우시를 시찰하면서 LG디스플레이 생산기지를 깜짝 방문했다. 관영 매체들은 실험복을 입고 생산시설을 둘러보는 시 주석 사진을 공개하기도 했다. 시 주석이 2012년 집권 이후 중국 내 한국 기업 사업장을 직접 방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시 주석이 한중 경제협력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한국 기업들에 손을 내민 것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한국 외교부도 시 주석의 LG공장 방문에 대해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이처럼 중국이 한국 기업에 잇달아 긍정적인 제스처를 취하는 배경으로는 크게 두 가지가 꼽힌다.

첫 번째는 글로벌 공급망 등 미국이 주도하는 미·중 디커플링에 한국 기업의 동참을 막기 위한 전략적 행위로 보는 시각이다. 미국이나 일본과 달리 한국은 아직까지 미·중 사이에서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하고 있는 만큼 한국 기업들에 최대한 미국 편에 서지 말라는 무언의 메시지를 던졌다는 것이다. 또 다른 해석은 외국 자본 유치다.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지방정부 재정이 크게 악화되자 중국은 지방정부들에 외자 유치를 통해 재원을 확보하라고 특명을 내렸다. 한 경제계 소식통은 "중국이 한국 기업의 투자에 기대를 거는 형국"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중국에서 활동하는 한국 기업들의 불안감은 여전히 가시지 않고 있다. 중국 당국의 갑작스러운 규제는 물론 한중 관계 변화와 같은 대외 악재도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한편 한중 양국은 김진표 국회의장의 방중 시기를 조율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리잔수 상무위원장이 방한했을 때 김 의장을 중국으로 초청했고, 김 의장은 가급적 올해 상반기 중에 중국을 방문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외교가에서는 김 의장의 방중이 한중 관계의 전환점이 될지 예의 주시하고 있다. 김 의장은 5월 중국, 6월 미국 방문을 추진 중이다.

[베이징 손일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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