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플라스틱을 시멘트 연료로"… 친환경 대안 급부상
폐플라스틱 연간 960만톤 배출
에너지 회수비율 42%에 불과
수도권 매립지 포화, 대책 시급
시멘트 생산용 유연탄 대체땐
쓰레기양 획기적으로 줄어
인류의 골칫덩어리로 떠오른 생활폐기물 문제를 효과적·효율적으로 처리하기 위한 최적의 대안으로 시멘트산업이 주목받고 있다. 폐기물 소각이나 매립 등으로 발생하는 비용과 환경문제를 시멘트 순환자원 시설을 통해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산업 필수재인 시멘트를 생산하기 위해 유연탄을 때면서 감당해야 했던 탄소배출량도 대폭 감축할 수 있어 순환경제뿐 아니라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핵심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김형동 국민의힘·전해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공동 주최한 '탄소중립과 순환자원 재활용 토론회'에서는 시멘트산업이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해 중추적 역할을 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시멘트업계가 유연탄 대신 폐플라스틱 등 순환자원 활용을 늘리면 유연탄 연소로 발생하는 온실가스를 줄이고 폐플라스틱 등 순환자원을 재사용함으로써 폐기물 매립에 따른 환경문제도 해소할 수 있다는 것이다.
순환자원 도입이 유독 시멘트업계에서 화두인 이유는 폐기물 소각이나 매립 등으로 발생하는 비용과 환경문제를 시멘트 순환자원을 통해 감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멘트산업은 철강업과 석유화학 산업에 이어 세 번째로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업종이지만 유연탄을 순환자원으로 대체하면 다른 업종보다 더 큰 온실가스 감축 효과가 기대된다. 이날 토론회에서 주제발표를 맡은 김진만 공주대 그린스마트 건축공학과 교수는 "유연탄 대신 폐타이어나 플라스틱 등 폐기물을 활용하면 시멘트 생산공정의 소성로(킬른) 온도를 높일 수 있다"며 "산업 필수재인 시멘트를 생산하면서 폐기물 처리 과정에서 따로 발생하는 탄소배출량도 줄일 수 있어 1석2조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유럽 미국 일본 등을 중심으로 이미 1990년대부터 시멘트 제조 과정에 순환자원이 본격 도입됐다. 국내에서도 1997년 처음으로 적용돼 점차 확대되고 있다. 김 교수는 "현재 연간 400만t가량의 가연성 폐기물을 소각로에서 처리할 수 있고 100% 대체하게 되면 연간 800만t을 처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에서는 2020년 기준 연간 961만2000t에 달하는 폐플라스틱이 배출됐다. 이는 2010년 487만8000t 대비 2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이 가운데 674만t이 재활용됐는데 물질 재활용량이 264만t(27.4%), 에너지 회수가 410만t(42.7%)으로 추정된다. 에너지로 회수되는 비율이 절반에도 못 미치는 것이다. 물질 재활용은 재사용이 가능한 플라스틱을 선별해 폐플라스틱 조각(펠릿)으로 만들고 재생원료로 사용하는 방식이다. 탄소를 가장 적게 배출하고 투자비용도 저렴하지만 품질이 기존 제품 대비 떨어지고 폐플라스틱 제품 범위가 좁다는 한계가 있다. 이와 달리 열적 재활용은 폐플라스틱을 발전시설, 시멘트 공정, 보일러 등의 대체연료로 이용하는 것을 말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에너지 회수를 '열적 재활용'으로 보고 재활용 범주에 포함하고 있다.
문제는 2026년부터 수도권, 2030년부터 전국에서 생활폐기물 직매립이 금지된다는 점이다. 생활폐기물을 처리하기 위한 시멘트산업의 역할론이 더욱 커지는 배경이다. 그동안 매립해왔던 생활폐기물을 처리할 새로운 방법을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직매립은 생활폐기물을 소각하지 않고 봉투째 묻는 것을 말한다. 수도권 매립지가 포화 상태에 이르렀지만 또 다른 대안인 소각장 역시 부족한 실정이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 소장은 "생활폐기물 직매립 금지에 대비해 소각장을 늘릴 것이 아니라 폐기물 자체를 줄일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시멘트산업에서 폐기물을 연료로 쓰는 방식으로 순환자원 활용을 확대하는 게 현재로서는 가장 효과적인 대안"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시멘트협회 관계자는 "물질 재활용이 불가능한 비닐봉지나 필름류까지 열적 재활용 대상에 포함된다"며 "시멘트 제조공정의 대체연료로 사용해 소각과 매립을 대체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시멘트업계가 전량 해외에서 수입하는 화석연료인 유연탄을 대신해 온실가스를 감축하고 원가 부담을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제지 등 타 공장 가동에도 폐플라스틱을 활용할 수 있지만 시멘트 공장에서 대량으로 사용 가능해 폐플라스틱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데 기여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기업이 재생원료를 사용하도록 하기 위해 재생원료의 생산·유통·소비 과정에 초점을 두고 폐기물 통계를 작성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자원순환정보시스템에 따르면 환경부와 한국환경공단은 사업장 유형과 처리 방법, 처리 주체 기준 등에 따라 폐기물 통계를 정리해왔다. 이에 대해 홍 소장은 "순환경제의 최종 목적은 재생원료를 잘 활용하는 데 있다"며 "어떤 종류와 품질의 재생원료가 생산돼 유통되고 있는지가 훨씬 더 유용한 통계인데도 관련 데이터가 없어 산업계에서는 재생원료 수급과 관련된 경영계획을 수립할 수 없는 실정"이라고 꼬집었다.
요컨대 재생원료 통계를 종류별·품질별·자원순환 단계별로 만들고 생산 단계에서 나오는 폐기물을 재활용(PIR)하는 것과 소비 단계에서 발생하는 폐기물을 재활용(PCR)하는 것을 구분해 확인할 수 있도록 조처해야 한다는 것이다. 오세천 공주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지금 예산으로는 (자원순환 단계별 통계를 작성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승희 환경부 자원순환국장은 "생활계 (플라스틱) 폐기물은 선별 단계부터 (통계가) 정확하지 않기에 실시간 모니터링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고 밝혔다.
[양연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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