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PF 대출 적정 수수료는? 법원 “금융자문 2.35%·대출취급 1.7% 과다하지 않다”
건설사가 1400억원이 넘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을 받으면서 대출이자와 별개로 지급한 2.35%의 금융자문수수료는 통상적인 수준을 벗어나지 않는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재판부는 1.7%의 대출취급수수료도 금융사가 대출금을 회수하지 못할 경우를 대비해야 하는 만큼 과다하지 않다고 봤다.
17일 금융계와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0부(재판장 정찬우)는 시행사 A사가 메리증권·메리츠화재·메리츠캐피탈(메리츠 3사)을 상대로 낸 기타(금전) 소송에서 지난 6일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A사는 2009년 수도권의 한 복합시설 신축 사업 시행사로 선정된 후 2015년 5월 메리츠증권과 금융자문 계약을, 메리츠 3사와 1430억원을 조달하는 내용의 대출 및 사업약정(본PF 대출 약정)을 각각 체결했다. 대출 이자율은 연 5.5%였다.
A사는 공사가 마무리돼 사업 승인을 받은 지 4년여 만인 2021년 12월 금융자문수수료 2.35%, 대출취급수수료 1.7%(각 부가가치세 별도) 등 메리츠 3사에 지급한 약 61억원이 과다하다며 이 중 약 15억원을 돌려달라는 소송을 냈다.
메리츠증권에 앞서 금융자문업무를 한 증권사 B의 수수료율을 근거로 각 수수료율은 1.0%가 적당하고, 메리츠증권이 한 금융자문업무도 대주(채권자·대출해준 금융사)로서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대출취급수수료 산정 과정에서 메리츠 3사가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공정거래법상 불공정거래행위를 했다는 주장도 했다.
법원은 A사가 낸 금융자문수수료가 과도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A사는 수년간 답보상태에 있던 사업을 메리츠 3사와 대출약정을 체결한 후 마무리할 수 있었다. 법원은 메리츠증권이 A사에 PF 대출 모집주선업무와 금융자문업무를 한 것으로 보인다고 봤다. 메리츠화재나 메리츠캐피탈이 같은 메리츠 계열사라는 이유만으로 메리츠증권이 자문 업무를 하지 않았다는 A사의 주장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메리츠증권 수수료가 B사보다 높았지만 이는 “통상적인 금액을 벗어나는 이례적으로 과한 수수료”라고 볼 수는 없다고 봤다. 오히려 A사가 이후 다른 금융사에서 65억원을 추가로 빌리는 과정에서 A사가 대출액의 0.15%에 해당하는 수수료를 감액해준 점도 고려했다.
법원은 메리츠 3사가 받은 대출취급수수료도 과도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일반적인 PF 대출에서 대주는 약정이자(대출이자) 외에 대출을 전산에 등재하고 관리하는 전산비용, 대출을 취급하는 직원들의 위험평정활동, 대출서류 준비 등 사무처리의 대가로 대출취급수수료를 받는 게 통상적이고 당시 대출금을 회수하지 못할 위험이 컸던 만큼 대출취급수수료도 증가할 수밖에 없었다고 봤다.
또한 A사가 처음부터 메리츠 3사와 협의 후 PF 대출 약정과 대출취급수수료를 지급하기로 했고, A사가 반드시 피고한테서만 PF 대출을 받아야 하는 사정도 없어 보인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오히려 원고는 다른 금융사에서 65억원을 빌리면서 대출취급수수료를 9~10%를 지급하기로 했다”면서 “피고의 대출취급수수료가 통상적인 금액을 벗어나는 이례적으로 과한 수수료였다고 볼 만한 증거가 없다”고 설명했다.
법조계 관계자는 “대규모 개발사업에서 차주가 사업 자금을 대출받은 후 이를 주관하거나 자문한 금융사를 대상으로 대출이자 외에 지급된 각종 수수료가 과다하다며 소송을 제기하는 경우가 많이 발생하고 있다”면서 “(이번 사건과 달리) 법원에서 원고 측 주장을 일부 받아들인 예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PF 대출에서 금융자문사가 받는 수수료는 사업성과 위험도, PF 대출 주선의 난이도, 대출 성사에 든 기간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유희곤 기자 hul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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