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홍보실에 '막말'한 인터넷 경제지 간부 해고
인터넷매체 녹색경제신문 간부의 막말 파문
"회장 사진 박고 악성 기사 쓸 것" 보도 알려져
녹색경제 사과문 "개인 일탈 사과…해고 조치"
[미디어오늘 김도연 기자]
기업 홍보실 직원에게 막말을 쏟은 한 인터넷 경제신문 마케팅 간부가 해고됐다.
한국광고주협회가 운영하는 인터넷 매체 '반론보도닷컴'은 지난 13일 오후 녹색경제신문 간부 막말 사건을 보도했다.
60대인 녹색경제 윤아무개 본부장(마케팅 이사)이 지난달 31일 서울 마포 한 중식당 오찬에서 대기업인 A사 홍보실 대리 B씨(30대)에게 “너를 죽여버리려 했다”, “A사 홍보라인을 폭파시킬 것이다”, “회장 얼굴 사진 박아놓고 A사 악성 기사를 쓸 것이다” 등 폭언과 막말을 퍼부었다는 내용이다.
반론보도닷컴은 윤 본부장이 '병원에 다녀와 술 마시는 것이 어렵다'는 B씨에게 “술 먹고 병원 가든 뒈지든지 해라, 이 XX 아직 정신 못차리네”라는 등 삿대질과 폭언을 쏟았다고 전했다.
반론보도닷컴은 윤 본부장이 3월 매출이 저조하다며 A사 홍보실에 광고 집행을 요구하는 등 갈등이 있었고 A사를 비판하는 녹색경제 기사로 홍보 관계자들을 압박했다고 전했다.
반론보도닷컴 보도 후 3시간 30분 만에 녹색경제신문은 사고(社告)를 통해 사과했다.
녹색경제는 사과문에서 “회사 한 간부의 개인적 일탈이 있었다. 일부 미디어에서 '녹색경제 Y본부장 막말' 기사도 나왔다”며 “회사 공적인 일과 상관없지만 피해자와 피해 기업에게 사과드렸다. 또 Y본부장은 불미스런 일탈 직후 4월 초 이미 해고 조치를 취했다”고 밝혔다.
녹색경제는 “앞으로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며 “다시 한 번 피해자와 피해 기업, 그리고 녹색경제신문 임직원들에게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했다.
윤 본부장은 14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당초 약속 시간을 지키지 않았던 B씨를 훈계하고 꾸짖은 적 있지만 반론보도닷컴 보도와 같은 폭언을 쏟은 적 없다고 반론했다.
윤 본부장은 “원래 3월30일 나와 B씨, 우리매체 C 기자가 만나기로 했는데 B씨가 아무리 기다려도 나오지 않았다. 만취한 탓에 나오지 못했던 것”이라며 “다음날 아침 B씨가 우리 기자에게 죄송하다며 연락했고 그날(31일) B씨와 오찬 일정을 갖게 됐다”고 전했다.
문제가 된 3월31일 오찬에 녹색경제 C 기자도 있었지만, 윤 본부장의 본격적 막말은 C 기자가 오찬 자리를 떠난 뒤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C 기자는 “3월31일에는 B씨와 내가 먼저 만나고 있었고, 이어 윤 본부장이 식당에 왔다. 윤 본부장이 전날 약속을 어긴 B씨에게 '야 인마, 내가 진짜 어이가 없었어'라는 취지로 말한 기억이 있다. 나는 이후 기사를 쓴다고 하고 나왔다”고 밝혔다.
윤 본부장은 “(B씨가 전날 약속을 어겨) 아무래도 화가 많이 난 상태였다. B씨가 아들뻘이다 보니 경상도 말로 '야 이놈아, 막내인 대리가 그렇게 하면 되겠느냐. 이놈의 새끼야'라는 취지로 혼을 낸 건 사실”이라면서도 “'A사 홍보라인을 폭파시키겠다'거나 '죽여버리려 했다'는 식으로 폭언하지 않았다. 싫은 소리를 했을지언정 그런 말은 한 적 없다”고 주장했다.
윤 본부장은 “보도를 보면 내가 폭력적 발언을 한 것처럼 비치는데 둘이서 술을 맛있게 먹었고 만남 이후 B씨가 '삼촌, 저 집에 잘 들어갔다'고 문자를 보내는 등 좋게 끝났다. B씨가 왜 그렇게 말하는지 이해되지 않는다. 만남 이후 보도된 A사 비판 기사 때문 아닐까 싶다”고 했다. 오찬 뒤 보도된 녹색경제의 A사 비판 기사로 B씨가 마음을 고쳐먹었다는 취지다.
반면, B씨는 반론보도닷컴 기사 내용이 모두 사실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B씨는 “내가 직접 들었던 내용이다. 현장에서 녹음해 놓지 못한 게 아쉬운 대목”이라며 “그날 위협적 상황에 큰 충격을 받았다. 보도 내용보다 심한 일들이 있었고, 그때 일을 생각하면 아직도 감정 기복이 생긴다”고 밝혔다.
B씨는 “당시 (윤 본부장은) 내게 '구두주걱 가져와라 이 새끼야'라고 했고 이를 중국집 사장이 말리니 '이 새끼 교육시키는 거야'라고도 했다”며 “상대는 언론업계 종사자이고, 나는 업무 리스크를 줄이는 차원에서 끝까지 스스로를 내려놨던 것”이라고 밝혔다. 기업 보도를 관리하는 홍보실 직원인 만큼 언론 관계자 막말을 참아야 했다는 것이다. A사 홍보실 관계자들은 만나서 풀자는 윤 본부장 연락에 응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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