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증한 김건희 여사 일정·사진에 "누가 이 나라 대통령이냐"
'개식용 금지', '납북자 만나 대북 관련대응' 발언, 대통령이 할 말 아닌가
민주당 "요란한 내조 본색 드러내" "전시회라도 열 작정이냐"
대통령실 "주최측 요청에 대통령 대신 여사 관심사 참석"
[미디어오늘 조현호, 노지민 기자]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의 최근 부쩍 늘어난 공개 행보가 논란이다. 대통령이 책임있게 해야 할 법한 발언을 하는가 하면, 대통령실이 상이군경의 자녀를 안고 있는 김 여사의 사진 등 논란이 되는 사진도 게재하는 등 조용한 내조를 하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않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야당은 정책으로 해결해야 할 일을 김 여사가 언급한 것을 두고 대체 대통령이 누구냐고 따지기도 했다.
김건희 여사의 공식일정을 보면, 이달 들어서만 11건, 지난달 31일 순천만 국제정원 박람회와 수산인의 날 기념식까지 포함하면 14건의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대통령실은 이 같은 공개일정에 대한 내역과 사진자료를 대통령실 홈페이지에 수록했다. 김 여사는 △지난 1일 윤 대통령과 서문시장 100주년 기념식 및 서문시장 100주년 사진전 관람 △4일 국가무형문화재 전통공연·예술 분야 전승자 오찬 △9일 윤 대통령 내외의 영락교회 부활절 연합예배 참석 △11일 강원도 산불 피해 복구 성금 기부 △사회복지공동모금회 명예회장 추대식 및 나눔 실천 기부자 간담회 △12일 납북자·억류자 가족 위로 만남 △13일 故 유재국 경위 가정 방문 및 히어로즈 패밀리 프로그램 출범식 참석 △13일자 서울신문 인터뷰 및 동물단체 관계자들과 비공개 오찬 △14일 고 배승아 양 추모 △대전 태평전통시장 방문 및 빨래방 봉사활동 △15일 주한프랑스대사관 개관식 참석 등 왕성한 활동을 벌였다.
특히 김 여사는 지난 12일 납북자·억류자 가족과 만나 “수십 년 동안 한이 되었을 것”이라며 “이제는 정부가 국제사회와 힘을 모아 납북자·억류자의 생사 확인과 귀환을 위해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고 이도운 대통령실 대변인은 밝혔다. 김 여사는 또 13일 첫 서울신문과 인터뷰에서 “경제 규모가 있는 나라 중 개를 먹는 곳은 우리나라와 중국뿐”이라며 개 식용의 종식을 주장하기도 했다.
이를 두고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17일 국회 본관 당대표 회의실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대선 때는 온 국민 앞에서 눈물로 '아내의 역할에만 충실히 하겠다'며 '조용한 내조'를 약속했던 김건희 여사가 이제는 점입가경의 '요란한 내조'로 본색을 드러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 원내대표는 “최근에는 국가 주요행사 때마다 윤석열 대통령은 배경으로 처리되고 김 여사가 중심이 되는 이해할 수 없는 사진들이 대통령실 홈페이지를 도배하고 있다”며 “김 여사는 납북자 가족을 만나선 '북한에 대한 강경 대응 의지'를, 동물권 단체를 만나선 '정부 임기 내 개 식용을 종식하겠다'고 밝혔다”고 했다.
박 원내대표는 “대체 대한민국 국민이 뽑은 대통령은 누구냐”며 “온갖 논란이 여전하고 특히 스스로 고개 숙인 허위 이력에 국민으로부터 어떤 면죄부를 받았길래, 대통령 취임 1년도 안돼서 조용한 내조가 아니라 책임도 권한도 없는 민간인이면서 이토록 수위를 넘나드는 정치적 발언을 내놓느냐”고 비판했다.
또한 대통령실 의전비서관에 김승희 선임행정관이 임명된 것을 두고도 박 원내대표는 “'김건희 라인'이 대통령실 전면에 등장했다”며 “'제2부속실 폐지' 공약에 관해 국민께 사과로 이해를 구하고 다시 만들어서 김 여사를 책임 있게 보좌하라는 저의 오래된 제안을 거부하면서, 김 여사가 경영하던 코바나컨텐츠 출신을 대통령실에 '사적 채용'한 것도 모자라, 이제는 대놓고 대통령의 의전비서관실을 여사의 단독 부속실처럼 쓸 작정이냐”고 비판했다. 그는 “이제라도 제발 오기를 버리고 국정을 정상으로 운영하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김 여사의 공개 행보에서 발언을 두고 “'임기 내 개 식용 종식 노력', '정부가 생사 확인과 귀환에 힘써야 한다' 이런 발언들은 대통령이 책임감을 가지고 해야 할 말들”이라며 “개 식용 종식은 국회 입법으로 해결해야 하고, 생사 확인은 정부의 강한 의지와 외교력으로 풀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고 의원은 “김건희 여사의 말 한마디면 여당 국회의원들이 법을 척척 내주고 또 인사청문회를 거친 장관들이 영부인의 지시 사항이라며 외교 테이블에서 의제로 논의되고 그러는가 보죠”라고 반문했다.
고 의원도 이어 “누가 이 나라의 대통령이냐”며 “지금이라도 2부속실을 만들어 대통령 부속비서관실이 여사를 보좌하는 지금의 기형적 시스템을 원상 복구해야 한다. 더 이상 김건희 여사는 대통령 기둥 뒤에 숨어 꼼수를 쓰지 말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장경태 의원도 이날 “최근 김건희 여사의 일정과 대통령의 일정이 비슷한 수준”이라며 “사진만 보면 김건희 여사 일정 사진은 17장에서 22장, 31장인 반면 윤석열 대통령 행사 사진은 3장, 10장, 8장 수준으로 도대체 누가 대통령인지 모를 지경”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대체 누구를 위한 대통령실이냐”며 “언제부터 대통령실 홈페이지가 김건희 여사 사진첩이 되었느냐”고 비유했다.
이수진 원내대변인은 앞서 지난 16일 브리핑에서 “대통령실의 김건희 여사 화보 촬영 놀이가 더는 눈 뜨고 보지 못할 지경”이라며 “대통령실은 김건희 여사 화보 전시회라도 준비하고 있는 것이냐”고 비판했다. 이 원내대변인은 “대통령실 공무원들이 김건희 여사 개인 사진 촬영에 열을 올리고 있고, 공적 자원인 대통령실 홈페이지가 김건희 여사 개인 사진 게시용으로 활용되고 있다”며 “대통령실은 최소한의 공사 구분도 하지 못하느냐”고 반문했다.
SBS는 이날 저녁 메인뉴스인 <8뉴스> '김건희 여사 광폭 행보에…“화보 찍나” vs “정상 활동”'에서 “조용한 내조 약속은 어디 간 거냐, 야당은 이렇게 비판했는데, 대통령실은 대통령이 못 가는 곳을 선별해서 참석하고 있을 뿐이라고 했다”고 보도했다.
SBS는 특히 순직한 경찰의 자녀를 김 여사가 억지로 안고 사진을 찍었다는 일부 비난을 거론하면서 대통령실이 이에 대해 “몸이 불편한 순직 경찰 가족까지 편협한 정치 공세에 이용하고, 가짜 뉴스를 퍼뜨리고 있다”고 맞받았다고 전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지난 16일 오후 브리핑에서 '김건희 여사가 이달 들어 대통령실이 공개한 일정만 11개에 이를 정도로 광폭 행보하고 있다', '대통령실이 김 여사 행보를 향후 어떻게 계획하고 있고, 부속실로 뒷받침할 지원 계획은 있느냐'는 질의에 “대통령의 지역 방문이나 행사 참석을 해 달라는 요구가 굉장히 많다”며 “국정을 살피면서 행사에 많이 나가는 게 상당히 어렵다. 이렇게 되면 각 지역이나 행사를 주최하시는 분들은 대통령이 못 오면 영부인이라도 꼭 와줬으면 좋겠다(고 요청한다)”고 답했다.
이 관계자는 “굉장히 많은 요청을 받는데, 기본적으로 약자와의 동행, 그리고 문화라든지, 기후변화, 환경, 이런 김건희 여사가 관심을 갖는 부분, 동물 보호, 이런 부분에 대해서 갈 수 있는 행사에 가고 있다”며 “봄철이 되니까 지난 겨울보다 행사 참석 요청이 굉장히 늘어난 측면이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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